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선관위 마음대로 판단하겠다는 거죠?

[주장] 선관위의 오락가락 지침, 유권자의 풍자와 조롱으로 남을 것

등록 2011.10.26 19:44수정 2011.10.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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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SNS 관련 선거일의 투표참여 권유·독려활동시 유의사항(사이버예방TF팀)'이라는 제목으로 '투표참여 권유 활동'에 대한 추가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4일 '선거일의 투표인증샷에 대한 10문 10답'을 발표한 이후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른바 '투표독려지침'에 대한 추가적인 해명 자료를 내놓은 것이지요.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두 번째 자료는 선관위의 초법적 유권해석에 대한 비판과 모호한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전혀 해소해 주지 못했습니다. 선관위가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선관위가 25일에 발표한 'SNS 관련 선거일의 투표참여 권유·독려활동시 유의사항'을 보면 숨어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선관위가 발표한 자료의 핵심이 되는 1~3번을 살펴보지요.

선관위 발표 <SNS 관련 선거일의 투표참여 권유∙독려활동시 유의사항> 중
1. 일반인이 선거일에 투표참여를 권유·독려하는 행위가 위법인가?
- 일반인이 특정후보자를 지지·반대 또는 권유하는 내용없이 단순히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가능
- 누구든지 특정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이를 권유하는 내용으로 투표참여 권유 · 독려활동 불가

2. 선거일에 정당·단체의 명칭이나 특정인의 성명을 표시하거나 그 명칭·성명이 추정되는 방법으로 투표권유·독려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신분의 사람들인가?
[예 시]
- 후보자(그 가족 포함)
-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 및 그 대표자(당원협의회장 포함)
※ 후보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였거나,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지·지원하고 있는 정당의 대표자 포함

- 선거운동 단체 및 그 대표자
-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인사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해당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계속하여 온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과 일반유권자에 대한 투표참여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

- 선거사무소·선거연락소 등 선거운동기구의 장, 정당선거사무소의 장
- 특정 후보자와 협의·단일화 등을 통해 입후보를 포기한 자로서 그 후보자를 지지·지원하고 있는 자 등

3.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사람 또는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은 모두 선거일에 투표권유·독려활동을 할 수 없는가?
- 보수·진보 단체에 소속해 있거나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인사,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하여 모두 선거일에 투표권유·독려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님
- 위 2의 범주에 해당하는 신분의 자들이 아닌 경우에는 선거운동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

(※  푸른색 표시는 편집자 강조)

선관위 자료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특정 신분'의 사람들을 규제하기 위해 무리한 유권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선관위는 앞서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투표참여 홍보활동 허용·금지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자료는 '누구든지 선거일에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명칭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투표참여 홍보활동을 하는 행위는 허용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후보자와 정당이야 명의를 나타내고 투표독려를 할 경우 선거운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정당과 후보자에 더해 '특정 신분'의 사람들을 규제범위로 포함하면서 선관위의 무리한 해석이 시작됩니다. 과연 6개월 사이에 어떤 상황 변화가 선관위를 조급하게 했을까요? 선관위가 발표한 자료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선관위 판단에 따라 규제 여부가 결정된다?

무엇보다 선관위가 발표한 'SNS투표권유지침'은 법률과 그 법률을 운용하는 기준이라면 응당히 갖추어야 할 '명확성'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선관위는 자료 2번 항목을 통해 '선거일에 정당·단체의 명칭이나 특정인의 성명을 표시하거나 그 명칭·성명이 추정되는 방법으로 투표권유·독려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구체적 신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관위가 예시로 제시한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인사'의 경우, '선거캠프'라는 용어가 법적인 용어도 아닐 뿐더러 '주요인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습니다. 박원순 후보의 '멘토단'은 선거캠프의 '주요인사'일까요? 나경원 후보 선거운동본부의 '주요인사'는 누구일까요? 각 후보의 선거운동관계자 중에 '주요인사' 리스트라도 발표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직책표라도 그려서 말이지요.

더욱 모호한 표현은 다음에 나옵니다.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일반유권자에 대한 투표참여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거나 그것이 추정되는 방법으로 투표권유를 할 수 없는 '신분'에 속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이른바 '유명인'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선거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그 무수한 시민 중에 어떤 사람의 투표참여활동은 선거운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일까요? 트위터 팔로어 1만명 이상인 사람? 아니면 페이스북 친구가 3천명쯤 되는 사람? 혹은 일주일에 신문·방송에 10회 이상 이름이 나오는 사람?

선관위는 3번 항목에서 '보수·진보 단체에 소속해 있거나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인사,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하여 모두 선거일에 투표권유·독려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2번에 예시한 사람을 제외한 사람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주위에 '박원순의 열렬지지자, 나경원을 숭배하는 사람, 한나라당 당원, 골수 야당'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어도 일반유권자에게 선거운동으로 인식되지 않으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그 사람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일반유권자'가 아니라 그럼 무엇인지?).

이정도 되면 유권자들은 본인이 선관위의 규제 대상인지 여부를 미리 물어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자존심이 좀 상할 수도 있지만 말이지요. 선거법을 유권해석하는 기관이 이렇게 모호한 표현을 기준으로 제시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것도 투표를 하루 앞두고 말입니다.

결국 문제는 '투표참여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인식되는 기준'이라는 터무니없는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누구든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관위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규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SNS관련 선거일의 투표참여 권유·독려활동시 유의사항'은 선관위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선거법으로 처벌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기준이자, 선관위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것을 강조한 내용일 따름입니다.

선관위, 유권자 분노에도 위기의식 못 느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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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자유네트워크가 25일, 선관위의 '투표인증샷 지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권자자유네트워크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독려 지침'이 발표된 이후 투표가 진행되는 지금 이 시간에도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른바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투표독려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본인은 유명인사가 아니니 투표독려를 한다는 풍자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공정한 선거관리와 투표 독려에 앞장서야 할 선관위가 어찌하여 유권자들의 조롱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을까요? 선관위가 자초한 결과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25일 유권자자유네트워크는 선관위의 '초법적 유권해석에 기반한 투표독려 지침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강조하지만, 낮은 투표율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투표독려에 매진하기보다, 임의적인 기준으로 '특정 인사'의 투표독려 활동을 단속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공정한 선거 관리자가 아닌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적 행위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선관위가 자기반성을 늦춘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혹은 더욱 짙어질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헌법 기관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SNS에서 터져나오는 유권자들의 분노에 전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유권자자유네트워크가 오늘 발표한 논평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 블로그에 논평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유권자자유네트워크가 오늘 발표한 논평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 블로그에 논평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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