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내려오라고? 조남호부터 데려와라

조남호 청문회에서 사태해결책 받아내는 것이 순서이다

등록 2011.08.01 09:14수정 2011.08.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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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위의 김진숙 지도위원 ⓒ 유성호

크레인 위의 김진숙 지도위원 ⓒ 유성호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31일로 출국한 지 46일째. '3차 희망버스'가 다시 영도조선소를 다녀가고 한진중공업 사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조 회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외국을 돌아다니며 외국 선주사와 선박 기자재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도피성 출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그의 청문회 출석을 결정하던 바로 그 날, 그는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돌아오지도, 나타나지도 않고 있다.

 

오죽하면 여권 관계자들까지 조 회장을 책망하고 있겠는가. <조선일보> 27일 자는 "무엇보다 이런 정도 상황이 됐으면 회사 오너가 앞장서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해야지 40일씩이나 해외를 전전하며 정부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게 과연 옳은 태도냐"며 "외부 세력 못지않게 조 회장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싣고 있다.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조 회장이 직접 나올 때까지 증인 채택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비판한 조남호, 43일째 귀국하지 않아

 

<조선일보>까지도 30일자 사설에서 "43일째 귀국하지 않고 있는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한심한 기업인"이라며 "이런 기업인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 기업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법의 논리를 앞세워 사측의 편을 들어주며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을 탓하던 여권에서도 기류가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이제야 들기 시작한 듯하다.

 

이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정리해고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까지 꺼냈다. 그는 지난 26일 "세계적으로 조선이 호황이고, 우리가 사상 최대의 수주를 하고 있는 때에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당초 조 회장의 정리해고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 한나라당의 '조남호 청문회'의 조건부 수용 의사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조 회장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열겠으니 민주당이 김진숙 지도위원 등 고공 농성자의 퇴거를 위해 적극 노력해서 관철시키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전보다는 진전된 입장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사리에 맞지않는 요구이다. 김진숙 위원이 애당초 '조남호 청문회'를 위해 크레인 위에 올라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일관된 요구는 207일전이나 지금이나 정리해고의 철회였다. 그런데 그 정리해고 철회를 가능케할 열쇠를 쥐고 있는 조 회장이 지금 도피상태인데, 김진숙 위원을 내려오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는 일이다. 먼저 조회장을 불러 조남호 청문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해법을 듣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나서 크레인에서 내려오느냐 마느냐는 김진숙 위원 등이 판단할 일이다. 그럼에도 고공농성 해제를 민주당에 청문회의 조건으로 내놓은 것은 사리에도 맞지않고 현실성도 없는 모습이다.

 

생각해보라, 207일전 한겨울의 컴컴한 새벽 크레인 계단을 올랐던 김진숙이 조남호의 사태해결책이 아무 것도 나온 것 없는데 어떻게 거기에서 내려올 수 있겠는가. 3차 희망버스를 보내는 전화연설에서 그녀는 말했다.

 

"저를 여기까지 올라오게 한건 사람 목숨보다 돈이 훨씬 중요한 조남호였지만, 저를 여기서 내려가게 하는건 여러분들일 겁니다."

 

지금 김진숙을 내려오라 할 것이 아니라 도피중인 조남호를 찾아 청문회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래서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의 입을 통해 해결책을 듣는 것이 급한 일이다. 여당 대표조차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정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외국으로 나가버린 것은 조남호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부가 넘겨받은 책임의 권한을 행사하여 조남호를 불러오고 크레인 위의 사람들이 내려올 수 있는 해결책을 받아내라. 그것만이 한진중공업 사태를 불상사없이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창선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진숙 #조남호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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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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