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강제 졸업' 이전에 회유 받았다"

지난 9월 초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02학번 전상진(29)씨가 '강제 졸업'을 당했다. 퇴교나 출교가 아닌 '강제 졸업'이란 표현이 사용된 이유는 학교가 졸업하기 위해 필요했던 영어인증 요건을 폐지함으로써 전상진씨가 자신도 모르게 졸업을 하게 된 데서 나온 것이었다.

쉽게 졸업할 수 있게 됐다면 좋아할 일 같지만, 전씨가 그동안 해온 활동을 보면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전상진씨는 전(前) 총학생회 집행국장으로 그동안 주명건 전 세종대 이사장 퇴진과 정이사 복귀를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전씨의 이런 활동 때문에 일부에선 세종대의 졸업학칙 개정을 두고 학교 측의 '미운털 뽑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강제 졸업'이란 말은 트위터 등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동안 있었던 의혹과 논란에 대해 세종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개정 논의는 6월부터 나온 것으로 안다"며 "학생들의 졸업에 대한 편의를 봐주기 위한 학칙 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상진 학생 본인이 학칙 개정을 강제졸업으로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다만 시기적으로 그런 것이지 전혀 그런 건(미운털 뽑기라는 의혹) 없다"고 강조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지난 9월말 세종대에서 전상진씨를 만났다.

- '세종대 강제졸업'이 SNS를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다. 듣기론 강제졸업의 발단이 된 일명 '락카칠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2010년 7월 전역을 하니, 영어 인증 수업만 들으면 졸업이었다. 나는 장차 언론인이 되는 것이 꿈이어서 취직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세워진 상태였고, 비대위를 하던 후배들이 힘들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 와중에 주명건 전 이사장이 정이사로 복귀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주 전 이사장이 학교를 떠난 이후 만든) 학교의 상징인 '스퀘어 UI(한글을 형상화한 세종대 상징물)'가 폐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에 대한 대항으로 '락카칠 사건'을 벌였고 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Joo님의 상징>을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락카칠 사건으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으나, 올해 1학기에 졸업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무기정학 처분을 풀어줬다."

전상진씨를 비롯한 세종대생 5명은 2010년
10월, 세종대의 상징이었던 한글을 형상화한 모양의 '스퀘어 UI'를 학교 건물과 도로 곳곳에 락카로 그려넣었다. 7년 전인 2004년 교육부 감사결과 113억 원 환수 조치를 받은 주명건 전 이사장이 2010년 8월 명예이사장으로 임명되어 정이사 자격으로 학교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이와 함께 학교측이 세종대의 스퀘어 UI를 라틴 UI로 바꾸자 이를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게 전씨의 설명이다.

전씨가 락카로 그려넣은 한글을 형상화 한 '스퀘어 UI'는 주명건 전 이사장이 113억 횡령 의혹으로 물러난 뒤,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의미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주명건 전 이사장이 명예이사장으로의 복귀를 앞둔 2010년 4월, 세종대 이사회에서 해당 UI는 대학의 창학이념과 정통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됐고 주 전 이사장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라틴 UI로 바뀌었다. 현재 학교측은 라틴 UI를, 총학생회는 스퀘어 UI를 쓰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세종대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라틴어 교포는 원래 있었던 것으로 정통성 유지 차원에서 다시 바꾼 것이고 2010년 5월에 바뀐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오히려 한글 모양으로 학교 UI(스퀘어 UI)를 바꾼 것이 (나중에 바꾼 UI를 설립자분들에겐 보여드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행정부서가 학교법인에 보고나 결재 없이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주명건 명예이사장이 갖고 있다는 라틴 UI 특허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에서 주명건 전 이사장이 113억을 횡령해서 쫓겨났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라며 "교비 집행이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세종대, 학교 법인 다 포함해서 113억인 것이지 횡령은 아니"라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이사 선임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곳곳에 그려진 스퀘어 UI에 대해 학교는 자체징계로 반성문을 쓰게 하고 무기정학 조치를 취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검찰에 이들을 고발했다. 학교측은 당초 입은 피해가 3000여 만 원에 달한다고 했으나, 검찰은 100만 원에 이들을 약식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학교가 다시 항소해 지난 9월 29일에 2차 공판이 벌어졌으나, 학교 측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전상진씨는 이러한 과정을 <Joo님의 상징>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졸업한 학교... '전과 3범'을 졸업장으로 받았다"

- 그렇다면 '강제졸업'은 어떻게 진행된 일인가
"사실 올해 1학기에 졸업에 필요한 영어 인증수업을 듣지 않았다. 원래는 다른 수업을 듣고 졸업준비를 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 했다. 그러던 중 6월 말경, 계절학기 개강 전날 학생지원과장에게 "좀 만나자. 조용히 할 이야기가 있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

학생지원과장은 1학기 때 졸업을 안했는데 하계 계절학기 때 영어과목 3학점을 듣고 졸업하는 것이 어떠냐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사실 재판도 진행 중이고 1심에서 형량이 줄어든 이유가 아직 학생인 점을 재판부에서 참작하기도 해, 아직은 졸업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2심 재판은 지난 9월 29일 열렸으며 학교 측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학생지원과장은 내가 졸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수강신청으로 보여주면 학생처장이 총장에게 말해서 락카칠 사건의 당사자 간 합의를 해주겠다고 하며 하루동안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수강신청은 다 끝났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냐는 질문에 학적과와 미리 이야기가 됐다며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라 했다. 이런 특혜는 달갑지 않다는 내 말에 학생지원과장은 "좋게 가자, 조용히 졸업해라. 하루동안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고민이 되더라.

