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싶어? 많이 읽고 많이 써

[서평] 글쟁이도 잘 모르는 글의 설계, <글쓰기의 전략>

등록 2011.07.09 13:57수정 2011.07.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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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제목인 reading & Writing 이 책의 핵심을 드러낸다. ⓒ 들녘

영어제목인 reading & Writing 이 책의 핵심을 드러낸다. ⓒ 들녘

어두운 방안에서 전등아래 머리를 숙이고 펜을 놀리는 이. 장문의 글을 쓰고 구겨서 한쪽으로 던지고, 또 던지고. 방 한쪽에 수북한 종이더미. 글쓰기의 어려움을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특히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거나 하는 경우에 한 문장에도 고민하게 되는 것은 더 잘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군대에서 연예편지를 대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시라노'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꼬박꼬박 흥에 겨운 답장을 들고 와서 같이 읽는 재미와 고참이 즐거워하고 이뻐해주는(?) 맛으로 그 짓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류의 글쓰기에 대한 흥미는 점점 시들해지고 만다. 그들의 연애를 위해 내가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다.


글쓰기야 이미 초등학교 일기쓰기부터 꾸준히 단련해 온터라 힘들지 않다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의무로 겨우 칸을 채우는 그 시절의 일기나 중등교육과정에서 가끔 경험하는 독후감 등도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전적으로 암기해서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우리 교육과정의 탓이 크다. 글쓰기와 같이 사고력을 요하고 시간을 투자해서 금방 나아지지 않는 과목이야 말로 '비효율'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를 사는데 글쓰기는 필수적이다. 먹고 살기위해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남들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길이가 긴 글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대화하는 것 같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문장은 써내야 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듣고도 누군가에게 호응을 얻는이를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과연 어떻게 해야 저런 수준의 글쓰기가 가능한 것일까.


<글쓰기의 전략>은 우리가 집을 짓기 전에 땅의 위치를 고르고, 향을 정하고 설계도를 그리고 시공을 하는 절차를 밟는 것처럼 글을 쓰기 위한 글감을 고르고 글의 지도를 그리고 주제를 어디에 배치할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배경문장을 받칠 것인지를 안내한다. 글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학자의 책이지만 그리 어렵고 딱딱한, 일방적 지시형은 아니다. 못 쓰는 이들에 대한 넉넉한 배려와 잘 쓰는 이들의 글을 요모조모 뜯어 설명해주는 친절한 과정은 훌륭한 참고서 성격을 지닌다.


글쓰기가 타고난 이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글쓰기는 노동이다'는 책의 도입부에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며 각 장에 '관습에 저항'하고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라는 원칙을 제시함으로서 스스로의 글을 좀 더 잘 다듬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우리글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잘 쓰는 이들의 훌륭한 글 뿐아니라 평범한 이의 글들을 예로 공부할 수 있는 계기는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결국 '많이 보고 많이 써 보라'라는 기준은 변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쓰기의 전략/정희모,이재성 지음/ 들녘/ 13,000원

2011.07.09 13:57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쓰기의 전략/정희모,이재성 지음/ 들녘/ 13,000원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들녘,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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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글쓰기 #글쓰기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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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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