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이'의 그림 솜씨, 우리가 보존합시다

제주 시골마을 담벼락에 새겨진 꽃들, 관심필요

등록 2011.08.12 16:15수정 2011.08.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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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담벼락에 당시 건축을 하는 사람들의 솜씨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왕궁에는 꽃담이 있었고, 민가에서도 꽃그림을 그려 넣었다. 지금도 이 전통(?)은 명맥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 지저분한 동네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을 담벼락에 꽃들을 페인트로 그려넣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인트로 그려진 꽃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가끔 제주의 시골 마을 올레길을 걷다가 시멘트를 바른 담벼락에 새겨진 꽃들을 발견한다. 페인트로 그린 것이 아니라 시멘트를 바르고 굳기 직전에 꽃 모양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대개 30여 년 이상된 낡은 건물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일을 맡은 미장이들이 한껏 솜씨자랑을 해 놓은 것이다. '미장이'란 건축 공사에서 벽이나 천장, 바닥 따위에 흙, 회, 시멘트 따위를 바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제주에선 미장이를 보통 '사깡'이라 부르는데 아마도 일본말의 잔재인듯하다.

 

미장이가 아무리 솜씨 자랑을 하고 싶어도 주인의 허락없이 함부로 그려놓을 수는 없을 터이고, 그려넣을 당시를 회상하는 노인들은 일종의 서비스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솜씨 좋은 미장이를 만나거나 마음좋은 건물주를 만나면 꽃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솜씨 좋은 미장이가 주인한테 서비스로 만들어 준, 쓱쓱 그려낸 이 아름다운 꽃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서는 보존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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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의 담벼락꽃 제주시 서쪽으로 해안을 따라 조금가면 이호라는 마을이 나온다. 이호 테우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그 마을의 어느 담벼락엔 이렇게 멋진 시멘트로 만든 꽃그림이 있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부조가 맞을듯한데 정말 이름없는 어떤 미장이가 한껏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어릴적엔 이런 작품(?)들을 참 많이도 봤다. 그러나 이젠 이런걸 그리는 미장이도 그리고 그걸 허용하는 인심좋은 건축주도 없다. ⓒ 송동효

▲ 이호의 담벼락꽃 제주시 서쪽으로 해안을 따라 조금가면 이호라는 마을이 나온다. 이호 테우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그 마을의 어느 담벼락엔 이렇게 멋진 시멘트로 만든 꽃그림이 있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부조가 맞을듯한데 정말 이름없는 어떤 미장이가 한껏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어릴적엔 이런 작품(?)들을 참 많이도 봤다. 그러나 이젠 이런걸 그리는 미장이도 그리고 그걸 허용하는 인심좋은 건축주도 없다. ⓒ 송동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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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의 담벼락 꽃 제주시 동쪽마을인 조천의 어느 폐가에 남아 있는 그림이다. 건물은 다 쓰러져 가는데 수돗가를 가리는 나지막한 담벽에 이 꽃그림이 남아 있다. ⓒ 송동효

▲ 조천의 담벼락 꽃 제주시 동쪽마을인 조천의 어느 폐가에 남아 있는 그림이다. 건물은 다 쓰러져 가는데 수돗가를 가리는 나지막한 담벽에 이 꽃그림이 남아 있다. ⓒ 송동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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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능의 담벼락꽃 제주올레 14코스를 걷다보면 아름다운 금능해변이 시작되기 직전 마을에 있는 담벼락 꽃이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많이 훼손되어 있다. ⓒ 신창범

▲ 금능의 담벼락꽃 제주올레 14코스를 걷다보면 아름다운 금능해변이 시작되기 직전 마을에 있는 담벼락 꽃이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많이 훼손되어 있다. ⓒ 신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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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의 담벼락꽃 함덕에서 발견한 시멘트 꽃. 이건 특이하게도 바닥에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도 벽보다는 바닥이 섬세하게 표현하기 더 좋아서였는지 여타 작품중 가장 훌륭한 작품 같다. ⓒ 신창범

▲ 함덕의 담벼락꽃 함덕에서 발견한 시멘트 꽃. 이건 특이하게도 바닥에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도 벽보다는 바닥이 섬세하게 표현하기 더 좋아서였는지 여타 작품중 가장 훌륭한 작품 같다. ⓒ 신창범

그동안 밋밋한 시멘트벽에 아로 새겨진 이 꽃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제주의 사진작가인 송동효씨(루체사진공방)가 발품을 팔아가며 이 꽃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제주의 또 다른 볼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길과 자연 풍광 말고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은 많다. 그중 이런 꽃들이 있는 건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건물들은 이미 많이 낡았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이런 꽃들은 앞으로도 오래 피어있을 수 있다. 세계 7대자연경관 투표에 들어가는 홍보비의 극히 작은 일부로도 이 아름다운 꽃들은 보존될 수 있다.

#제주올레 #담벼락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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