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학생생활규정 "의무·책임만 강조"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 경남지역 중·고교 429개교 규정·학칙 분석 결과

등록 2011.09.29 15:16수정 2011.09.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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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학칙을 분석해 보았더니 학생인권·권리보다 통제·의무만 강조하고 있었다. 이에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는 경남지역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학칙을 분석해, 그 결과를 29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는 전체 458개교 가운데 불충분한 자료를 제외한 429개교만 대상으로 했다.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는 29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역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과 학칙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윤성효


학생생활규정·학칙에 학생의 의사결정권(학생회 회칙 개정 발의권자)을 학생회가 갖는다고 명시해 놓은 학교는 18.9%(81개교)에 그쳤고, 11.2%는 학교가 갖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회칙에 없거나 확인불가'였다. 학생회 예산 편성권을 학생회가 갖고 있는 학교는 17.5%(75개교)에 그쳤다.

학생들의 사상․양심․종교 자유가 보장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서약서를 요구하는 학교가 무려 51.7%(222개교)에 이르렀다. 상당수 학교가 학생 대표 출마 자격 요건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품행단정은 26.6%(114개교) ▲성적 제한은 7.0%(30개교) ▲징계 유무는 31.7%(136개교) ▲교사 추천은 10.7%(46개교) 등이었다.

"학교 밖 집회 참여 때 학교장 허가 얻어야" 48.3%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석할 권리는 49.2%(211개교)에서 갖고 있었다. 학생들의 정당 활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한 학교는 53.1%(228개교)였고, 학생의 사회적 단체 참여를 금지한다고 규정한 학교는 53.8%(231개교)였다.

또 학교 밖 집회나 서클을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참여할 경우 학교장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한 학교는 48.3%(207개교), 표현의 자유를 금지한다고 규정한 학교는 33.8%(143개교), 집회․결사의 자유를 금지한다고 규정한 학교는 40.3%(173개교)였다.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는 29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역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과 학칙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윤성효


학생 복장을 규정해 놓은 학교도 많았는데, 신발의 가격(14.1%)·색상(21.4%)·형태(50.1%, 제한없음 4.8%, 확인불가 9.7%) 등을 제한한 학교는 전체 가운데 85.6%였다. 학생 가방도 가격이나 색상·형태 등에 대해 규제하는 학교가 많았다.

두발 규제를 규정해 놓은 학교는 76.5%(328개교)였다. 특히 겨울철에 필요한 방한용품의 경우, 색상을 규제하는 학교는 21.2%(91개교)였고, 못 입게 하는 학교는 3.7%(16개교)였으며, 규제가 없는 학교는 38.9%(167개교)였다.

학교에서 손(휴대)전화를 누가 보관하는지도 중요한데, 학생은 19.3%(83개교), 교사는 32.6%(140개교)였으며, 26.8%(115개교)는 '확인불가', 16.8%(72개교)는 '휴대 불가'였다(기타 4.4%). 국가인권위는 2007년 손전화를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거나 압수 내지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학생의 프라이버시와 통신자유를 침해한다며 금지 권고했는데, 이를 상당수 학교는 어기고 있는 것이다.

김현옥 집행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측은 학생생활규정이나 학칙만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 내용을 분석해 보니, 학생인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규정·학칙은 학생의 책임과 의무만 강조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인권 침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는 29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역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과 학칙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현옥 집행위원장이 규정.학칙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 윤성효


"학생생활규정은 의무·책임만 강조 ... 조례 제정 필요"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형래 경남도교육의원, 차재원 전교조 경남지부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남본부는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교자율화 조치가 시행된 후 오히려 학생들의 자율권과 선택권은 허울만 남았을 뿐 여러 면에서 침해 내지 제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방치되고 있었던 학생들의 인권을 참기 위한 것이 학생생활규정을 분석한 이유"라며 "자율도 학생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경남본부는 "학생생활규정을 분석한 결과 예상했던 것처럼 학생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권리보다는 의무 내지 책임과 그에 따른 징계 위주의 학생생활규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학생생활규정과 학칙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학생생활규정의 조항에 명시되지 않았거나 명시된 조항 가운데 학생들의 자유권과 평등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적지 않으므로 이러한 내용을 학생인권조례에 담아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는 29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역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과 학칙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성현 민주노동당 창원시당 위원장과 차재원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회견문을 낭독하는 모습. ⓒ 윤성효


#학생인권 #학생인권조례 #학생생활규정 #학칙 #경상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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