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훈처 판단 생략한 채, 법원 직권 판단은 잘못"

군복무 중 선임병 구타로 치아손상 입은 전역자 국가유공자 불인정 파기

등록 2011.07.11 18:04수정 2011.07.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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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가 국가유공자로 거부한 처분사유가 있는데, 이에 불복해 이어진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당초 보훈처의 처분사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직권으로 보훈처와는 다른 사유를 들어 국가유공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육군에 입대해 전투경찰로 근무하던 A씨는 1999년 3월 경비근무 교대를 하던 중 선임병이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후임병들과 술 마시는 것을 보고, 후임병들을 나무라다가 격분한 선임병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아 치아가 손상됐다.

 

A씨는 만기전역한 뒤 2008년 10월 보훈처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했으나 "'치아파절'에 대한 구체적인 장애상태 및 공무와 관련해 발병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거절당하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박정수 판사는 지난 2월 A씨가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비해당 결정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 판사는 "대학병원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를 종합하면 원고가 군 복무 중 선임병의 주먹에 가격당해 하악 4절치의 치아동요(치아 불완전 탈구) 등의 치아손상을 입은 후 하악우측 중절치와 하악좌측 중절치에 대한 발수(신경제거)하는 등의 치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치아 손상은 군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서울고법 제5행정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설령 군인으로서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전역했다거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전역했다고 하더라도 그 상이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정도가 아니면 국가유공자법에서 정하는 전상군경이나 공상군경이 아니다"며 "A씨의 치아손상 정도는 국가유공자법에서 정한 상이등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1일 군복무 중 선임병에게 맞아 치아가 부러진 A(35)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훈청은 '공무수행 중 치아손상을 입은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 처분을 내렸는데, 원심은 당초 보훈청의 처분사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법에서 규정한 상이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는 새로운 사유를 직권으로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이 직권으로 판단한 사유는 당초 보훈청의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이 새로운 처분사유를 직권으로 인정해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단했다.

 

원고의 치아손상이 군 공무와 관련해 발병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서울고법은 이를 생략한 채 국가유공자법에서 규정한 상이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는 새로운 사유를 들어 직권으로 국가유공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7.11 18:04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국가유공자 #보훈처 #군복무 #국가유공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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