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 섬을 '바다 위의 궁전'이라 부른다

바람처럼 스쳐가는 머물 수 없는 섬 외도

등록 2011.08.23 16:13수정 2011.08.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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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입담 좋은 안내원은 '며칠 동안 거칠게 파도쳤던 바다가 오늘은 아주 잔잔하다'고 말한다. 거제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해금강을 지나 해상공원인 외도로 뱃머리를 들이댔다. 거제도에서 외도 해상공원까지는 15분이나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나, 우리가 탄 배는 해금강을 경유해서 외도라는 섬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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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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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산 109번지. 거제도에서 4km떨어진 섬 외도. 2.3km의 해안선 길이와 빼어난 기안절벽으로 생성된 외도는 아주 조용했다.


햇빛이 강렬한 한여름 7월 말경, 외도를 찾았다. 외도 선착장에 내리니 제일먼저 눈에 띄는 것이 기암절벽이다. 이것으로 보아 이 섬이 바위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에서 계단을 올라가니 오르막 길이다. 이 섬이 다른 섬과 특별한 것이 있다면 작은 길과 숲, 그리고 하늘만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별함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바람마져 숨을 죽이는 섬길을 걸을 수 있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사방이 바다인데도 사방이 숲으로 우거져 있으니 바람 한 점이 없었다. 배 안에서 샀던 생수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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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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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외딴섬에 그처럼 각약각색의 식물들을 연출했던 주인공은 누구일까? 외도는 원래 물과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바위섬이었다 한다. 그런데 해상농원 외도의 설립자는 이 섬의 유혹에 빠져  섬을 사들여 4만 7천여 평의 농원을 개간해여 해상농원이로 만들었다 한다.

아열대숲과 야자수 길, 선인장 거리, 그리고 동백길을 걷다보니 이 섬을 사랑하는 설립자의 땀방울을 느낄수 있었다. 섬의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기보다는 한 인간이 억척과 도전, 그리고 고독을 공감할 수 있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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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친자연환경적이 숲과 연계한 길에는 섬에 머무는 동안 쉴 수 있는 의자와 파란잔디가 인상적이다. 오르락내리락 섬 길에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었다. 자연을 소재로 만든 갖가지 소품들에서는 풋풋한 인간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이 섬을 '바다 위의 궁전이다'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궁전은 머무를 수 없는 섬이다. 외도해상공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여름철은 6시)까지만 문을 연다. 사방이 개방 돼 있으니 언제든지 방문해서 자고 갈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도해상공원은 기껏해야 2시간 정도만 머물 수 있다는 것. 숙박이 되지 않고 승용차의 입도가 허용되지 않은 섬이다보니 지상의 낙원처럼 청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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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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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외도 섬길에서의 포인트는 '비너스 가든'이 아닌가 싶다. 지중해에 온 기분이랄까. 비너스 상과 동백나무의 조화로움, 특히 버킹검궁 후원을 구성한 섬의 정취에 빠져 들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곳은 '전통 조각공원'. 쉬엄쉬엄 걷기도 하고 잔디밭에 앉아서 섬의 정취에 빠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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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외도 ⓒ 김강임


2시간 동안 머물면서 잠시 명상에 잠길 있는 '명상의 언덕'도 특별하다. '명상의 언덕'은  여름철에 가면 일상에서 찌든 땀을 벗길 수 있는 가장 시원한 곳이 아닌가 싶다. 특히 명상의 언덕에 서 있는 교회는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가슴을 뛰게 한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주 작은 교회, 이 교회를 보면 누구나 기도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내게 가장 친숙한 정원을 꼽으라면 '코카스 가든'.  아마 그것은 야자수 나무와 제주도의 냄새가 풀풀 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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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쵤영지 외도 ⓒ 김강임


하룻밤 고독과 외로움에 몸을 담가보고 싶은 섬 외도, 그 섬은 머물 수 없기에 더욱 아쉬만 남겼다. 바람처럼 스쳤다가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언덕길을 올라 전망대에 섰다. 외도 선착장으로 배가 한척 들어왔다. 약속이나 한듯 어디서 나타났는지 섬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외도 선착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떠나가는 것은 모두 아쉽다. 배에서 멀어지는 해상공원 외도는 유령의 섬처럼 내 가슴속에서만 떠다닐 것이다.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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