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두 번 만났다
1심재판 진행중에도 남산 ㅅ클럽에서..."

[단독-이국철 비망록] 이 회장 "작년 10월과 올해 1월"... 김 전 총장 "딱 한 번 만났다"

등록 2011.12.16 14:06수정 2011.12.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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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전 검찰총장(자료사진) ⓒ 유성호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SLS그룹 해체와 관련한 구명 로비를 위해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두 번 만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올해 초 서울 강남지역의 한 레스토랑에서 문환철 대표의 주선으로 이 회장과 만나 한 차례 식사를 같이 했다"면서 "1심 재판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사건 관련 민원을 들어주는 차원에서 만나본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국철 비망록-검찰편'과 MBC < PD수첩 > 인터뷰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각각 남산 ㅅ클럽과 강남의 한 고급식당에서 김 전 총장을 만나 SLS그룹 해체 과정의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찰총장은 1심 재판이 끝난 시점에 1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며 업무 관련성에 선을 그었지만, 이 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던 때에도 피고인인 자신이 김 전 총장을 외부에서 만나 사실상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창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끝난 시점은 2010년 11월19일. 당시 법원은 뇌물공여 및 허위공시, 비자금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형인 이아무개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월 28일자 기사에서 "이 회장은 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인 K씨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두 번이나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K씨'가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다. (관련기사 : "2~3억씩 여행용 가방에...명품 시계도 전달" 검찰 고위층 인사 9명, 이국철 구명로비 연루?)

이국철 회장 "김 전 총장을 두 번 만나 SLS사건 설명했다"


이 회장에게 김 전 총장을 소개해준 사람은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였다. 문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로비자금 7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이 회장은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서 "문환철의 소개로 김준규 전 총장을 두 번 만났다"며 "(한번은) 남산 고급 레스토랑에서, (또 한번은) 강남의 ㅁ빌딩에 있는 (고급)식당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남산 레스토랑에서) 2시간 정도 만났는데 김 전 총장이 나에게 '과거는 잊고 새출발해라'고 말했다"며 "너무나 서민적이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해 머리가 스스로 내려갈 정도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김 전 총장을 '호평'했다.

이 회장은 지난 11월 14일 MBC < PD수첩 >과 한 인터뷰에서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그는 "2010년 10월 남산에 있는 ㅅ클럽에서 오후 5시 정도에 만났다"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자세하게 전했다.

"(김준규 총장은) 남색 가죽잠바를 입고 오셨다. 제가 충격을 받았다. 수영하고 오셨다고 했다. 직접 총장님을 뵈니까 아주 온화하고 세상을 넓게 봤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해한다, 마음 많이 아프겠다, 그러나 다 잊어버려라, 과거사로 인해 이 회장 몸만 다친다'고 얘기했다. 저는 그 자리에서 (SLS조선의 전신인 신아조선 대표) 유아무개와 산업은행의 행태를 충분히 얘기했다."

이어 이 회장과 김 전 총장은 지난 1월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에 위치한 ㅁ빌딩의 한 고급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이 빌딩은 문완철 대표가 운영하는 대영로직스의 서울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서 "문환철이 식사를 하자고 해서 2011년 1월 초순 강남 ㅁ빌딩 23층인가 27층인가에서 (김준규 총장을)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만났다"며 "이 빌딩은 (고급) 오피스텔인데 그 안에 식당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김준규 총장은 SLS사건을 경청했다"며 "당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함바비리사건으로 TV에) 나오던 날이었는데 (그걸 보고) 김 총장이 '우리 조직(검찰)도 정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층 인사들이 자주 가는 식당... 하루에 한 팀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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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과 교대역 사이에 위치한 ㅁ빌딩. 이곳의 한 고급식당에서 이국철 회장과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만났다. ⓒ 구영식

이 회장은 당시 김 전 총장과 만난 고급식당의 내부 구조도, 좌석 배치를 비망록에 상세하게 그려놓았다. 그는 "(그 식당은) 한식겸 퓨전양식(을 취급했다)"이라며 "식사값은 50만 원에서 55만 원 정도 나왔고 내 카드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MBC < PD수첩 >과 한 인터뷰에서도 김 전 총장과의 두 번째 만남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이 회장은 "강남에 있는 ㅁ빌딩은 오피스텔인데 안에 들어가면 식당이 있다"며 "하루에 딱 한 팀만 받는다"고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장관과 청와대 고위층 등 정부 고위층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다. (오피스텔이라) 외부에서는 식당으로 티가 안 난다. 정운찬 총리도 이 집을 자주 가는 걸로 알고 있다. 이상하게 문환철이 그 것(정부 고위층 인사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 그쪽 여사장도 문환철한테 깍듯이 대했다."

이 회장은 "검찰총장이니까 검찰 얘기는 못하고 (SLS조선의 워크아웃을 결정한) 산업은행의 행태를 충분하게 얘기했다"며 "그러니까 김 총장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망록에도 적은 것처럼 이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도 김 전 총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분을 만나면서 '아 검찰에도 이런 분이 계시구나' 생각했다"며 "제3자인 제가 봐도 검찰총장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3층인지 27층인지 층수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식사값을 제가 (SLS그룹 계열사인) SP해양 카드로 냈다"며 "SP해양 카드를 보면 1월에 50만 원짜리 식사를 했다는 것이 딱 하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준규 전 총장 "상황판단을 위해 딱 한번 만났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이 회장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딱 한번 만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을 대상으로 한 구명로비 의혹도 일축했다.

김 전 총장은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커피숍에서 기자들을 만나 "올해 초 서울 강남지역의 한 레스토랑에서 문환철 대표의 주선으로 이 회장과 만나 한 차례 식사를 같이 했다"며 "문환철로부터 이 회장이 너무 억울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1심 재판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사건 관련 민원을 들어주는 차원에서 만나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총장은 "당시 SLS그룹 수사와 관련해 나쁜 소문이 있었고, 총장 정보보고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무슨 사고가 나지 않을지 대응하기 위해 정확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즉 지난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창원지검 특수부의 SLS그룹 표적수사로 인해 SLS그룹이 해체됐다는 소문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 회장을 직접 만났다는 것. 자신이 구명로비를 받았다는 항간의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김 전 총장은 "(구명로비를 받은 게 아니라) 총장으로서 상황판단을 하기 위한 통상적인 업무수행의 일환"이라며 "이를 두고 검찰총장이 마치 이상한 뒷거래를 한 것처럼 보도해 검찰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문서로만 보고받는 '뒷방거사'가 아닌데 직접 여러 사람을 만나 얘기하고 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 회장 얘기를 들어보니 당사자에게는 억울한 스토리였지만 증거가 전혀 없어 범죄정보로서 가치는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자신을 이 회장에게 소개해준 문환철 대표와 관련 "고검장 시절 집안사람의 소개로 알게 됐으며 몇 달에 한번 안부 전화하는 사이"라며 "착한 청년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회장과 돈거래가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국철 비망록 #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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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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