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종이 아닌 오세훈 종이 되려는 정치목사들

더 이상 죄 짓지 말자 한국교회와 목사들이여

등록 2011.08.21 10:22수정 2011.08.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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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개신교)안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적게는 6:4에서, 많게는 7:3 비율이다. 왜 남자들이 여자보다 적을까. 많은 이유 중 우스갯소리 같지만 교회가 술과 담배를 금하는 것도 한 몫했다. 그럼 성경은 술과 담배를 금할까. 그렇지 않다. 물론 "술 취하지 마라"는 성경 구절이 있지만 그 자체가 술을 마시지 마라는 것은 아니다.

유럽 교회는 진보와 보수신학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술과 담배를 금하지 않는다. 어떤 신학자는 대놓고 파이프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자기가 쓴 책이 버젓이 실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미국 교회는 술과 담배를 금하는 교파가 많다. 한국교회가 대부분 미국 선교사들에게 복음을 받아 들였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금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물론 나처럼 미국식 보수신학을 공부했지만 술과 담배만큼 관대한 사람이 있기는 하다.

미국식 자본주의 이식 받은 한국교회, 파멸로 달려가

문제는 미국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면서 철저히 미국식 자본주의도 이식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자본주의가 성경에 바탕을 두었다고 생각하지만 성경은 자본주의를 역설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식 자본주의는 약육강식이다. 이것이 한국교회에 그대로 이식되어 대형교회가 생겨나고 세상보다 더 자본주의가 되어버렸다. 한국교회가 한 번씩 서울광장에 모여 성조기를 흔들며 조국처럼 여기는 이유도 미국식 자본주의와 보수신학 짬뽕이 낳은 비극이다.

그리고 미국 실용주의도 함께 들어와 자기 희생을 통해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유용성과 효용성만 있으면 된다는 의식이 교회에 침투했다. 요즘 한국 대형교회 목사들이 헌금유용과 성문제, 심지어 교회법을 어겨도 몇 십 년을 교회를 충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없이 넘어가는 이유가 바로 실용주의 영향 때문이다. 원인과 과정에 문제가 있어도 사람 숫자만 불어나고, 수천억 원짜리 건물을 지은 후 '하나님께 영광'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한국교회가 파멸로 가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는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형교회가 지향하는 모습을 보면 가난한 자와 약자보다는 의외로 강자 편에 선다. 대통령 선거 할 때마다 권력자와 손을 잡으려는 목사들이 의외로 많았다. 목사도 자기 정치 성향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노당, 참여당 등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있다. 대한민국 시민권자로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정당과 손잡거나, 후보자와 손을 잡고 설교나 공개된 자리에서 지지하는 것은 안 된다. 목사는 누누이 강조하지만 목숨을 걸고 불의와 악을 비판하는 존재로 권력과 손잡는 자는 아니다. 진보개혁세력이 집권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일부 목사들은 대놓고 "이명박 지지"를 외쳤다.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는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것"이라고 했다. 자기가 하나님이 된 것이다.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는 "예수 잘 믿는 장로님이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게 해달라"며 신도 3만여 명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S교회'는 '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신문형태 이명박 후보 홍보물 4만 부를 모아두기도 했다. 

이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간단하다. 장로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하나님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도 안 되지만 그렇게 될 수도 없는 일로 참 어처구니가 없고, 통탄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바람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하니 한국교회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소망교회 비롯 9교회 오세훈 지지, 성경 어디에도 무상급식 반대 가르침없어

그리고 이번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밀어붙인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한국교회 몇몇 대형교회가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강남 소망교회(담임목사 김지철)와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김선도 목사(광림교회), 서상식 목사(기독교시민운동중앙협의회), 김수읍 목사(범양선교회), 김운태 목사(은혜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 신신묵 목사(한강중앙교회) 등이었다. -<경향신문> 선관위, 소망교회 등 교회 9곳 주민투표법 위반 단속 지시

선관위는 지난 18일 각 구 선관위에 '종교단체의 주민투표법 위반행위 예방-단속 철저 지시'라는 제목 공문에서 "최근 일부 교회 등 종교지도자들이 설교시간 등을 이용하여 주민투표에 관한 편향된 발언을 하는 등 종교적인 특수관계를 이용하여 주민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목사가 설교시간에 무상급식을 반대했다니 충격이고 부끄럽다. 설교는 성경을 해석해 말하는 시간이지 자기 이념과 사상과 생각을 말하는 시간이 아니다. 백 번 양보해 무상급식 반대가 성경 정신에 합당하다면 선거법 위배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설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경 지식이 부족해 그런지 몰라도 아무리 살피고 살펴도 무상급식 반대는 성경 가르침이 아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시민을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이루신 것이 '사랑'이다. 오히려 원시 기독교는 공동분배 모습이 나타난다.

