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의 문제에서 한국을 봐야 한다

등록 2011.11.11 11:25수정 2011.11.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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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에서는 1%가 미국의 부 거의 전부를 소유하고 있어 99%가 저항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조금 과장되기는 했으나 미국 자본주의의 문제가 한계점에 다다른 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쟁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미국은 승승장구해 지금까지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는데, 그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 단초는 몇 년 전 몰게지 사건으로 이미 시작됐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집을 잃게 됐는데, 그 당시 나는 미국에 머물러 있었다. 마침 대통령 선거가 있어 유심히 관찰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주택가 여기저기에 'Bank owned'라는 푯말이 붙은 집도 보았다. 은행으로 집이 넘어갔다는 표시다. 비주류였던 버락 오바마가 일약 대통령 후보가 되는 모습, 그를 응원하는 열화와 같은 젊은이들의 온·오프라인 활동을 보면서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 때 노사모가 활동하던 모습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대 후보였던 공화당의 매케인은 자기 집이 몇 채인지도 모를 정도로 부자였던 모양인데, 선거 자금을 쓴 내용으로 보면 오바마가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오바마 지지자들이 1달러, 2달러, 5달러씩 내는 푼돈들이 모여 그렇게 된 것이란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젊은이들은 그 시대의 징조를 먼저 느끼고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모양이다. 미국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바람, 그 본능적인 움직임이 '비주류이며 유색인종'이었던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이 거대한 나라가 밑에서부터 뭔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그것이 폭발해 나타난 것이 지금 '99%가 1%를 점령한다'는 구호로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미국의 부를 단 1%가 전부 소유하고 있다는 말은 약간 과장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설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몇 %가 미국의 부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고, 미국의 1천만 명 정도가 미국의 부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소수가 미국 대부분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사회적 동맥경화증을 유발했고, 그 증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돌이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미국은 대공황을 한 번 맞은 적이 있다. 그 당시의 통계로는 미국인 1%가 미국의 부 59%를 소유하고 있어, 미국의 전 산업이 구매력을 잃고 동맥경화에 걸려, 이른바 공황을 맞이했다. 그 당시 루즈벨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위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유럽 이민 2세대들이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살고 있었는데, 비교적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소수의 독점 자본가들이 가지고 있는 신문들, 타블로이드판을 포함해 모든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그래도 이 젊은 지식인 세대들이 그 시대의 어둠을 먼저 자각했다. 이들 각성한 세대들이 루즈벨트에게 몰표를 던져 대통령을 만들었다. 루즈벨트는 대공황을 극복할 책임을 떠안은 것이다.


루즈벨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가진 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대대적인 토목공사 등을 벌였다. 지금 전 미국에 많이 조성돼 있는 이름난 공원들이 그 당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돈을 거둬 노동자들에게 마구 뿌렸던 것이다. 그 당시 미국의 공황은 산업시설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부를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어서, 즉 나라 안의 돈을 소수의 사람들이 전부 소유하고 있어서 생긴 일이었다. 가령 농사를 지으려면 돈이 드는데, 그렇게 애써 지은 그 농산물을 사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아무리 값싼 농산물이라도 살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부자들이라고 해 하루에 세 끼 이상 먹는 것도 아니고…. 


역사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어서 한쪽의 비극이 다른 쪽에 행운이 되기도 한다. 마침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미국은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후방기지가 됐다. 그래서 미국은 아주 빠른 시일 내에 공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지 않았다면 루즈벨트의 토목공사만 가지고 과연 미국이 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가 보기에도 미국은 지금 크게 병들어 있다. 워낙 큰 나라니까, 표면상 한국처럼 모든 것이 빨리빨리 변하지 않아서 그렇지 미국이란 거대한 함선이 지금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그런 것을 예측하고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지성인들이 지적하는 글들도 다양하게 많다. 어떤 사람은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이미 들어섰다고 한다. <루가노 레포트>는 미국의 자본주의는 사막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걷는 사람에 비유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죽고, 죽지 않으려고 움직여도 큰 원을 그리며 사막을 빙빙 돌고 있는 형국이니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미국과 FTA를 맺으려 하고 있다. 미국의 질병은 자본주의의 병인 부익부, 빈익빈에 있다. 지난 몰게지 사건으로 무너지게 된 산업들도 달러 발권국가의 이점 덕분에 겨우 살려놓곤 했다. 그것은 목마른 사람에게 소금물을 먹이는 것과 같이 일시적인 것이었고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일자리가 없고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한 달에 1천 5백 달러 정도 버는 사람들도 많다. 이 정도 벌이라도 직장을 가진 사람은 그래도 다행이다. 시급 10달러 정도의 벌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그것도 없어서 방황하는 사람도 많다.


< USA Today >는 미국 동북부 대도시 지역에 살던 흑인들이 남쪽, 옛날 노예 신세였을 때 살던 곳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만 하더라도 47만 명이 늘었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아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내부적으로 곪아터지는 것과는 달리 일부의 부자들이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을 보면 놀랍다. 국내 뉴스에도 나왔지만, 최근 골드만 삭스의 어떤 임원은 성과급으로 우리 돈 870억 원 정도를 받아간 적이 있다. 이것을 보고, 미국의 어떤 수녀가 "그것은 하느님께 큰 죄악이다"고 비판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골드만 삭스의 답변은 '그 임원이 회사에 그만한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받아가는 것'이라고 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반응했다고 한다. 


지금 미국의 병이 중대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부자들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자진해서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세기적인 금융 투기꾼인 쏘로우도 찬성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돈을 움켜쥔 부자들은 냉랭한 반응인 모양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있다면, '부자가 자기의 부를 누릴 수 있으려면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삶을 향유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도 들은 이야기지만 남미의 어떤 나라처럼 부자들의 어린 자식들이 마음대로 외출하지 못하고, 반드시 경호원을 붙여줘야 하고, 집의 담을 높이고 온갖 시설로 침입자를 방어해야 한다면…. 이게 사람 사는 모양인가? 사회적으로 나누지 않을 때 부자도 마음 놓고 자신의 부를 누릴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국가나 정부가 하는 일중의 가장 중요한 일은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사회안전망이라고 부르는 것, 다시 말해 복지를 늘리는 일이다. 복지는 결코 낭비가 아니다. 노인복지, 장애인 복지, 실업자 교육, 의료복지,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 교육투자, 새로운 발명과 신기술에 대한 투자 등 할 수 있는 수많은 경로를 통해 돈을 자꾸 아래로 내려보내 사회적 동맥경화를 방지해야 한다. 이것은 물론 거기에 딸린 일자리의 창출, 구매력이 살아나게 하는 것이다. 1%의 부자가 나라의 돈을 전부 소유하고 있으면 돌이킬 수 없는 병에 걸린다. 세계화 부르짖으며 무한경쟁 시대로 들어가 봤지만 결과는 무엇인가? 나눔을 통해서만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부자들이 자각했으면 좋겠다.

2011.11.11 11:25 ⓒ 2011 OhmyNews
#미국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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