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사이에 어떤 금전거래도 없었다 확신"

단일화 중재했던 백낙청 교수 "박명기 교수의 어려움, 상식으로 짐작하기 힘든 수준"

등록 2011.09.02 10:46수정 2011.09.02 14:14
0
원고료로 응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 남소연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재자로 나섰던 원로 가운데 한 사람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원로들이 단일화를 대가로 돈 지급을 약속했다'는 박 교수 측의 진술을 반박한 이해학·김상근 목사와는 달리 백 교수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백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간의 관심사일뿐더러 제가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단일화' 과정에 관여했으니 저도 당연히 한 마디 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후보단일화 과정 당시 곽노현, 박명기 두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금전거래나 금전거래 약속도 없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나아가 곽 교육감의 이후 처신이 평소 제가 알고 신뢰하던 곽노현 교수의 인격에 크게 어긋나는 바 없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명기-곽노현 사이 상식을 초월하는 많은 곡절 있어"

백 교수는 "물론 박명기 교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선의로 2억 원을 주었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면서 "그러나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교수의 경제적·정서적 어려움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짐작하기 힘든 수준이었고, 이로 인해 곽 교육감과의 사이에 역시 상식을 초월하는 많은 곡절이 야기되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백 교수는 "그런 사정들을 좀 더 곡진하게 파악하면서 저 자신은 곽노현 교육감이 말한 '선의의 지원'이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라고 수긍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그('대가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당연히 사법부에 맡길 일이다. 그런데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법부의 최종판단 이전에 곽 교육감이 사퇴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라며 "이에 대해 저는 몇 가지 차원을 구별해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먼저 '도덕성 차원'과 관련해 백 교수는 "저처럼 그(곽 교육감)의 기본적 도덕성을 여전히 신뢰하는 경우에도 엄청난 물의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경우는 사퇴 여부를 일단 그에게 맡기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그를 패덕자로 몰아치는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사퇴를 압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요즘 검찰과 거대신문들이 함께 그를 압박해가는 양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공세를 연상케 하는 면이 없지 않다"면서 "또한 거대 법무법인(법무법인 바른)이 변호를 맡은 박명기 교수 측의 행태도 걱정스러운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도덕적으로 떳떳하다고 해도 서울교육청 엄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곽 교육감이 용퇴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하는 차원'과 관련해 백 교수는 "이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한 주장이다. 다만, 서울시민이 선거를 통해 맡긴 임무의 수행에 무엇이 유리할지는 일차적으로 곽 교육감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어느 한 쪽이 '선'이고 다른 쪽은 '악'이라고 볼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차원'과 관련해서도 백 교수는 "이 차원에서야 말로 하나의 정답이 있기 어렵다. 여러 가지 정황을 점검하면서 이성적이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나하고 달리 생각하는 쪽은 부도덕하다거나 지나치게 정략적이라거나 지능이 모자란다는 식으로 임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거듭 '신중론'을 주장했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 일조한 데 지금도 긍지 느껴"

a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지난 교육감 선거 곽노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던 김성오 선대본부 협상대리인과 박석운 선대본부 공동선대본부장, 조승현 선대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후보단일화 상황을 설명하자, 수많은 취재진들이 모여 열띤 취재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백 교수는 이어 "물론 현 상황이 더 없이 안타깝고 그것이 다분히 곽 교육감 자신의 부적절한 처사 때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저는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의 단일화에 일조한 데 지금도 긍지를 느낀다"고 단일화 과정의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백 교수는 "실은 단일화 시도가 진행되던 당시에 이미 돈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 박 교수 쪽에서 돈을 요구하고 곽 교수는 이를 거부해서 단일화가 안 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등과 더불어 제가 단일화 과정에 뒤늦게 개입한 것도, 자칫하면 큰일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백 교수는 "만에 하나 금전거래가 성립한다면 두 사람 다 죽는 길이요, 박 교수가 사퇴할 용의가 있음이 분명해졌는데도 돈 때문에 단일화에 끝까지 응하지 않는다면 그로서는 두 번 죽는 꼴"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우리가 양쪽 진영에 강력히 전달했고 두 사람이 원한다면 원로들이 중재하는 모양새를 갖춰주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튼 박명기 교수가 재정문제에 대한 미련을 안은 채로 우리들의 중재에 응해주었고 곽노현 후보의 승리가 가능해졌다"면서 "어쨌든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선거가 이 나라의 교육을 바로잡는 데 획기적인 한 걸음이었음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또한 "게다가 부수적인 후과를 하나 더 든다면, 곽노현 후보의 승리가 오세훈 시장의 경거망동을 유발함으로써 서울시민들이 더 나은 시장을 뽑을 기회를 앞당겨 갖게 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다.

"하긴 바로 이참에 곽 교육감 사건이 야권에 큰 '악재'가 된 게 기구하다면 기구하다. 그러나 세상에 한나라당만 악재를 안고 선거를 치르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저기서 온갖 악재들이 터져 나오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음을 다잡고 지혜를 모아 최선의 타개책을 찾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곽노현 #백낙청 #박명기 #서울시 교육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