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정의선 목에 방울달기'

[현장]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토론회... 재계 '위헌 소지' 반발

등록 2011.08.05 19:04수정 2011.08.0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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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연구원은 5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특수관계 기업간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에 대한 과세 방안'이란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 김시연


현대차-글로비스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정몽구-정의선 부자 편법 증여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최근 재벌가 편법 증여 수단으로 떠오른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지만 위헌성과 실효성을 놓고 재계와 학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5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특수관계 기업간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에 대한 과세 방안'이란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기획재정부에서 이달 말 조세제도 개편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 증여 행위... 증여세 부과해야"

이날 발제를 맡은 한상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4년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이후에도 특수관계 기업간 일감 몰아주기로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물량 물아주기를 통한 부의 무상 이전은 전통적인 증여 방식은 아니나 경제적 실질은 증여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과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한 교수는 모기업에게 물량을 몰아 받는 수혜 기업 지배주주와 배우자, 친족(6촌 이하 혈족)이면서 지분 3~5% 이상인 대주주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혜기업 매년 매출 가운데 특수 관계 기업들과의 거래 비율이 30% 정도를 초과하는 경우에 과세하되, ▲주식가치 증가분에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수혜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 ▲물량 몰아주기를 한 특수관계 기업에 대한 손금불산입 등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수혜 기업의 주식가치 증가분을 계산해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1안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꼽혔다. 한 교수는 "물량 몰아주기로 수혜기업 대주주가 실제 얻은 이익은 수혜기업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으로 볼 수 있어 주가가치 상승분에 증여세 부과가 타당하다"면서 "변칙적인 상속 증여에 대해 철저히 과세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증여세 과세는 찬성... 물량 몰아주기 주가 영향 계산 쉽지 않아"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재벌의 편법 대물림 수단으로 떠오른 물량 몰아주기가 지나치다며 과세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그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경제개혁연대에서 조사해보니 일감 몰아주기로 이전된 부의 규모가 9조 9천억 원에 달하고 그로 인해 생긴 수익률이 775%에 달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이슈화는 성공했지만 논리적인 해법을 제시해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 달렸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1, 2안처럼 증여세로 과세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기업 반발이 심하고 논리 구성도 쉽지않다"면서 "증여세 과세가 힘든 부분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지금 20~30%에서 50% 정도로 올리는 한편 실현 이전에 배당에 대해 선과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른 1안 역시 기업의 주식가치 상승이 물량 몰아주기로 인한 것인지 다른 요소에 의한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공정거래법 과징금이나 상법 통한 소송은 실효성이 떨어져 증여세를 과세하는 1안에 찬성한다"면서도 "정상 가격이지만 기업간 물량 몰아주기도 증여로 볼 수 있도록 증여법의 '증여' 규정을 개정해야 하고 주가 상승분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을 때 정상적인 주가상승분을 제거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용시기도 논란이 됐다. 한 교수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2004년 시점부터 소급해 적용하는 방안과 법 시행 이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선 재계와 학계 모두 소급 적용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재계 "물량 몰아주기 과세 자체 반대... 위헌 소지"

재계에서는 과세 방안 논의에 앞서 물량 몰아주기에 과세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지난 89년 도입됐다 95년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처럼 될까 걱정된다"면서 "물량 몰아주기는 조세보다는 계열사간 부당지원을 금지한 공정거래법이나 상법상 주주 대표 소송 등 기존 규제수단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역시 "물량 몰아주기 자체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서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 차원"이라면서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과징금 부과 여건이 있는데 굳이 허점 많고 위헌성이 있는 과세 방안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심지어 재벌의 상속 욕구에 우리 사회가 관대해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기업 입장이라면 당연히 상속권을 자기 특수관계자에 넘기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러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경영권 상속에 우리 사회가 좀 더 관대해지는 대신 반대 급부로 이것 저것 요구하는 게 앞뒤가 맞다"고 밝혔다.

김형돈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이날 "어떤 방안을 택해도 단점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8월에 발표하는 세제 개편안에 포함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과세 의지를 밝혔지만 재계 반발까지 의식하며 실효성 있는 과세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편법증여 #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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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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