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먹는 소나무 "난 세금도 내거덩"

청도 운문사 보물 문화재와 악찰보살을 만나다

등록 2011.07.25 14:24수정 2011.07.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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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하면 대표적인 사찰이 운문사다. 계절별로 물론 다 아름다움을 자아내지만 신록이 푸르른 초여름 주변 계곡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봄에는 벚나무 길을 따라 노송들이 많아 가는 길이 다소 지루하지 않으나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입구부터 주차장까지는 통제하고 있다. 신도증을 소지한 분들에게는 절 입구까지 통행을 허용한다. 평지에 아름다운 비구니 스님들의 관리 덕분인지 절 자체가 아름다우며 양산 통도사와 함께 새벽 예불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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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들어가는 입구 ⓒ 김환대


이번 운문사 답사의 취지는 문화관광해설사에게 듣는 청도의 역사와 운문사 이야기인데 원래는 외국인과 함께 하는 테마였으나 외국인들은 날씨 관계인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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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거산 운문사 ⓒ 김환대


운문사의 역사는 신라 진평왕 때에 원광법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크게 중창했다고 하나 관련 기록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고려 때 중국 당나라에서 법을 전수받고 돌아온 보양국사가 까치들의 도움으로 이 절을 짓고 작갑사라 했으나 태조 왕건이 보양국사가 절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많은 전답과 함께 운문선사라고 한 뒤부터 운문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조계종 운문승가대학이 있어 많은 비구니들의 교육을 현재 담당하고 있다.

사찰 경내에는 대웅보전(보물 제835호), 금당 앞 석등(보물 제193호),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 사천왕석주(보물 제318호), 삼층석탑(보물 제678호) 등 보물 문화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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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응국사 비각 원응국사 비각은 비각 창살이 너무 시야를 답답하게 만들어 관람에 어려움이 많다. ⓒ 김환대


막걸리를 마시고 간접세금을 내고 있는 처진 소나무

운문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처진 소나무인데 가지가 밑으로 축 처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이 나무가 상당히 컸었다 하며 나이는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매년 삼짓날이면 수십말의 막걸리를 먹는 것으로 아주 유명한데 그 막걸리는 청도군 동곡면 소재지의 동곡 막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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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진소나무 처진소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잘 보존되고 있다. ⓒ 김환대


운문사를 오기 전 동곡에서 안 그래도 지역내에 분이 점심 시간에 한잔 권하던 그런 술이다. 이 소나무는 누가 심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극 정성으로 스님들이 매년 봄·가을에 뿌리 둘레에 막걸리를 물에 타서 뿌려주고 있다. 주변에는 원응국사비와 설송대사비가 비각 속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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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루 만세루는 운문사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 김환대


만세루가 운문사에는 가장 큰 건물인데 그 면적이 매우 넓다. 공동 작업을 하여도 될 만큼 공간이 넓어 사람들이 시원하게 잠시 주변에 쉬어 가는 공간으로 큰 북인 법고와 조선시대 종이 현재 있다. 만세루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은 새로 지어진 대웅보전으로 이 건물의 단청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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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대웅보전은 건물은 오래되지 않아 새로지은 것이나 단청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 김환대


이목소와 운문사 이야기

문화관광 해설사는 운문사와 이목소에 관한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 이목소는 절 서남쪽 산기슭에 있는 소인데 보양국사가 귀국할 때 서해의 용궁에서 데려온 용왕의 아들 이목이 살던 곳이라 한다. 보양국사가 뜰 앞의 배나무를 가리키자 벼락을 내리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며 그 후로 이목이 살던 작은 못을 이목소라 부른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인데 내용이 참 재미있다. 현재 이곳은 스님들이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오백전 건물 뒤편 다리를 건너가면 있다고 한다.

운문사 작압전과 사천왕석주

운문사에는 많은 법당 건물들이 남아 있으나 그중 유독 작은 단칸 법당으로 작압전이 있는데 운문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원래는 전탑처럼 되어 있어 목조 건물이 얹혀져 있어 모전석탑과 목조 건물이 결합된 형태라고 한다. 아마 전탑지일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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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압전 작압전은 가장 작은 건물이나 내부에 보물이 2점이나 있다. ⓒ 김환대


법당 내부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으며 좌우로 돌 기둥이 남아 있는데 사천왕상 석주다. 석조여래좌상은 예전의 호분을 벚겨내서 원형을 찾았으나 일부 예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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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압전내 석조여래좌상과 석주 ⓒ 김환대


