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열세살 노처녀의 소원 "안 되면 말고!"

[반갑다! 2012년!] 미녀, 모험, 결혼...세 가지 소원은 이뤄질까

등록 2012.01.01 16:09수정 2012.01.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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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소망 12월부터, 써내려온 2012년에 하고 싶은 일들. 아직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아 행복하다. ⓒ 박진희


또 새해가 왔다. 새해가 오기 한 달 전부터 불안했다. 이제야 겨우 '32'라는 숫자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데, 33이라니.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서른셋이 이제 내 나이라니….


끔찍해서, 미리 12월부터 서른셋을 내게 암기시켰다. 고문에 가까운 훈련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혹독한 자기 암시를 끝낸 뒤 막상 1월 1일이 되니 나를 토닥이면서 말할 수 있게 됐다. "괜찮아, 서른셋아, 걱정하지마. 내가 세상에서 젤로 귀여운 서른셋으로 만들어줄게."

매해 내 나이만큼 새해 목표를 세웠다. 처음에는 다이어리에 쓰고, 실천할 때면 빨간 줄로 좍좍 긋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듦에 따라 내가 채워야 할 목표량이 무겁고 많았다. 2011년엔 그나마 반타작을 했다.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이, 연말 앞에 선 나를 괴롭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방법을 바꿔보았다. 즐겁게 목표를 세우자! 그러나 실천하다 안 되면 말고! 나이만큼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가볍게, 지키지 못해도 괜찮아! 나를 용서하자는 뜻에서 목표도 재밌는 것으로 정해보았다. 그중에 세 가지 소원을 알려주려고 한다.

소원 하나... "미녀, 안 되면 말고!"

한국 사람들, 만나는 사람이 초면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다짜고짜 나이부터 묻는다. 서른이 되고부터 나에게 '나이 묻는 사람에게 대처하는 깜찍한 방법'이 생겼다. "진희씨 올해 몇 살이죠?" "스물 열 살이요." "스물 열한 살이요." "스물 열두 살이요." 이제는 "스물 열세 살"까지 와버렸다. 스물 열세 살부터는 사실 어감이 좋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올 한 해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서른셋이 되는 거다. 그 어느 해보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지고, 쉬 수분을 뺏기는 몸이 되고 말았으나, 꼼꼼히 세안하고 아침저녁으로 단돈 1천 원짜리 마스크팩이라도 붙이고 잠자리에 드는 수고로움을 귀차니즘과 맞바꾸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더 많이 웃는 것이다. 눈가 주름이 무서워서 웃지 않는 사람이 되기보다. 날마다 입술을 U자 모양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의 즐거움을 매번 발견해내어 그 어떤 비싼 화장품으로도 만들 수 없는 반짝반짝한 미모를 만들고 싶다.

소원 둘... "모험, 안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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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 나이와 상관없이, 가슴 뛰는 도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며, 결과에 승복하는 도전 ⓒ 박진희

작년에 내가 가장 잘했다 생각되는 일은 모 방송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지원자를 뽑는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이었다. 7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이었지만, 최종면접까지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슈퍼스타K' 못지않은 재능을 지닌 앞날 창창한 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3세계로 자원봉사를 떠나는 콘셉트라 그런지, 모두 이타적인 사람들인지라, 그 속에서 오히려 배울 것이 정말 많았다. 분명 경쟁하는 순간이었고, 긴장되는 면접 시간이었지만, 그때 그 일을 떠올리면 입가에 동그랗게 미소가 그려진다. 출근과 퇴근을 무수히 반복하며 살아오던 내가 참 오랜만에 설레고 가슴 뛰는 시간을 보냈다.

나이와 상관없이 매번 무모한 도전 하나를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일, 2012년에도 하고 싶다. 아직 어떤 도전을 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뭐, 안 되면 말고!

소원 셋... "결혼, 안 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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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결혼, 올해 다시 한번 소망목록에 집어 넣는다. 소박하고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며. ⓒ 박진희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새해 첫날인 지금까지, 내게 쏟아지고 있는 문자메시지는 거의 일관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연휴 잘 보내고, 내년엔 꼭 결혼하길 바라." 어쩜 그렇게 짠 것처럼 같은 문장들을 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게 그렇게 소원이라면, 해주마. 요즘은 이런 마음이다. 결혼은 비단 내 소망도 아니고, 나의 가족과, 일가친척과, 친구와, 직장 동료와, 각종 지인들의 바람이 아닌가. 파울료 코엘료는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힘을 합쳐 도와줄 것이라고 장담하지 않았는가.

내 노력할 것이지만, 그렇지만 나의 지인들과 부모님과 이 정도의 타협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함민복 시인은 인생의 반 이상을 건너온 나이, 쉰 살에 결혼을 했다. 신부의 나이와 합치면 100살이 넘는다고 했다. 그래도 부부는 앞으로 50년을 함께 사는 것이다.

정말 내 짝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서른이고 마흔이고, 쉰이면 어떤지. 그 마음으로 큰 딸을, 처형을, 언니를, 친구를, 직장 후배의 꿈을 기다리고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도 모두 파이팅이다! 안되어도 상관없다. 괜찮다. 2012년 연말엔 모두가 서로의 어깨를 토닥토닥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문화잡지 <페이퍼> 1월호 꺼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콘셉트로 글을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문화잡지 <페이퍼> 1월호 꺼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콘셉트로 글을 썼습니다.
#결혼 #새해소망 #꽃미녀 #박진희박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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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도 순식간에 뒤집어 즐겁게 살 줄 아는 인생의 위트는 혹시 있으면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힘의 본질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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