▲봉골레 스파게티.
조을영
이런! 국물 스파게티를 먹고 싶었는데 다 졸아버렸네요. 오늘의 주인공이 없다니 이런 낭패가. 가장 쉬운 게 가장 어렵다는 진리는 또 다시 깨달았네요. 그래도 제법 야들한 면발이 먹을 만은 하군요. 게다가 바질의 향이 올리브유와 만나서 너무 향긋해요.
바질 자체의 향은 꽃가게에 들어갔을 때 맡을 수 있는 신선한 풀냄새 같은 거고, 올리브유와 섞이니 좀 더 신선한 느낌이 강해진 기분이군요. 포크에 돌돌 말아서 한입 쏙! 어제 담근 피클도 한입 아삭! 한창 물오른 모시조개도 포크로 콕 찍어 먹으니 고소하네요.
맛있는 봉골레 스파게티의 나라 이탈리아는 한국과 흡사한 점이 아주 많은 것 같아요. 반도 국가라는 것, 겨울에 온난다습하고, 여름에는 고온 건조하고, 삼면이 바다라는 점. 그리고 주요 농작물이 쌀이라는 점 등에서요. 이탈리아는 이런 지형적 특징과 역사적 특징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지난 번 기사에 올린 스페인 요리만큼 이탈리아 사람들도 음식 사랑이 지극하답니다. 그들의 전통 식사도 하루에 다섯 끼니까요. 그리고 라틴계 특유의 관습인 시에스타(낮잠 자는 시간)을 포함해서 3시간 가량의 점심시간을 즐기는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도 엿볼 수 있고요.
일반적으로 상점들은 오후 1시 경에 문을 닫고 낮잠을 즐긴 후, 오후 4시를 전후해서 다시 문을 연다고 합니다. 한국의 남미 식당에서 오후의 두 세 시간은 손님을 받지 않고 주방장이 휴식을 취하거나 장을 새로 봐오거나 하는 운영 방식이 여기서 만들어졌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