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의 부활을 꿈 꾸며

잠 못 이루는 라스베가스

등록 2011.12.25 11:36수정 2011.12.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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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의 명절인 성탄절을 맞이하는 라스베가스 중심가는 연일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난다. 전미주에서 몰려온 내국인을 포함하여 전세계 각국에서 연말 휴가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까지 합세하여 스트립 거리 전체가 온통 인종 전시장이다.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가 웅장한 사운드의 음악을 싣고 아찔한 물보라의 향연을 밤하늘에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라지 호텔의 화산쇼 현장에서는 검붉은 용암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인파 속에서 연신 카메라 플래쉬가 터져 나오며 일제히 올려대는 환호성이 거리를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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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 벨라지오 호텔 앞분수대에서 내뿜는 분수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 코비스


이처럼 라스베가스의 밤은 현란하게 장식되나 이에 대비하여 그의 낮풍경은 다소 어둡게 느껴진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은 미국 경제를 대변하는 지표를 라스베가스는 온몸으로 방어하고 있다. 전미주 최고의 주택 차압율은 물론이고 최악의 실업율, 그리고 가장 살기 힘든 도시라는 오명을 한꺼번에 뒤집어 쓰고 있으니 말이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에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물들인 스트립 거리를 지나다 보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밴드소리와 곳곳에서 번쩍이는 대형 네온 광고 사인에 흥분과 열정이 절로 일지만 어둠이 지나고 난 뒤, 아침 출근길에 눈에 들어오는 불 꺼진 시내 풍경은 맥 빠져 느슨하기 짝이 없다.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진 거리, 그 실체를 보는 느낌이다.

한동안 잘나가던 한인상가로 알려진 커머셜 센터는 유령처럼 썰렁한 모습으로 황량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중심가 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한식당은 연말에도 불구하고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외곽의 상권은 더욱 심각하다. 살아간다는 명제가 로컬 자영업자에게는 무거운 짐덩이처럼 느껴지는 연말.


플라밍고 호텔의 위용은 아직도 '고독한 사막의 창업자' 벅시의 도전정신을 면면히 이어받아 늠름한 자태로 서 있건만 한 때 번영을 구가하던 환락의 도시는 이제 쇠락의 길로 접어들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거슬러 보면 초기에 단순한 카지노의 도시로 출발해 각종 공연과 쇼가 자리잡는 엔터테이너의 도시로 부상하더니 이어 국제적인 컨벤션의 도시로 각광을 받고 나서 글로벌 상품 전시장으로서 탄탄한 위치를 굳힌 셈이다. 성장을 지속하던 경제와 궤를 함께 하며 고속 철로를 달리던 관광 열차가 한 시대를 풍미하던 라스베가스의 변천사를 상징한다면 이제는 미국의 불황을 대변하는 대표적 도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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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야경 라스베가스의 메인 거리인 라스베가스 블러바드의 뉴욕 뉴욕 호텔 인근이 불빛을 받아 어두움 가운데 화려한 조명에 돋보인다. ⓒ 코비스


라스베가스는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재활을 모색하며 꿈틀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카지노 호텔들은 대형화를 통해 획기적인 변모를 꾀하고 있다. 새로운 쉼터 공간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내고 있다. 복합 카지노 리조트. 라이브 쇼의 다양화, 온천 사우나와 대형 쇼핑 몰, 골프 패키지, 그리고 테마파크 조성 등 자연 친화적 환경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제공하면서 고객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 등 부대시설의 활성화에 힘입어 매출 수치로 살펴본 카지노 산업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

작년도 인디언 보호구역내 카지노의 총 매출은 264억달러를 기록하여 전년대비 1% 하락에 그쳤고 전미주 상업용 카지노의 매출은 3년 연속 하락을 벗어나 미미하지만 1%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346억 달러(약38조원). 카지노 손님 중 5%의 큰손이 전체 40%의 매출을 장악하고 있다는 통계도 흥미롭다. 11%의 VIP 고객층이 카지노 살림의 절반이상을 부담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연말을 앞두고 라스베가스 스트립 거리는 다시 인파로 넘치고 있다. 라스베가스를 찾는 관광객 숫자는 다소 증가했다는 소식과 함께 예년과 다름없는 인파건만 과연 그들이 얼마만큼 지갑을 열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비싼 택시보다는 저렴한 렌터카를 선호한다는 추세에서 그들의 실용적인 대처를 읽는다.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긴 동면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차압되어 주인없는 빈집들이 널려져 있고 집값은 바닥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10만달러(한화 약1억1천만원)면 방이 서너개나 되고 실면적이 70평나 되는 2층 저택을 구입할 수 있다. 기회라면 큰 기회임에 틀림없다. 과연 누군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때마침 미국 입법부에서 궁여지책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 혜택을 부여한다는 파격적인 법안을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는 미국 재정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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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압 주택 바닷물에 떠내려가는 주택 세일 간판이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코비스


그게 그렇다면 미국의 경제는 부동산 경기가 가장 침체된 라스베가스에서
그 첫번째 부활의 태동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깊은 골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본다는 부동산 이론이 아닌가.
침체의 늪을 나서는 첫번째 신호탄을 쏘아 올릴 꽃피는 봄날을 기대해 본다.
내년에는 온세계 불황의 장막이 걷히고 화려한 비상의 조명탄이 밤하늘을 수놓는 새날이 오기를…


60년 만에 찾아 온 임진년(壬辰) 흑룡(黑龍)의 해!
대한민국 서해로 나가는 길목, 강화도 용진진(龍津鎭)에 용 날고
외포리 포구에도 진달래 개나리 흐드러지게 피는 그림 같은 봄날이 오기를
태평양 바라보며 염원한다.

때마침 베가스로 돌아온 가수 셀린 디온(43)이
오는 28일부터 시저스 팔래스 호텔에서 컨서트의 문을 다시 연다는 소식이다.
그의 노래 "The Power of Love" "Where Does My Heart Beat Now"
그리고  "A New Day Has Come"  "It's All Coming Back to Me Now" 가 벌써 귓전을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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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디온 셀린 디온이 그의 라이브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 코비스


전세계 1억8천만장의 앨범 판매 기록을 자랑하는 금세기 최고의 여가수,
쌍둥이를 포함한 세 아들의 엄마,
인터뷰에서 밝힌 그녀의 컴백 소감이 상큼하다.
"제 인생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통해

팬 여러분 한분 한분을 위해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래 저래 라스베가스의 설레는 밤은 오늘도 잠 못 이룬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거리에서 2011년 성탄절 즈음하여... 

덧붙이는 글 | 조선 닷컴에 블로그 뉴스로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조선 닷컴에 블로그 뉴스로 게재되었습니다.
#라스베가스 #카지노 #부동산 #불황 #영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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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기자는 미조리 주립대애서 신문방송학을 수학하고 뉴욕의 <미주 매일 신문>과 하와이의 <한국일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사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로스엔젤레스의 부동산 분양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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