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보일러 시대, 다시 오려나

보일러와 30년 함께한 박정식씨 이야기

등록 2011.08.06 11:38수정 2011.08.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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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만 복고풍이 아니다. 세상사 돌고 도는 게 이치인가.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추억의 연탄 시대가 다시 오는가 싶다.


"제작년부터 부쩍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었시유. 연탄보일러로 바꿔달라거나 겸용으로 바꿔달라는 집도 꽤나 있어요."

30년 가까이 보일러와 함께한 박정식(한국열관리시공협회 안성시회장)씨의 말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요즘 시골은 화목과 기름 겸용 보일러를 많이 다는 추세쥬. 물론 도시엔 도시가스보일러가 단연 으뜸이고. 하지만, 그것도 안 되는 가난한 가정에선 연탄보일러를 많이 달아 달라 하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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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고치고나서 이들은 보일러만 손 봐주는 것이 아니라 이젠 거의 집 고쳐주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안성동부무한돌봄센터와 연계해서 희망둥지 만들기를 하고 난 후 회원들이 사진을 찍었다. ⓒ 안성 열관리시공협회


그는 이 모두가 치솟는 기름 값과 물가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한 때 유행했던 심야전기 보일러도 전기세와 유지비가 만만찮아 주춤하고 있다.

다 같은 마을 사람들이라 형편이 뻔히 보여

박정식씨가 가난한 가정의 형편을 잘 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4년 전부터 협회 회원들과 함께 보일러 봉사를 해오고 있다. 연간 보일러 청소를 무료로 해주는 가정만도 100여 곳이다. 연탄보일러로 교체해준 집만 해도 30여 곳이라고.


하지만, 협회에 신청했다고 모두 봉사를 해주는 건 아니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곳인지 아닌지를 회원들 간에 의논을 한다. 일단 신청이 들어오면 현장 방문은 필수다. 방문한 후의 정보를 두고 심의에 들어간다.

"다 같은 안성 지역 사람이라, 가정이 뻔히 보여유. 누가 어렵다고 보일러 봉사를 신청해도 한 치 건너서 사정을 알다보니 우리 눈에 다 들어와요. 속일 수가 없쥬. 하하하하"

매월 11일이면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일러 정보교환 및 보일러 봉사 장소 결정 등을 의논한다. 그동안 보아 두었던 봉사 장소를 회원들과 함께 풀어놓고 의논하고 심의하고 결정한다. 거기다가 회원들이 마을 사람들인지라 마을 사정 뻔히 아니 선택하는데 많이 참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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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고치기 지금은 회원들이 집을 고치고 있는 중이다. ⓒ 안성 열관리시공협회


"봉사하러 다니다보니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다는 걸 예전엔 미처 몰랐지유."

원래 협회는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보일러 시공업체 협회다. 전국적 규모인 이곳의 정식 명칭은 '한국열관리협회 안성시회'다. 현재 자격증을 가진 45명이 정회원이다.

4년 전부터 조금씩 안성 전 지역의 소외계층 가정을 상대로 보일러 청소, 수리, 시공 등을 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집도 고쳐준다. 출동해서 보일러를 손보다 보면 주인장(주로 독거할머니)이 혼자 사는 집이니 일거리가 눈에 들어온다고. '사랑의집 고쳐주기'등을 해왔다.

"흐름한 집, 이젠 예사로 안 보여요"

그들은 평소 이 집 저 집 보일러를 시공하러 다닌다. 그들의 생업이다. 생업을 하면서 생긴 하나의 습관, 바로 '흐름한 집 한 번 더 보기'다.  전엔 무심코 지나던 흐름한 집. 이젠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이렇게 현장에서 만나고 들은 봉사 대상자 집을 정기모임 때 한보따리 풀어놓는다. 갈지 말지부터 언제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를 정한다. 이런 형국이니 모임은 자연스레 활성화된다. 이 봉사를 하기 전의 모임은 시들했었다.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다 해드리고 나면 고마워서 눈물 흘리는 할머니. 뭐라도 먹고 가라고 권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얼마나 뿌듯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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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 씨 안성 열관리시공협회 안성시회장 박정식 씨다. 그는 평소 이 분야에서 열심히 하다보니 여러군데서 표창장도 받았다. 회원들이 봉사를 하고부터 열심히 모인다며 자랑하고 나섰다. ⓒ 송상호


이렇게 사회에 뭔가 도움 되는 일을 같이 하니 모임이 활성화되는 건 당연지사. 몇 명 나오지 않던 정기모임에도 거의 30여명이 참여한다.

보일러 시공 때문에 전국으로 돌아다니느라 안성에 붙어 있을 시간조차 없는 박정식씨. 그와 안성협회 회원들은 다음 달 모임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인터뷰는 지난 4일, 박정식씨가 운영하는 보일러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보일러 봉사 문의 (031-674-6663)


덧붙이는 글 이인터뷰는 지난 4일, 박정식씨가 운영하는 보일러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보일러 봉사 문의 (031-674-6663)
#한국열관리시공협회 #한국열관리시공협회 안성시회 #보일러 #안성 #박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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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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