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없고 가산점만 좇는 학교, 왜일까

[주장] 쉽게 고쳐지지 않는 서울교육의 병폐

등록 2011.10.06 17:59수정 2011.10.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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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진보교육감이 들어서서 1년이 지난 지금, 비록 곽노현 교육감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서울교육이 좀 더 근원적으로 혁신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교장의 권한 집중 및 교장의 권한을 유지시키는 도구인 교원의 승진 가산점 제도입니다.

승진 가산점을 받기 위한 학교의 내부 모습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가산점을 향한 불나방" 같은 현실을 보게 됩니다. 물론 모든 교사들이 이렇다고 할 수는  없으나, 2011년 오늘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서울교육의 병폐는 더욱더 심화될 것입니다.

학교의 여론 주도층인 일부 부장교사 그룹들은 교장의 묵인 하에 교육의 본질과 공교육의 책무에 집중하기 보다는 승진가산점이 있는 각종 연구시범학교와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이하 교복특) 학교 등을 도입하거나 해당학교로 초빙교사 및 전입교사요청제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교장의 승인 하에 이동한 일부 부장교사 및 해당교사들은 대부분 교장의 지시에 순응하고 교장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또한 부장교사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후배교사들이나 낮은 경력의 교사들에게 그들의 삶의 방식과 요령 등을 다양한 형태로 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교육계가 점점 더 보수화된 이유 중에 교사그룹 내의 이러한 의식의 전이현상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악습의 고리를 끊는 것이 바로 혁신의 출발이며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학교는 바로 이러한 낡은 틀을 깨고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열망하는 교사들이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실현해 보고자 하는 학교입니다. 가산점도 없고 학교 단위로의 혁신경험이 없어 비록 힘은 들지만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교육의 바른 길을 실천하고자 하는 열망은 대단합니다. 1년이 채 안 되는 서울혁신학교의 성과들이 조심스럽게 사례로 나오기도 합니다.

2011년 새로 출발한 교복특 학교는 2010년까지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이하 교복투) 학교와 좋은학교 만들기 자원학교(이하 자원학교)가 합쳐 서울에서 전체 학교 수만 353개입니다.


교복특 학교가 저소득층 학생 등 교육 소외 학생에게 집중 지원하기 위하여 학습, 문화체험, 심리·정서, 보건 복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교육복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복특 사업을 학교 내의 사회복지사가 전담하고 있고, 담당 부장교사와 일부 교사 몇 명을 제외하고는 관여하는 교사들이 없습니다. 교육복지 사업에 해당되는 저소득층 학생들 또한 많은 방과 후 프로그램 참여로 인한 정신적 혹은 시간적 부담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교육복지에 대한 마인드가 교원 등 학교구성원 내부에 많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또 교원들이 교복특사업을 또 하나의 업무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복특 학교는 그 학교에 근무하면 거의 100% 교사들이 승진 가산점을 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불나방" 현상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교복특 학교가 교육복지 증진을 위해 지금보다 더 잘되기 위해서는 교육복지의 본질에 맞는 마인드 형성이 최우선인데 그것은 서울형 혁신학교와 같이 "승진 가산점"이 없을 때 지금보다 더욱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울교육혁신을 위해서는 서울의 1300개 학교 모두가 혁신이 되어야 하지 353개의 교복특 학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교복특 학교가 바로 서고 서울교육혁신이 성공하려면 교복특 학교의 가산점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또한 서울의 모든 다른 학교도 가산점에 의해 교육의 본질이 상실되는 일이 없도록 폐지 또는 대폭 축소되어야 합니다.
#서울교육 #승진 가산점 #혁신학교 #교육복지 #교복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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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마이뉴스관계자분들께 지지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현직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경력은 올해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의 기자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존재하는 부조리와 부패, 특히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무시하고 독선과 고집으로 일관하는 교육관료들에게 따끔한 충고와 질책을 통하여 진정한 교육개혁에 작은 힘이되고자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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