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를 '봉사의 달인이라 했을까?

안성 일죽 어울림 봉사회 이진석 회장을 만나다

등록 2011.10.25 10:46수정 2011.10.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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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할 만한 분, 소개 좀 시켜주세요."
"'봉사의 달인' 한 번 만나보실래요."


이렇게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사람이 바로 이진석(52세)씨다. 지난 20일 안성 죽산에 있는 한 식당에서 그와 만났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표 분위기 메이커 '삼겹살에 소주'를 놓고 대화의 물꼬를 터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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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안성 죽산의 한 식당에서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이며 행복한 대화를 끝냈다. 할 말을 다했다 싶었는지 이진석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송상호


갑작스런 눈물, 이유 있었네.

"'봉사의 달인'이라고 하셔서?"
"달인은요?"

머쓱해하는 그를 재촉하니 술술(?) 나온다.

"저 이래 뵈도 '자랑스러운 시민상'을 수차례 타고, 각종 단체에서 주는 봉사 상을 많이 탔시유"
"아, 네 그래서 찾아 뵜쥬"


그런 그가 갑자기 나의 눈을 보며 비장한 말을 하려는 눈치다.

"기자님! 아직도 지원해야 할 곳이 많은데, 그런 곳이 무시당하고 있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삽시간에 가득 고인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나랏돈이 소외되고 약한 곳에 바로 써져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많이 나가요. 그것만 생각하면..."

그가 또 말을 멈추고 눈물을 훔친다. 그가 다소 감성적이라고 쳐도 50대 남성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그럴까 싶다.

"제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에 사는 분들 많아유. 겨울에 손빨래 하는 분들도 많고요. 또..."

눈물을 훔친 이유가 있었다.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의분을 일으켰으리라.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너무 인색혀유. 제도적으로도 지원도 많이 부족하고. 아직 할 일은 너무 많은데..."

한 번 격앙된 그의 감정이 좀처럼 식지 않은 듯 보였다.

"소외된 분들 생각하니 차마 '내 집' 못 가지겠더라."

"지가 원래 안성에선 내로라하는 부잣집 막내 아들이었시유. 지금도 월수입이 적은 건 아니유. 근디 소외된 분들 생각하,니 '내 집' 갖기가 그려서 아직 전세 집에 살아유. 우리나라에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되면 그 때 가서 '내 집'을 생각해볼 수 있으려나."
"그럼 하시는 일이?"
"돼지 농장도 경영하고, 돼지 농장들 컨설팅도 해줘유."

그가 들려준 월수입이 서민이 보기엔 꽤나 많은 것이다.

"저 솔직히 그 수입의 98%는 봉사하는데 써유. 남들이 미쳤다고 하지유"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장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 생활은?"

그가 머쓱해하며 말을 잇는다.

"아내가 제약회사를 다녀유. 아내가 경제적으로 힘을 많이 써쥬"

그의 아내는 그를 일러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사랑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단다.

"제가 가졌다고 제 자식들만 잘해주는 것도 마음에 걸려서 적당히 해줬시유. 소외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실례지만, 자녀분들은?"
"지금 아들은 대한민국 육군 장교고, 딸은 해외봉사선교회 팀원이유. 지들이 알아서 잘 커줘서 자랑스럽쥬"

자기가 알아서? 어렸을 적부터 부모로부터 보고 배운 게 많을 텐데 말이다.

그가 말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란?

"이런 쉽지 않은 길을 왜 굳이 가셔요?"

잠시 생각하던 그가 단호하게 말한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가 서비스업을 경영한 큰 부자셨고, 그 밑에 일하던 여성들이 손님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걸 보며 컸쥬. 그게 가슴에 남아서 이렇게..."
"아하. 그렇군요. 그럼 봉사를 하시는 것도?"
"맞아유. 지가 봉사를 하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을 한 번 만들어볼라구유"
"그럼, 선생님이 생각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란 게?"

이번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야 물론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 '약자라고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 바로 그거쥬"

왜 그가 그토록 봉사에 집착하는지, 사람들이 미쳤다고 해도 밀고나가는 지 충분히 알만한 대목이다. 그가 생각한 바로 그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나름 최선의 길을 택한 것이리라. 맘이 약해지다가도 매주 만나는 소외된 이웃을 보면서 다시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것이리라. 지인이 왜 그를 추천해주었는지 알듯 했다.

한편 그가 속한 봉사단체는 눈에 드러난 것만 3가지였다. 일죽 어울림 봉사회 공동회장, 일죽 로터리클럽 총무, 대한 적십자사 안성지구협의회 동안성 봉사회 회장 등. 거기다가 안성시에서 주는 '자랑스러운 시민상', 각종 단체에서 주는 각종 봉사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일죽 어울림 봉사회 http://cafe.daum.net/iljukwetogether 는 2004년부터 함께 해왔으며, 현재 약 150여명의 회원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일죽 어울림 봉사회 http://cafe.daum.net/iljukwetogether 는 2004년부터 함께 해왔으며, 현재 약 150여명의 회원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죽 어울림 봉사회 #일죽 어울림 #봉사 #이진석 #일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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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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