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드디어 짝짓기에 성공했습니다!

옆집 잘생긴 진돗개와 '결혼'... 예쁜 강아지를 기대합니다

등록 2011.12.06 19:03수정 2011.12.0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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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아닌 동물의 짝짓기가 무슨 큰 뉴스거리라도 되는 양 글을 쓴다는 게 좀 저어되긴 하지만 우리 새벽이는 좀 다릅니다. 우리 식구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그렇고 특히 집 사람이 새벽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정말 각별합니다. 새벽이를 집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 정도로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새벽이'부터 소개해야 되겠군요. 새벽이는 우리와 함께 지내는 진돗개의 이름입니다.


새벽에 낳았다고 해서 아이들이 '새벽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그것이 사람의 호적 이름마냥 우리 집 진돗개의 정식 이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의 의로운 행동, 즉 아홉 마리의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키워 출가시키기도 하고, 사람의 친소 정도로 짓는 소리가 달라 주인에게 여러 모로 충성하는 것 등의 일로 '새벽이'란 이름은 인터넷 언론을 통해 몇 번씩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좀 비약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집 개 '새벽이'를 통해 인간보다 진한 모성애를 느끼면서 우리를 되돌아보게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 녀석이 '사내'를 그리워할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발정기라고 하나요? 암캐는 출혈을 한 후 일주일쯤부터 약 2주간의 발정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캐를 유혹하는 암내를 피워대고 울음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느 샌가 크고 작은 수캐들이 그의 주위를 맴돕니다. 하지만 아무 개에게서나 씨를 받을 수 있나요? 안 될 일이지요. 몸집에서 비교가 안 되는 작은 발바리류는 가능한 한 피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마음인데, 새벽이는 용케도 주인의 마음을 잘 따라줍니다.

아내가 생각해 두고 있는 상대가 있긴 합니다. 이웃집 수민네 집 진돗개입니다. 인물도 좋고 몸집도 적당하고 생긴 것부터 사내대장부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늘 사윗감을 찍어 둔 것처럼 수민네 진돗개를 새벽이와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녀석이 우리 '새벽이'와 짝짓기에 응해 주면 좋으련만, 문제는 그 진돗개는 몸값이 무척 비싸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짝짓기를 거의 한 적이 없는 개라고 합니다. 언젠가 아내가 수민이 아빠에게 부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집 암캐 진돗개 발정기 때 수민네 진돗개와 짝짓기를 하면 좋겠다구요.

그런데 명확한 답은 주지 않고 웃는 얼굴만 보여 긍정인지 부정인지 몰라 사람의 마음을 달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이었습니다. 개가 발정기가 되면 힘이 장사가 됩니다. 그 튼튼했던 쇠줄도 끊고 천방지축 들고 날뜁니다. 수캐를 찾아 이리저리 내달리는데, 맞는 짝을 찾기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 새벽이도 명색이 진돗개의 혈통을 갖고 있는 녀석이라 시시한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 풀려 날뛰는 새벽이를 수민이 아빠가 발견하고 농산물에 해를 끼칠지 모르니 묶어 두시라며 데리고 왔습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수민이 아빠에게 또 한 번 다짐을 받아두려고 했습니다. 직접 부탁하기가 뭣해서 말을 빙빙 돌렸습니다. 우리 새벽이가 발정기가 된 것 같으냐, 암캐가 출혈을 하고 얼마 지나면 짝짓기에 최적기냐, 수민네 진돗개가 아주 대장부답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는 등의 말로 그의 관심을 분산키고 난 뒤, 우리 새벽이 발정기 되면 수민네 진돗개와 짝좀 짓자며 직접 말을 건넸습니다. 그래도 예, 아니요 없이 "글쎄요, 그때 가 봐야죠"라는 대답으로 사람의 마음을 더 애타게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12월 5일)였습니다. 책을 보고 있는데, '목사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수민 아빠였습니다. 쇠줄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벽이를 짝짓기 하기 위해 집으로 데리고 가겠으니 좀 묶어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가서 고리를 풀고 수민이 아빠가 가지고 온 쇠줄에 새벽이를 얼르면서 묶었습니다. 수민이 아빠가 주인이 아닌 줄 알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버티더니 아니다 싶었던지 이내 순순히 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1시간 쯤 뒤 수민이 아빠는 새벽이를 데리고 갔던 그 상태대로 다시 데리고 왔습니다.

"지들끼리 짝짓기 하긴 했는데, 성공 여부는 잘 모르겠어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짯짓기 하다가 저희 집 숫놈이 고리에 몸이 걸려 피가 좀 났습니다. 새벽이 몸의 피가 그거예요. 괜찮으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아닌게 아니라 새벽이 몸 이곳저곳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다시 자기 고리에 매여 자기 집으로 들어간 새벽이는 안정을 취고 싶어 했습니다. 피곤해도 보이고 어떻게 보면 목적을 성취했다는 자족감에 젖은 듯이 보이기고 하는 새벽이에게 잉태의 행운이 깃들기 바랐습니다. 그래서 짝짓기를 주선해 준 수민네게도 좋은 새끼로 한 마리 선물할 기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성욕은 동물의 기본 욕구 중 하나입니다. 개를 비롯한 동물들도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랴.

수민네 아빠에게 한 새벽이 짝짓기 제안을 그가 들어주었고, 새벽이도 바라던 욕구를 충족했으니 좋은 결실이 열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살피는 새벽이의 모성애를 볼 일과 귀하게 키워 강아지들을 분양할 일과, 그것에서 인간의 도리를 못하며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랑을 목청껏 외치면서도 막상 나누어야 할 때는 쑥 들어가는 인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새벽이의 짝짓기에서 굳이 의미를 찾으려는 나를 생각하면 한편엔 작은 희망 또 다른 편엔 애처로운 현실을 느끼는 오늘 오후입니다.
#새벽이 #짝짓기 #발정기 #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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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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