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문을 열어라!

등록 2011.08.08 15:33수정 2011.08.0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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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문을 열어라!

유성기업의 불법 직장폐쇄로 공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은 들판 한 가운데 동네 비닐하우스에서 두 달 넘게 농성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는 "공장문을 열어라!"는 커다란 글씨가 보인다.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비닐하우스 안은 오랜 장마와 더위 그리고 모기와 벌레들로 최악의 환경이다. 간간이 장마가 걷힐 때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비닐하우스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소박한 요구로 시작한 노동자들의 투쟁이었지만 이제는 공장으로 돌아가기만 해도 좋다는 절박한 요구로 바뀌었다. 주간 2교대 근무라는 매우 상식적인 요구는 두 달 넘는 투쟁 속에서 언론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인간의 몸과 영혼을 갉아먹는 야간노동으로 노동자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시작한 주간2교대 요구였다. 이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었다. 한진중공업 투쟁의 상징성이 너무 큰 탓에 유성기업 투쟁은 운동진영으로부터도 소홀해지고 있다. 

밤에는 잠 좀 자자!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자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일부는 사측의 요구대로 공장으로 복귀했으나 나머지는 일괄복귀를 주장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직장폐쇄' 가운데 유성기업은 공장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철조망이 쳐진 공장 안은 용역깡패들이 진을 치고 있고 바깥은 경찰이 철통같은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본의 사병(私兵)이다. 직장이 폐쇄되었는데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은 자본이 불법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을 공장 바깥으로 내몬 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들만 불러들여 일을 시키고 있다. 들어올 때마다 항복을 받고 굴종을 강요한다. 벌써 공장 안에는 기존 노조와 다른 노조도 만들어졌다.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시작한 직장폐쇄니까 민주노조에 대응하는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없애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

8월 5일 법원에서 노조가 제기한 직장폐쇄철회가처분 심리가 열렸다. 판사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가 합당한 지에 대한 법리해석 보다는 노조 측에 복귀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는 사용자가 제시하는 조건과 유사했다. 노조의 일괄복귀가 아니라 단계별 선별적 복귀였다. 제대로 된 법원이라면 사측에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풀 것을 명해야 한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직장을 폐쇄하는 것은 매우 불법적인 조치다. 이 날 조합원들은 천안역에서 선전전을 한 뒤 법원에 가서 방청을 했다. 직장폐쇄가 풀리고 하루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기대감으로 임했다. 그러나 법원은 결국 회사 입장에서 노조 측에 복귀 조건만을 제시한 셈이다. 법원 결정은 다시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는 주장은 뒷전으로 밀리고 이제는 공장복귀문제만 남았다. 그러나 공장으로 복귀하는 문은 낙타를 타고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까다롭다. 장애물경기처럼 서서 들어오지 말고 엎드리거나 기어서 들어오라는 말이다.

'소금꽃'과 더불어 '농막꽃'도 피워보자!


8월 6일부터 8일까지 공장이 휴가에 들어갔다. 이에 맞춰 농성중인 노동자들도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말이 휴가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휴가비는커녕 월급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이지만 장기간 농성에 지친 노동자들은 며칠이라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 7월 27일부터 연대단체들이 공장입구 굴다리 밑에서 릴레이농성을 시작했다. 8월 5일까지 200여명이 함께 했다. 농성 조합원들의 휴가와 함께 연대단위들도 농성을 멈추기로 했다. 8월 9일 농성조합원들이 돌아오는 때에 맞춰 다시 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투쟁하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희망버스가 '소금꽃'을 피웠다면 밤에는 농막에서 투쟁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8월 9일부터는 '농막꽃'도 피워보자!
#올빼미 #유성기업 #주간2교대 #한진중공업 #농막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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