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상을 뛰어넘은 한정식, 먹는 내내 행복해

한정식의 자부심 청자골 종가집, 남도 한정식의 참맛을 보다

등록 2011.12.19 08:40수정 2011.12.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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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상을 뛰어넘은 종가집 한정식은 먹는 내내 행복하다. ⓒ 조찬현


남도답사 1번지 청자의 고장 전남 강진이다. 강진은 예부터 어패류와 해조류가 풍부한 강진만과 기름진 평야가 있어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다산 초당과 백련사 무위사 등의 문화유산과 나폴리가 연상되는 아름다운 마량항구는 찾는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도 한다. 


청자골 종가집은 아름다운 한옥 고택이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남도한정식은 남도의 참맛을 청자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낸다. 천연 조미료를 사용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려냈다. 먹는 내내 행복한 이 맛, 이게 바로 남도한정식의 참맛이다. 이곳은 강진한정식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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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차림에는 음식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주인장의 철학이 담겨있다. ⓒ 조찬현


상다리 부러지게 한상을 내온다. 음식은 몇 차례 더 이어진다. 이집 맛의 근본은 식재료 구입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주인장(57·김은주) 의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기에 그 마음 13년째 한결 같다.

"좋은 식재료가 맛을 좌우하는 기본입니다. 매일 새벽시장에 나가 제철에 나오는 가장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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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런 한옥 기와집에서 옛 멋이 한껏 풍긴다. ⓒ 조찬현


고풍스런 한옥 기와집에서는 옛 멋이 한껏 풍긴다. 잔디밭에 물레방아와 정원수 수많은 분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루로 올라서자 청아한 가야금 선율이 가슴을 적신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도한정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오늘 만큼은 임금님 부럽지 않은 밥상을 받아보고 싶다. 종가집 며느리가 정성으로 차려내는 상차림은 4인 기준이다. 수라상 10만 원, 진연상 12만 원, 고배상 16만 원. 2인상이 6만 원이다. 수라상은 궁중의 일상식이며 외국사신 접대 시 차려낸 진연상, 임금님 혼례 때 올렸다는 고배상이다. 오늘 선보일 상차림은 수라상을 뛰어 넘은 진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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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저온 숙성한 묵은지 홍어삼합에 토하젓이다. ⓒ 조찬현


남도의 상차림에서 이거 빠지면 잔치를 할 수가 없다. 홍어삼합이다. 4년을 저온 숙성한 묵은지를 깔고 홍어 한 점에 돼지고기를 올려 먹으면 행복감에 눈이 스르르 감긴다. 코끝을 자극하는 홍어와 묵은지의 조화가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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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하고 담백한 식감의 메로구이와 산낙지다. ⓒ 조찬현


쫄깃하고 담백한 식감의 메로구이, 간재미회무침, 바다향기가 톡톡 터져 나오는 꼬시래기, 가오리찜, 피조개 등이다. 콩가루와 설탕을 넣었다는 부꾸미 맛은 일품이다. 음식을 대체로 삼삼하게 조리해 식재료 본래의 맛을 잘 살려냈다.

밋밋하기 쉬운 표고전은 쇠고기를 다져넣어 맛을 한층 고조시켰다. 아삭함을 잘 살려낸 연근은 유자향이 한데 어우러져 맛의 조화가 오묘하다. 불고기와 탕수육, 산낙지 등 이어지는 음식을 먹을 때 마다 맛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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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굴비에서 남도한정식의 진면목을 경험하게 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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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다. ⓒ 조찬현


솥단지째 내온 하얀 쌀밥에 토하젓 또한 별미다. 주인장이 손질해주는 꼬들꼬들한 보리굴비에 이를 때면 실로 남도 한정식의 진면목을 경험하게 된다. 밀려드는 이 행복감, 종가집 종가집 하더니 그 명성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수라상을 뛰어넘은 종가집 한정식은 먹는 내내 행복하다. 해산물과 채식 위주의 상차림이라 육식을 즐겨하는 이라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종가집 한정식, 남도 한정식의 참맛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자골 한정식 #전남 강진 #한정식 #종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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