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울 수 없는 그리움 따라 자전거에 몸을 맡기다

[인천 자전거여행] 인천대공원·장수천·소래습지생태공원, 자전거타고 달려보니

등록 2011.11.25 17:11수정 2011.11.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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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접해 있는 자전거도로. 왼쪽은 영동고속도로, 오른쪽은 소래로. ⓒ 성낙선


자전거여행을 하는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데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길이면 더욱 더 좋겠지만, 설사 그곳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해도 상관없다. 이전에 내가 알지 못했던 길이라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즐거움 또한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 그 길은 새로운 감동을 주는 길이다.

간혹 그런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 자동차를 타고 떠난 여행길, 고속도로 밖 논밭을 가로질러 멀리 산 아래 마을을 감싸고 돌아가는 좁은 길이 눈에 뜨일 때,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자동차에서 내려서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그 길은 지금껏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다.


그 길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들판을 지나 산속으로 사라지는 길이 대개 그렇듯이 어딘가에서 금방 끊어지고 말 것이 틀림없지만,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가로놓여 있을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길이 궁금하다. 그 길을 가는 동안에는 또 어떤 풍경과 마주칠지, 그 길 끝에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가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그 길이 설령 들이나 산속을 벗어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도로를 가로지른다 해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물며 그 길이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도로라니. 그 길을 언제고 꼭 한번 달려보고 싶었다. 그 역시 내겐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길이다.

'숨'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운 인천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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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중앙병원 앞 무네미로. 고가도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성낙선

자전거를 타고 인천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할 수 없이 1호선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가서 송내역(1번 출구)에서 내린다. 송내역에서 인천대공원까지는 도로를 이용한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평화로운 길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곳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상동역에서 인천중앙병원까지 인도와 도로 위를 번갈아 달리다가 병원 앞 도로에서 완전히 인도로 올라선다. 이곳에서 인천대공원까지는 고속도로나 다름이 없는 길이다. 머리 위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가고 그 아래로는 8차선 무네미로가 지나간다. 이 길에서는 자전거가 끼어들 틈이 없다. 도로가 자동차들이 일으키는 진동과 소음으로 어수선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인도가 무척 넓은 데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자전거를 타는 데 거의 문제가 없다. 실제 이 길은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지나다닌다. 인천중앙병원 앞길에서 인천대공원까지 약 2km, 자동차들이 아무리 거칠게 달린다 해도 충분히 견딜만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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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수목원 안 숲 속. 낙엽이 쌓여 길이 보이지 않는 산책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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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정문. ⓒ 성낙선

순환고속도로가 왼쪽으로 비켜날 때쯤이면 눈앞에 거대한 숲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곳이 인천을 대표하는 공원, 인천대공원이다. 관모산과 거마산 등에 둘러싸여 있어 공원이라기보다 숲에 더 가깝다는 인상이다. 그래서인지 그 넓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공원 북쪽에 자리 잡은 '수목원'만 해도 하나의 작은 산을 연상시킨다. 산책로 위로 수북이 덮인 낙엽이 한여름 녹음이 우거졌을 때 이곳의 숲이 어땠을지 짐작게 한다. 간밤에 습기를 머금은 숲이 햇빛을 받아 진한 향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자연히 가슴을 열어젖히고 폐를 최대한 부풀릴 수 있는 데까지 힘껏 공기를 들이마신다. 가슴은 물론 머리까지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순환고속도로 밑을 지나쳐오는 사이 막혀 있던 숨이 다시 트이는 기분이다. 늦가을 따사로운 햇볕으로 가득 찬 숲에서는 낙엽이 썩으면서 땅 위로 올라오는 냄새조차 향기롭다.

인천대공원은 수목원 외에도 식물원, 어린이 동물원, 장미원, 꽃전시장, 환경미래관, 사계절 눈썰매장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인천대공원은 호수를 중심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 공원 중앙에 '자전거광장'이 있다. 자전거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자전거(1인용, 1시간 2천 원)를 빌려 타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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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천 진입로. ⓒ 성낙선


아기자기한 멋이 빛나는 장수천 자전거도로

자전거광장 중앙에 장수천으로 들어서는 자전거 길이 열려 있다. 장수천은 인천시 남동구를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그 끝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장수천으로 들어선다. 장수천 자전거도로는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길이다.

