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 고구마, 꽃은 이런 모양입니다

[여수 감도마을] 손 모양을 닮은 한가로운 어촌 마을 풍경

등록 2011.10.14 10:21수정 2011.10.14 10:38
0
원고료로 응원
a

여수 화양면 감도마을 풍경 ⓒ 전용호


감도마을의 이름, 이런 형국에서 비롯

여수 화양면에는 서쪽 바다를 바라보는 감도마을이 있다. 감도라는 지명을 처음 듣고는 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감도마을은 섬이 아니라 바다로 돌출된 지형을 가진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재작년 이맘때 우연히 그곳에 들렀다가 고구마 꽃을 보았다.


감도마을엔 길가 언덕에 소무나 몇 그루와 정자가 지키고 있다. 바다를 감고 있는 마을. 그래서 감도라고 했을까? 감도(坎道)라는 마을 이름은 부처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둥글게 모은 감중련(坎中連) 형국의 지형이라고 해서 붙여졌다는 말이 있다. 마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둥그런 원이 그려진 지형이 신기하기만 하다.

갯벌이 드러난 바다, 배를 드러낸 작은 배

지난 9일, 감도마을을 찾았다. 감도버스정류장에서 감도마을로 내려선다. 마을은 바다로 향한 길다란 언덕을 사이에 두고 북쪽마을과 남쪽마을로 나누어져 있다. 북쪽마을 길은 감도길이고 남쪽마을 길은 잉기미길이다. 먼저 감도길로 내려선다. 길 아래는 바다다. 바다는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난다. 작은 어선이 배를 드러내 놓고 있다. 왜가리 두 마리가 갯벌을 서성인다.

a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난다. ⓒ 전용호


a

감도마을 언덕에서 내려다본 운두도 ⓒ 전용호


a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 전용호


방파제까지 걸어간다. 방파제에는 꼬마들과 함께 온 세 가족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애들은 그냥 재미있기만 한지 쉴 새 없이 재잘거린다. 방파제 건너편이 운두도(雲斗島)다. 별이 구름 속에 있는 섬이라. 섬 이름이 아름답다. 가까운 섬인데도 갈 수가 없다.

마을 가운데 쯤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길가로 서숙(조)이 무거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자잘한 조들이 많이도 달렸다. 풍성한 계절이다. 고구마 밭도 있다. 밭을 두리번거리며 아무리 뒤져봐도 고구마꽃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찍 왔을까?


고구마 꽃은 나팔꽃을 닮았다

밭고랑을 따라 걷는다. 나팔꽃이 활짝 피었다. 아침 일찍 피어서 모닝글로리란 이름을 가진 꽃이다. 낮에는 시들시들하다. 이리저리 헤매다 눈이 번쩍 뜨인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고구마 꽃이다. 연한 분홍빛을 가진 나팔모양의 꽃이다. 영락없이 나팔꽃과 닮았다. 아니 메꽃과 너무나 닮은 꽃이다.

a

나팔꽃처럼 핀 고구마꽃 ⓒ 전용호


a

고구마꽃 ⓒ 전용호


고구마는 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조선 중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식량난을 해결하는 구황작물로 인기가 높았다. 최근에는 건강에 좋다고 하여 간식거리로 즐겨 먹는다.

태생이 아열대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꽃을 잘 피우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작물로 토란이 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노란 꽃이 피는 토란도 꽃을 보기 힘들다.

고구마가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은 재배방법 때문이기도 하다. 고구마는 덩이뿌리를 수확하여 다음해에 싹을 틔운 후에 줄기를 끊어 꺾꽂이 하여 재배를 한다. 그러다보니 고구마가 꽃을 피우기까지 줄기가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또 고구마 순은 나물로 먹었기 때문에 수시로 순을 따서 고구마가 꽃을 피우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먼 이국땅에 와서 굳이 꽃을 피울 이유를 잃었던지….

바닷가에서 한가로이 즐기는 풍경

마을로 내려선다. 잉기미길이다. '기미'가 붙은 지명은 어촌마을이다. 다른 말로 '구미'라고도 부른다. 마을은 활처럼 바다를 품고 있다. 해안 길을 따라 걷는다. 마을풍경이 한적하기만 하다. 어선에는 여자만어민회라는 깃발이 펄럭인다. 깃발은 바람에 닳았다. 고기잡이의 힘든 삶이 배어나온다.

집들은 마당이 따로 없다. 문을 나서면 넓은 바다가 마당이다. 해변을 따라 집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다. 담장에 노랗게 핀 수세미꽃도 보고, 햇살을 받고 졸음을 이기지 못한 고양이도 본다. 해변을 걸어본다. 작은 자갈들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린다.

a

감도마을 풍경 ⓒ 전용호


a

돌담에 바다를 바라보며 피어있는 수세미꽃 ⓒ 전용호


a

바닷가에서 만난 불가사리 단품 ⓒ 전용호


담장 밑에는 통발에서 건져 올린 불가사리를 널어놓았다. 알록달록 예쁘기만 한 불가사리가 고기를 잡는 어부에게는 밉기도 하겠다. 고기가 들어있는 통발에 들어가 고기를 다 먹어버리고 뼈만 남겨 놓았다. 화가 난 어부는 불가사리를 물위로 가져와 햇볕에 널어놓았다. 불가사리도 먹고살려고 한 것인데….

햇볕에 널어놓은 불가사리들이 빨갛게 물든 단풍처럼 보인다. 생명이 끊어져 가고 있는데, 그게 아름답게 보이다니. 슬픈 단풍이다.

a

감도마을 위치 ⓒ 전용호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여수시내에서 감도마을까지 (24번, 25번, 26번)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여수시에서 화양면 방면으로 가다 창무리에서 서쪽으로 나가면 바다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만난다.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여수시내에서 감도마을까지 (24번, 25번, 26번)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여수시에서 화양면 방면으로 가다 창무리에서 서쪽으로 나가면 바다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만난다.
#고구마꽃 #감도마을 #어촌마을 #여수 #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인들만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소름 돋는 '어메이징 코리아'
  2. 2 그가 입을 열까 불안? 황당한 윤석열표 장성 인사
  3. 3 참전용사 선창에 후배해병들 화답 "윤석열 거부권? 사생결단낸다"
  4. 4 '이태원 특별법' 여야 합의했지만... 욕먹은 김진표에 달렸다
  5. 5 눈썹 문신한 사람들 보십시오... 이게 말이 됩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