사천왕상 석주는 조각 수법이 아주 우수하고 얼굴 등 일부에 채색의 흔적이 엿보인다. 발밑에 있는 악귀의 조각 수법은 세심한 부분과 그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볼 만하며 특이한 것으로 원래는 탑신 사방에 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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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상 석주 아래 부분 ⓒ 김환대


명부전은 금강역사상이 마주보고 좌우에 있다. 중앙의 불단 위에 지장보살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입상이 협시하고 있고 그 옆으로 시왕상들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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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 금강역사상 ⓒ 김환대


친절하게 각각의 시왕 이름들이 설명되어 있는데 그중 염라대왕은 다섯 번째 왕으로 지옥하면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올라서인지 지하 지옥의 왕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특징은 머리에 높은 네모난 관을 쓰고 있다.

왜 대웅보존이 두 곳일까?

운문사에는 대웅보전이 두 곳 있다. 그러나 원래 법당은 비로전으로 내부에는 단독의 비로자나불좌상을 모시고 있다. 큰 건물인 대웅보전은 후대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내부에는 천장에는 작은 방울들이 달려 있고 줄을 잡아 당겨서 끝가지 붙어 있는 동자상이 보이는데 악착보살(악찰보살)이라고 한다. 반야용선에 매달린 것으로 해설사는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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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내 악착보살 ⓒ 김환대


또 운문사에 대웅보전이 두곳 있는 이유는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건물이 대웅보전이었으나 후에 비로전이란 현판을 일시적으로 달았으나 문화재로 지정된 관계로 다시 옛 건물에 대웅보전 현판을 달아 놓았다. 단순한 것이나 운문사를 찾는 사람들은 매번 질문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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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수미단 ⓒ 김환대


더운 날씨라서 법당에 잠시 앉아 쉬며 내부를 둘러보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 그야말로 법당 건물이 최고의 명당 자리가 아닌가 생각 된다. 내부에는 볼거리가 많은데 법당의 구조와 수미단 조각을 천천히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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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앞 삼층석탑 ⓒ 김환대


대웅보전 앞에는 보수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신라시대 후기 석탑으로 추정되는 보물 삼층석탑이 있는데 기단에 조각된 팔부중상은 보수과정에서 잘못 복원된 흔적이 보인다. 두 탑이 거의 같은 양식이며 전체적으로 우수한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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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층석탑 팔부중상을 자세히보면 복원 과정에서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다. ⓒ 김환대


삼층석탑 옆으로 금당 부엌이 보이는데 내부에는 조왕신을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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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조왕신 ⓒ 김환대


금당 앞 석등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나 평상시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일반인들은 잘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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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 앞 석등 금당 앞 석등은 관람이 허용되지 않은 구역에 있다. ⓒ 김환대


잠시 양해를 구하고 둘러보았는데 통일신라시대 전형적인 팔각석등으로 화사석이 안정된 느낌이며 작은 크기지만 안정된 느낌과 조각 수법이 역시 아름답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일반형 석등과 같은 양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백전의 나한상에서 자신을 둘러보다

오백전은 일반적으로 불리는 나한전, 오백나한전이다. 내부에는 오백 명의 나한님을 모시고 있는데 차곡차곡 하나하나의 표정이 각기 다 다르며 나한상들을 보는 사람의 나이만큼 세워 보면 바로 그 표정을 한 나한상이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니 한번 다들 마음속으로 그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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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전내 나한상 ⓒ 김환대


천정 양쪽에 용이 쌍으로 마주보고 있어 특이하다. 외벽에는 소에 비유하고 소를 찾고 얻는 순서를 그린 십우도가 그려져 있다.

아늑한 느낌으로 한번을 가 보아야 하는 한국의 사찰로 운문사는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 다가왔다. 넓은 대지에 오르고 내리는 계단이 없어 평지가람의 대표적인 사찰로 주변의 감싸안은 산세와 잘 어울려 멀리 산을 바라다 보면 눈의 피로도 사라지는 것 같다.

햇살에 묻어나는 고즈넉함과 새벽에 울려 퍼지는 새벽예불 소리에 운문사의 추억을 되새기며 운문사를 오랫만에 다시 만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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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전경 운문사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김환대


#청도 운문사 #운문사 #원응국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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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문화유적을 찾아 답사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구석진 곳에 우리문화를 찾아서 알리고 문화관련 행사를 좀 더 대중에게 보급하고자 하며 앞으로 우리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나아가려고 합니다. 괌심분야는 역사유적, 석조조형물과 민속,고건축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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