많은 신도가 다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서, 누구 하나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사도행전 4장 33절

어떤 사람들은 이를 초기 공산주의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석하지 않더라도 우리 시대 50%단계적 무상급식이나 선별적 복지보다는 무상급식과 무상의료에 더 가까운 가르침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이들 밥그릇을 차별하지 말자에 반대를 하다니, 선거법을 따지기 전 설교를 빙자해 하나님 말씀을 왜곡한 것이다.

성경 가르침이 이럴지라도 자기 양심에 따라 무상급식을 지지하거나 50%단계적급식을 지지할 수 있다. 이를 목사가 강제할 수 없다. 한국교회에서 설교는 거의 절대성이다. 그런데 설교 시간에 오세훈 지지를 호소하며 무상급식 반대를 강조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까지 빼앗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하나님의 뜻'? 통곡할 일

<불교방송>은 지난 9일 양원준 복지포퓰리즘추방운동본부 부위원장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민투표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교회 장로라고 밝힌 뒤 "선관위 추첨 결과 '단계적 무상급식안'이 투표 용지 상단에 위치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었다. 양 부위원장은 <불교방송>과 전화통화에서 "해당 발언은 신앙인으로서 평소 언어구사 습관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무상급식과 종교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참 통곡할 일이다. 하나님 뜻이라고 갖다붙이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자기들 주장 내용이 상단에 위치했다고 하나님 뜻이라니. 만약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부결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금만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인데도 하나님 뜻을 무조건 갖다붙인다. 하나님을 자기들 이익을 이용하는 신성모독을 범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신자들에게 무상급식 반대를 외친다. 두렵고 떨린다.

오세훈 종이 되지 말자

이것도 모자라 투표참가운동본부가 시민들에게 보낸 문자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문자가 전송된 번호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중심이 된 보수단체인 '한국미래포럼'의 대표번호로 밝혀졌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투표참가운동본부는 20일 오후 시민들에게 "비겁한 투표방해 세금폭탄 불러옵니다"라며 "8월 24일 (수) 꼬~옥 토표합시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전송했고 한다.

누리꾼 반응은 싸늘하다. <머니투데이>의 '"비겁한 투표방해" 휴대폰 문자 살포... 네티즌 논란' 기사에 다음 누리꾼 Gideon***'은 "저도 기독교인지만 정말 창피"하다며 "이들은 기독교에 이단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치는 독버섯 같은 자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이킥'은 "누가 투표를 방해했나, 웬 세금폭탄? 수십조 부자감세와 수십조 4대강은 말도 못하면서 700억 들어간다는 무상급식이 뭔 놈의 세금폭탄이냐?"고 따져 물었다. '빛의 영' 역시 "자기 이득을 좀 더 포기해서라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주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던가요? 심한 말 좀 할 게요. 같은 기독교인으로써 '진짜' 쪽팔린다"고 탄식했다. 

어떤 누리꾼은 "난 서울시민도 아닌데 왜 나한테 문자가 온건지. 진짜 내 번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헛웃음마저 자아내게 했다. 부끄럽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예수쟁이로 이분들께 사죄드린다. 

다시 말하지만 전면 무상급식과 50% 단계적 급식은 '절대'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절대 문제로 생각해 오세훈을 지지하는 것이 하나님 뜻이라며 설교 시간에 목사가 강론하는 것은 하나님 종이 아닌 오세훈 종이 되고자하는 일로 죄 짓는 일이다. 더 죄짓지 말자, 목사들이여. 하기사 누구를 비판하겠는가. 바로 목사인 내 죄인 것을. 거듭 사죄드린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뷰에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뷰에 실립니다.
#오세훈 #무상급식 #소망교회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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