계절학기 개강일인 6월 30일, 수업 시작 한 시간 전에 다시 연락이 왔다. 졸업에 대해 생각해보았냐고. 그 질문에 2학기에 정상적으로 영어 인증수업을 듣고 졸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9월 1일 학사정보서비스에 들어갔는데, 졸업생으로 처리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행정적인 오류인줄로만 알았다. 학적과에 문의하니, 7월 1일자로 교무위원회에서 학칙이 변경됐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수업과에도 물어보니 급하게 바뀐 학칙이라 잘 모르는 일이란 이야기만 했다."

- 방금 말한 졸업과 관련된 회유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도 황당해서 교무처장을 직접 찾아갔다. 들어가니 교무처장과 수업과장, 학적과장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모두 다 모르는 일이란다. 그래서 헌법이 바뀔 때도 소원인이 있고 민원도 민원인이 있지 않느냐며 이 학칙 변경에 대한 민원인이 누구인지, 제도를 바꿈으로 인해서 혜택 받는 게 몇 명이냐고 물었다.

5명 내외. 다시 물으니 3명 안쪽이라 말했다. 이건 나를 위한 '맞춤형 학칙'인 셈이다. 바뀐 학칙의 내용은 10학기 등록자는 영어과목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무기정학 처분을 받아서 등록이 늦어진 상태다. 게다가 한 학기 영어수업을 신청하지 않았으니, 10학기를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졸업에 관한 학칙은 취직에도 중요한 문제인데, 학생단체나 대표자들과 상의가 됐냐는 질문에 홈페이지에 공고를 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이런 중요한 사안을 그냥 팝업창도 아닌 게시글 하나로 올렸다. 게시글 특성상 글이 새로 올라오면 계속 밀리는 구조다. 또 학칙 개정에 해당하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는데 통보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 그렇게 학칙을 바꿀 것이면 6월 말에 있었던 전화는 무슨 의미였을까?
"내가 그 회유를 받아들였으면 학칙이 변경이 됐겠냐고도 물어봤다. 학교는 원래부터 학칙개정을 위해 준비를 했었단다. 원래 학칙을 변경하려면 회의에서 제안과 논의를 거쳐 한 달은 족히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총학생회가 제안한 학점이월제는 2학기에 한시적으로 도입 중인데, 그 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렇듯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관한 학칙 변화에 학교가 이렇게 빠른 적이 없었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때 총무처에서 '락카칠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에 항소를 하면서 2심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8월 20일에 공판이 잡혔는데 총무처장 명의로 법원에 진정서가 날아왔다. 그 내용은 "전상진 학생은 죄를 뉘우치지 않고 교직원들과 학교 기물에 추가적인 범행의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2학기에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미 졸업자로 분류가 되어있는데, 한쪽은 졸업을 시키고 다른 쪽은 학생으로서 엄벌에 처하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말이 안 되는 행위다. 이 일은 학교에 대항하는 학생을 학교가 얼마나 짓밟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교무처장이 졸업을 축하한다고 하더라. 이 때 처음으로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아들이 대학을 오래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졸업식에 예전부터 꼭 오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이런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나.

학교는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가진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학생을 대우하고 있다. 학교에서 나를 고발한 것만 3건이다. 나에겐 '전과 3범'이 졸업장인 셈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졸업은 했지만 주명건 전 이사장의 복귀를 철회하고,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12월까지는 학교에 있을 예정이다.

한편 학생지원과장은 전상진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으며, 더 말하고 싶지 않다… 졸업생은 학적과의 일이다"라고 답했다. 학교측 다른 관계자는 재판과 관련한 앞으로의 대응에 대한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세종대 측이 통과시킨 주명건 전 이사장의 정이사 선임안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이 아직까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9월 27일 세종대에서는 전상진씨의 주도로 주명건 전 이사장의 복귀에 반대하는 플래시몹 '위대한 300'이 열렸다. 학내에 주 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와 스퀘어 UI를 되살리자는 플래카드가 가득한 가운데 세종대 내의 크고 작은 문제가 언제쯤 합의점을 도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명건 전 세종대 이사장 무죄 판결

지난 2007년 3월 대법원은 재단 공금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주 전 이사장은 2004년 세종호텔 등 재단 소유 계열사에서 공사비와 직원 급여를 속이는 수법으로 1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 전 이사장 혐의와 관련해)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이 신빙성이 없고 공소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양태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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