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한미FTA 조공하면 촛불 다시 만날 것"

[인터뷰] 단식농성 8일차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

등록 2011.10.12 21:52수정 2011.10.1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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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강행처리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중인 박석운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 ⓒ 남소연

한미FTA 강행처리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중인 박석운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 ⓒ 남소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부시 전 미 대통령을 만나며 광우병 위험 쇠고기 개방이라는 조공을 바치고 왔다. 만약 이 대통령이 미 상·하원 합동회 연설이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이번에 한미FTA 처리라는 조공을 진상한다면 2008년 촛불과 같은 국민적 저항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드레째 곡기를 끊고 대한문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박석운(57)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강펀치'를 날렸다. "한국은 신법우선 원칙에 의해 국내법이 한미FTA보다 하위에 있는데 미국은 반대다"며 "주권을 포기하는 협정을 맺는데 앞장선 이들은 매국노가 될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미FTA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야당-시민사회의 공동결의대회 자리였다.

 

그는 12일 오후 국회 후생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미국 윌스트리트 점령시위(OWS)처럼 분노한 99%의 시민들이 서울을 점거해 한미FTA 등 지난 3년 8개월 동안 쌓인 모순들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섣불리 한미FTA를 강행처리하지 못하도록 '촛불'이 광장에 나서 '엘로우카드'를 들겠단 얘기였다. 그는 한미FTA 뿐만 아니라 반값등록금, 전셋값, 청년실업 등 다양한 문제도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최근 걱정스런 행보를 보였던 민주당도 한미FTA에 대해 확실하게 입장을 정한 상태"라며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다면 반드시 국민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분노하는 99%가 서울 점령할 것... 한미FTA 등 온갖 모순 다 폭발한다"

 

- 얼마 전까지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 관리를 맡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미FTA 비준 저지 단식 농성 중이더라. 어떻게 된 건가.

"경선 준비를 정신없이 하는 중에도 한미FTA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나 미 의회의 한미FTA 비준안 심의 상황이 심상치 않더라. 이번에 만약 한미FTA가 비준된다면 영영 돌이킬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다. 6년간 투쟁했던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 국민들은 한미FTA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 비준 반대 투쟁에 나섰던 단체들도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 나 하나라도 나서서 한미FTA의 진실을 알리고 비준 저지 투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싶었다."

 

- 단식농성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날이 상당히 추워졌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대한문 앞에서 노상 노숙하며 단식농성한 지 8일째다. 천막을 못 치게 해서…. 구점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이 오늘(12일)부터 동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은 오늘부터,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13일부터 농성에 함께 하기로 했다.(웃음) 

 

사실 단식 농성은 이미 '숙달된 조교'나 다름없다. 2004년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로 26일간 단식했고, 2007년 한미FTA 때문에 수배된 상태에서 20일간 단식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식 5일차까지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한미FTA 비준을 막자는 동력도 잘 모이지 않았고. 그런데 '미국 윌스트리트 점령시위'(OWS, Occupy Wall Street)를 전세계 1359개 도시와 함께 서울에서 진행하자는 제안을 받고 한 줄기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뭔가 방법을 찾은 느낌이었다."

 

-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30여 개 NGO들이 오는 15일 한국판 '윌스트리트 점령시위'를 벌이기로 한 것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나는 우리 사회에 한미FTA만이 아니라 지난 3년 8개월간 쌓여온 모순이 폭발 직전 상태라고 본다. 각양각색의 문제와 모순들이 15일 폭발하리라 본다. 마치 2008년 5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었듯 이번 '1%에 맞선 99%의 행동, 서울을 점거하라'도 '촛불 원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 촛불집회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가.

"물론이다. 한미FTA 반대 범국본 등 30여 개 단체들로 구성된 '99% 행동 준비회의'는 행사 시작과 마무리만 준비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난장'으로 진행될 것이다. 각 부문별 단체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15~16일 양일간  전셋값 인하, 등록금 인하, 금융자본 규제, 청년실업 해결, 부자 과세, 한미 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 미디어랩 입법, 4대강 반대, 소파(SOFA) 개정 등을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 계획이다."

 

- 과거처럼 광장이 원천봉쇄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일단 집회신고는 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원천봉쇄한다면 나라 망신 아니겠나. 그러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민주당, 매우 걱정스런 행보 보였지만. 이제 입장 확실해진 것 같다"

 

- 야당들이 얼마나 결집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특히 FTA 문제에 있어 민주당은 최근 애매한 태도를 보여 다른 야당 및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나.

"최근 민주당이 매우 걱정스런 행보를 보인 건 사실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이 미 의회 일정에 맞춰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 때문에 범국본 등이 김 의원을 간사에서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도 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제 확실하게 입장을 정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농성장을 찾아와 앞서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해명했다. 손학규 대표는 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 재재협상 없는 한미FTA 비준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다시 입장을 바꿀 순 없을 것이다."

 

-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민주당과의 합의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내며, 민노당이 물리적으로 저지할 시 사실상 경위권을 발동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남 위원장이 한미FTA를 강행처리한다면 국민들 앞에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특히 남 위원장은 지난해 예산안 날치기 사태 이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20여 명의 동료의원들과 함께 날치기 등 강행처리에 협조하면 다음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범국본은 곧 '2011년판 한미FTA 국민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A4용지로 105매 정도 되는 이 보고서를 의원들이 읽어본다면 왜 한미FTA가 안 되는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미FTA를 찬성하는 의원이 있다면 반드시 내년 총·대선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1%에 맞선 99%의 분노, 서울을 점령하라'에 참가할 시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미FTA가 시행되면 농업이 황폐화될 것이란 점은 익히 다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러나 농업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수단도 상당수 무력화될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또 다시 금융위기가 닥치면 한국경제가 버틸 수단이 없다. 또 보편적 복지 정책들 중 상당수도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로 인해 결정적 제한을 받게 된다. 정부가 친환경무상급식은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부분은 사실상 한미FTA에 의해 제한받을 것이다. 촛불시위는 한국에서 시작돼 아랍, 유럽, 미국을 거쳤다. '원조'로서 전세계에 이것이 촛불시위란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99%의 평화로운 난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박석운 #한미FTA #윌스트리트 점령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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