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암살설' 오보, <중앙>은 사과해라

'북 암살조' 근거 없이 호들갑 떤 언론과 정치인은 반성해야

등록 2011.08.20 11:50수정 2011.08.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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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암살하려는 북한의 특수임무조가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9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다짐해 온 김 장관에 대한 북한 암살조가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과 미국의 군·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암살조 색출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10일 <중앙일보> 북한 '김관진 암살조' 국내 잠입

 

<중앙일보> 지난 10일자 1면 기사이다. 이어진 기사에는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요원을 직접 파견했는지, 제3국에서 외국인을 고용해 국내로 잠입시켰는지, 국내의 고정간첩에게 암살 임무를 맡겼는지는 현재까지 파악되진 않았지만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라 김 장관 암살조가 움직이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중앙>·홍준표·원유철, 김관진 암살설 기정사실화

 

"암살조가 움직이고 있는 것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내용은 '첩보'가 아니라 이미 '정보' 단계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명 '왕재산'사건을 두고 공안당국과 민노당 등 당사자가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보도라 사실 여부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견되었고 대부분 언론은 이를 집중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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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암살설이 보도되자 언론들은 이를 집중 보도했다. ⓒ 다음

김관진 암살설이 보도되자 언론들은 이를 집중 보도했다. ⓒ 다음

원유철 국회국방위원장은 10일 김 장관 암살시도설에 대해 개인성명에서 "대한민국 안보수장인 김 장관에 대한 암살 기도는 대한민국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며 "정부는 김 장관에 대한 완벽한 신변안전 및 경호조치를 취해야 하고, 공안당국은 수단, 방법을 총동원해 암살조는 물론 국내에 잠입해 활동 중인 불순분자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록 개인성명이지만 국회국방위원장 성명이라 무게를 더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11일 최고위원회에서 "북한의 도발은 '김정은 3대 세습'을 앞두고 김정은을 추종하는 젊은 강경파들이 득세하면서 인민무력부장의 통제를 벗어난 데 따른 혼란"이라며 "김 장관 암살테러 음모설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북한 젊은 군부 강경파의 책략"이라고 암살설에 힘을 보탰다.

 

<조선닷컴>"원수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는 교묘한 왜곡

 

이런 발언이 이어지자 누구보다 좋아할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10일 <北이 암살조 파견한 김관진 "원수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제목 기사를 실었다. 제목만 읽은 독자들은 암살조 보도 후 한 말로 이해해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는 김관진 장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이순신 장군이 노령해전을 앞두고 난중일기에서 쓴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글을 김 장관이 올해 초 신년사 격인 지휘 서신 제1호에서 "2011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추는 '침과대적(枕戈待敵)'의 자세로 적을 압도하는 전투형 부대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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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은 김 장관이 올해 초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를 인용한 것을 암살설때 한 것처럼 제목으로 잡았다. 교묘한 왜곡이다 ⓒ 조선닷컴

조선닷컴은 김 장관이 올해 초 이순신 장군 난중일기를 인용한 것을 암살설때 한 것처럼 제목으로 잡았다. 교묘한 왜곡이다 ⓒ 조선닷컴

 

올해 초 발언을 이번 암살설에서 발언한 것처럼 아주 교묘하게 왜곡한 것이다. 왜곡은 독자들이 잘못 판단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게 한다. <조선닷컴>의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kbk55**'은 "근래에 보기드문 애국심이 대단한 분이다. 정말 이런 장관처럼 국가관이 투철하고 강직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었으면 한다. 정말 지도자감이다. 아마 얼마 안가 국민들이 존경할 인물일 것이다."

 

'msy6***'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아!!! 金관진을 보고 배워야한다!! 내 목숨 바쳐가며 나라를 이끈다는 깊은 애국심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한다!! 자기 가족 만을 위해 몹쓸짓거리를 하는 이 나라 정치인들. 김 장관을 오늘 이렇게 만나니 정말 눈물나게 고맙다! 김관진 장관님!정치무대에 오르세요! 끝까지 밀어드리겠습니다. 이 나라를 이끌어주세요! 믿음이 가는 김관진 국방!"

 

제목을 교묘하게 왜곡함으로서 독자들 판단력까지 왜곡시켰다. 언론으로서 자기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비판받아야 한다. 언론이 사실을 교묘하게 할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는지 <조선닷컴>은 알아야 한다.

 

김관진 트위터로 암살설에 힘 보태

 

특히 김 장관은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랜만에 트위터에 글을 남기지만 여러분의 멘션(쪽지)은 늘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후, "저와 관련된 언론보도 때문에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군요. 저는 건재하고 임무수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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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12일 트위터에 "건재하다"는 글을 남겨 암살설에 힘을 실었다. ⓒ 김관진

김 장관은 12일 트위터에 "건재하다"는 글을 남겨 암살설에 힘을 실었다. ⓒ 김관진

결국 김 장관 스스로 암살설에 힘을 보태고 만 것이다. 김 장관은 암살조가 투입되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언론은 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보수 인터넷 언론인 <데일리안>은 14일 칼럼니스트 김영명씨 이름으로 쓴 '김관진 암살로까지 촉수 뻗친 북의 노림수'같은 칼럼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작금 북한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파상적인 대남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남기지 않음으로써 천안함 사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자작극'이니 ´조작´이니 하는 내분을 일으키게 하여 사회혼란을 조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어떻게 해보려는 저의가 숨겨져 있음을 알고 그 같은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쉽게 말해 김관진 장관 암살조를 믿지 않으면 천안함 사건을 믿지 않는 불순분자라는 것이다. 암살'설'인데도 사실이라고 우기면서 불순분자로 만들어버리는 보수우익세력의 무서운 논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불과 8일 만에 김관진 암살설은 정말 '설'이었다. 김 장관은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 암살조가 국내에 잠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추측성 보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매우 심각한 오보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첫 보도를 한 <중앙일보>와 암살설에 무게를 실은 홍준표 대표와 원유철 국회국방위원장, 그리고 14일까지 트위터를 통해 암살설에 힘을 실어 준 김관진 국방장관까지 사과해야 한다. 기사제목을 교묘하게 왜곡한 <조선닷컴>도 마찬가지다.

 

보수세력은 정부를 비판하면 불순분자들이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면 색출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바로 이런 것이 유언비어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과와 책임을 통해 바로 잡아야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오보와 왜곡이 없을 것이다.

#김관진 #암살조 #중앙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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