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거 앞둔 국립대학, 명절 때 선물 나돌아"

경상대, 오는 9월 총장 선거 ... 출마예상자들 명함·인사장 넣어 돌려

등록 2011.08.09 18:31수정 2011.08.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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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러진 몇몇 국립대 총장선거가 탈·불법으로 얼룩져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진주 경상대에서 총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관심을 끈다. 경상대 교수 사이에서는 총장선거를 앞두고 1~2년 전부터 온갖 선물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 총장 선거 관리를 맡고있는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선거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상대 총장 선거는 오는 9월 28일 치러진다. 공고는 9월 8일이며, 후보 등록은 9월 14~15일 사이다. 경상대 총장 선거에는 8명의 교수가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상대 교수회는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 채비에 들어갔으며, 선거 관리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맡았다.

한편, 올 3월 치러진 창원대 총장 선거에서는 출마자가 동료 교수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중간에 해당 후보가 사퇴했다. 지난 7월 치러진 부산대 총장 선거에서는 교수 3명이 불법선거 혐의(벌금)로 약식 기소되기도 했다.

부산대는 선거를 통해 총장 1순위와 2순위 후보를 가려내 교육과학기술부에 추천했다. 그런데 교과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로 총장 임명을 미루기로 했다. 부산대는 현 김인세 총장 임기가 끝나는 9월부터 총장대행체제에 들어가는데, 재선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함·인사장 넣어 명절선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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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총장 선거가 오는9월 28일 치러지는데, 경상대 교수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명절과 새해 때 총장 선거 출마예상자 명의의 선물이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성효

경상대 교수 사이에서는 총장 선거를 앞두고 오래전부터 선물 공세가 이루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교수는 "1~2년 사이 설·추석, 새해에 선물을 돌린 교수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람들은 총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단과대학 학장에 당선되거나 학과 행사 때 축하화분 등을 보내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장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A교수는 명함을 넣어 2007년 9월부터 멸치와 벌꿀, 사과 등을 추석과 설날에 선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A교수는 평소 차에 벌꿀을 싣고 다니면서 만나는 교수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하며, 심지어 어떤 교수는 동일한 선물을 두 번이나 받아 되돌려 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밝혔다.

또 B교수는 인사장이나 명함을 넣어 지난해 추석 무렵에는 10만원 상당의 한과, 올해 설날 무렵에는 곶감을 교수들의 집으로 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C교수는 올해 설날 무렵 '근하신년'이라는 인사장과 함께 선물을 교수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몇몇 교수들은 각종 학과 행사에 축하화분을 보내기도 하고,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또 교수 사이에서는 최근 해외연수를 다녀온 교수들에게 선물을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교수 "평소 관행대로 해온 것"

하지만 해당 교수들은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물을 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장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세 명의 교수 입장을 들었다.

A교수는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많이 나돌고 있다. 명함이나 인사장을 넣어 벌꿀이나 사과를 선물한 적이 없다. 명절에 선물을 했다면 선거와 관계없이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분들에게 인사차 했을 것"이라며 "선거 관련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교수는 "평소 친한 사람들에게 관행으로 해온 것이다. 보직을 맡고 있을 때도 해왔다. 선거와 관계없고,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C교수는 "일상적인 선물은 선거 관련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선물세트를 한 적이 없다. 평소 도움을 받고 진주지역에 친하게 지내는 분들에게 새해를 맞아 선물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경상대 교수회장 마대영 교수는 "선물을 했다면 뜻 없이 이전대로 했을 것이다. 최근 다른 대학에서 문제가 부각되면서 교수들이 경각심을 가진 것 같다. 대학 총장 선거는 다른 선거와 다르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교수들은 선거와 관련해 선물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선거에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선거일 180일 이전은 해당 안 돼 ... 조사할 것"

대학 총장 선거는 일반 공직선거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직선거에서 기부·매수행위는 상시 처벌 대상이지만, 교육공무원은 '선거일 180일~선거일'만 처벌 대상이다. 대학 총장 선거는 선거일 180일 이전에 기부·매수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대학 총장 선거는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돼도 불이익이 없다. 공직선거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당선 무효이지만, 대학 총장은 퇴직이나 당선무효에 대한 규정이 없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에 보면, 총장 선거는 선전벽보와 선거공보, 이메일을 이용한 선거운동, 합동토론회만 허용하고 있다. 출마(예상)자가 선거인을 모으거나 직접 접촉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출마자가 교수 연구실을 직접 방문해 지지를 부탁하면 안 되는 것이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총장 선거는 선거일 180일 전에 물품이나 금품을 돌린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 일반 공직선거의 경우 상시 기부·매수행위를 금지하지만, 총장 선거는 선거일 180일부터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 대상이 된다. 교육공무원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장 선거 출마예상자들이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날 무렵에 선물을 돌렸다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도 금품을 돌린 행위가 있는지, 교수연구실을 직접 방문해 지지를 부탁했는지 등 불법사례에 대해서는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공무원법 #국립대 총장 선거 #경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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