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치료약 부작용 설명 불충분... 병원 손해배상책임

창원지법, "결핵약제 복용에 대한 안내문 교부만으로 설명 불충분"

등록 2011.12.07 18:31수정 2011.12.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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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결핵 치료약을 처방하면서 '시력저하' 등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9년 3월 창원에 있는 B병원에서 결핵을 진단받고 마이암부톨제피정(일명 에탐부톨) 등 4가지의 결핵약을 처방받아 지속적으로 복용했다. 그런데 A씨는 두 달 뒤인 5월부터 눈에 이상 증세를 느끼다 6월부터는 사물이 흐리게 보이기 시작해 다른 안과의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녹내장 의증, 시신경 위축 등의 진단을 받았다. 다른 안과의원에서 결핵약 부작용으로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A씨는, 다음날 B병원에 찾아가 주치의에게 상담을 받아 에탐부톨 복용을 중단했다.

에탐부톨의 복용을 중단했음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2009년 9월 A씨는 C병원에 내원해 진단받은 결과, '양안 에탐부톨 독성 시신경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그 이후 시력이 더 나빠져 시각장애 4급 2호(양안 모두 회복 불능)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결핵 치료약인 에탐부톨은 시신경염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음에도 B병원 주치의는 부작용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시력저하가 있을 경우 즉시 보고라는 주의조차 준 사실이 없었다"며 "의료진의 설명 의무위반 등의 잘못으로 시신경염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병원 측은 "결핵 치료약을 처방받기 이전부터 시력이 나빴고, 이이 과거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어 에탐부톨 부작용으로 인해 시신경염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또한 결핵치료약을 처방할 당시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더욱이 '결핵약제 복용에 대한 안내문'도 교부해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창원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노갑식 부장판사)는 결핵 치료약 부작용으로 인해 시력이 감퇴한 A씨가 결핵 치료제를 처방한 의료진의 사용자 책임을 물어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합733)에서 "B병원은 A씨에게 4355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에탐부톨의 부작용으로 시력저하가 발생하는 시신경염이 가장 심각한데 이런 증상은 전형적으로 에탐부톨 약물투여 시작 직후부터 몇 달 후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는 점, 의료진이 에탐부톨이 포함된 결핵 치료약을 처방했는데 원고는 그 치료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눈에 이상증세를 느끼다가 사물이 흐르게 보이기 시작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원고에게 발생한 시신경염은 결핵치료약에 포함된 에탐부톨의 부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원고가 이전에 전기용접일을 하고, 2002년 안과에서 치료받은 전력이 있으며, 2009년 6월경 '녹내장 의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정들만으로 위 인정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에탐부톨의 복용 이후 원고에게 발생한 시력약화 및 시신경염과 같은 증상은 에탐부톨 복용에 따른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의료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일 뿐만 아니라, 그 부작용의 내용 및 발생 빈도에 비춰 이를 무시할 수 있는 만큼 경미하거나 희소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따라서 의료진은 에탐부톨의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설명했어야 하고, 또한 그 설명은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주의사항을 기재됐음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더욱이 시력손실과 연관된 시신경염은 시각기능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기 전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므로 환자 본인이 가장 먼저 알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시력에 이상이 생기거나 색깔  인지에 장애가 발생할 때 반드시 보고하도록 미리 교육시키게 돼 있는 점, 그런데도 의료진이 결핵 치료약을 처방할 당시 이런 설명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의료진이 '결핵약제 복용에 대한 안내문'을 교부한 것만으로 필요한 설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그 의료진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에탐부톨이 결핵 치료 시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시각장애는 복용을 중단하면 상당수 원래대로 회복되는 점, 원고도 '결핵약제 복용에 대한 안내문'을 교부받았음에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잘못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범위를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 #설명의무 #의료진 #에탐부톨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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