하천은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도로 주변 자투리 공간은 나무를 심고 그 밑에 의자를 갖다 놓아 쉬어가기 좋게 만들었다. 다리 밑을 통과하는 어두운 공간에는 빛을 내뿜는 조형물을 설치해 삭막한 분위기를 지우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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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천 자전거도로, 다리 밑 풍경. 한쪽 벽을 유리 조각으로 장식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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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천 다리 밑 교각 장식물 일부. ⓒ 성낙선

하지만 이 자전거도로는 산책로를 겸한 길인 데다 자전거 2대가 겹쳐 지나가기에는 조금 비좁아 보이는 구간도 있다. 마음 놓고 속도를 내기 어렵다. 속도를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장수천 물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 것도 흠이다.

장수천 자전거도로는 남동경기장 공사 현장이 끝나는 곳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그곳에서 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소래생태습지공원 북쪽으로 이어지는 '마사토길'이고, 곧바로 직진하면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단풍나무길'이다. 단풍나무길은 소래포구로 들어서기 직전에 소래생태습지공원 남쪽으로 이어진다.

단풍나무 길은 길 양편으로 단풍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아직도 길 여기저기 붉게 물든 흔적이 남아 있다. 이 길은 자동차들이 다니는 도로만큼 넓다. 이 길을 달리는 여행자들도 한층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길 양옆으로 도로가 달리고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는 덜하다. 한쪽으로는 영동고속도로가, 그리고 또 한쪽으로는 소래로가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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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천 자전거도로. ⓒ 성낙선


그러니까 이곳의 자전거도로는 자동차들이 다니는 두 개의 도로 사이에 낀 샌드위치 길이다. 당연히 소음도 크고 공기도 나쁘다. 좀 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한 길을 달리고 싶다면 애초 마사토길로 들어설 것을 권한다. 그래도 도로와 도로 사이의 죽은 공간을 자전거도로로 되살려낸 것은 특이하다.

이 길 끝에 '아름다운 길 100선' 표지판이 서 있다. 자전거도로가 아름다운 길로 지정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길을 따라가면 거기가 소래습지생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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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생태공원, 갯벌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갯고랑. ⓒ 성낙선


채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은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염전 부지를 공원화해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1997년까지 소금을 생산했다. 지금도 공원 일부를 염전으로 남겨 놓고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르치는 자연학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공원으로 들어서려면 다리를 하나 넘어야 하는데 그 다리 아래로 깊은 갯고랑이 구불구불 거대한 몸을 드러내며 누워 있는 것이 보인다. 소래 갯벌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당시에는 이 갯고랑으로 고깃배들이 소래포구를 지나 육지 깊숙이 줄지어 드나들었을 것이다. 간척사업이 진행되기 전에는 바다가 훨씬 더 깊이 들어가 있었다.

갯고랑 너머로는 칠면초가 뒤덮고 있는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검은 갯벌을 물들인 칠면초의 붉은 색이 무척 강렬하다. 칠면초의 붉은 색은 염생식물이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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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그 위를 뒤덮은 칠면초, 그리고 해당화. ⓒ 성낙선


공원 안쪽으로 예전에는 폐허에 불과했던 염전창고가 지금은 완전히 보수를 끝낸 깔끔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썩어서 허물어지기 직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쓰러지기 직전에 겨우 되살아난 창고가 안도감을 줄 만한데 오히려 더 낯선 느낌을 주는 이유는 왜일까? 어딘가 허전하다.

꼬마 열차가 사라진 소래포구 역시 허전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지금의 소래포구는 꼬마열차가 다니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화려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꼬마열차가 사라진 허전함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낡은 소래철교 위로 수인선 협궤 열차가 덜컹거리며 지나다니던 시절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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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안 호수 둘레를 도는 도로. ⓒ 성낙선


송내역에서 인천대공원을 거쳐 소래습지생태공원까지 가는 거리가 채 10km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두 개의 공원을 돌아봐야 하는 거리까지 포함하면 총 여행 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600m 떨어진 거리에 소래포구가 있다. 거리는 짧아도 그 거리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여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가지 않으면 돌아올 때 원치 않은 고생을 할 수 있다. 전철에 자전거를 실으려면 사람들이 전철을 자주 이용하는 시간을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동차 안에서 진땀을 흘려야 할지도 모른다.
#인천대공원 #소래습지생태공원 #장수천 #자전거여행 #소래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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