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반대하면서 고기를 먹는다면?

대부분의 수입사료는 미국농산물

등록 2011.09.29 13:45수정 2011.09.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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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대문명의 모든 질곡이 자연과 멀어진데서 비롯되었다고 해 놓고 얘기를 시작하자. 손발에 흙 한번 안 묻히고 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은 도시민뿐 아니라 농민도 예외가 아니다. 크고 작은 농기계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다보니 흙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농사를 짓지만 흙과 가깝기는커녕 흙을 더 망가뜨리는 경우도 많다. 지구의 살갗인 흙을 파괴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삶도 파괴된다. <흙>의 저자 '데이비드 몽고메리'가 주는 교훈이다.

자, 이렇게 멀어진 자연과 인간의 틈새에는 무엇이 채워지고 있을까? 기계와 전자파가 들어있다. 원래 소재로 되돌이킬 수 없는 석유화학발암물질들이 있다. 신속함과 편안함이 들어있다. 모든 게 돈으로 표현되는 살벌한 계산식이 있다. 자연과 인간의 간극이 멀어질수록 이들이 득세한다. 이제는 도리어 역관계가 성립한다. 효율과 편리함과 돈벌이가 인간과 자연 사이를 이간질하며 간격을 더 벌리고 있다.

유기농, 자연농, 생태농 등으로 일컬어지는 농법에는 자연에 더 다가가고자 하는 농민의 염원이 서려 있다. 자연에 살짝 얹혀서 대자연에 감사하며 자연을 어지럽히지 않고 자연스레 하는 농사. 이러한 정신이 빠진 채 운위되는 유기농은 사기다. 농산물을 팔거나 직불금을 올리라고 주장 할 때는 홍수조절기능을 한다느니, 토양유실을 막는다느니, 지하수를 정화한다느니, 공기를 정화 한다느니 하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주장하고, 농사지을 때는 흙을 망가뜨리는 농부는 농부라 할 수도 없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채식이다.

유기농 정신, 자연농 정신과 육식은 맞지 않다. 자연을 가장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이 축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 비행기, 심지어 오토바이나 경운기까지 포함하여 세상 모든 교통수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축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기상이변의 첫째 공신(?)이다. 육식을 하는 농민은 자기 농사를 자기가 망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의도에서 한미FTA 반대시위를 하고는 영등포 시장에 와서 고깃국에 밥을 먹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소주잔을 곁에 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싸서 사 먹기 싶지도 않지만 그 고기가 국산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축산사료 자급률이 5% 내외이고 대부분의 수입선이 미국이다. 수입 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옥수수는 96.13%를 미국에서 수입한다.

외국 농산물 수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래서 자가당착이다. 한 해 740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하는 현실을 묵인하거나 촉진하는 일이 된다. 대두박이나 호밀, 유지 등을 합하면 1000만 톤이 넘는다. 우리나라 한해 쌀 생산량이 420만 톤 정도 되는 걸 생각 해 보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문제는 그 수입농산물의 99% 이상이 유전자조작식품(GMO)이라는 사실이다.


이래도 육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채식주의자들의 수다쯤으로 생각 할 것인가? 축산관련업에 환경 부담금을 물리자는 주장을 축산 죽이기로 몰아붙일 것인가? 전국의 기업과 학교 등으로 조용히 번져가고 있는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무시 할 것인가?

생협들에서 판매하는 생태축산이라 일컫는 고기들도 마찬가지다. 먹지 않아야 한다. 사료 중심으로 먹여 키우고 방목을 하는 축산마저도 만류하는 것은 그것이 엄청난 녹지를 필요로 하고 식량생산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식량위기는 지구촌 곳곳에 폭동을 일으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위험상태다.

유기농을 단지 논과 밭, 과수원에 비료나 농약 안 뿌리는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흙살림(흙살림 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흙살림(흙살림 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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