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귀환...40대, 양대 선거에서 일낸다

[정치 톺아보기] '나가수'와 386세대 그리고 아파트

등록 2012.01.05 19:30수정 2012.01.05 19:53
0
원고료로 응원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포스터. ⓒ MBC


2011년 가요계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가수'를 모방한 상표출원만도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의 한 전통(?) 있는 카바레는 지난해 '나가수'의 인기에 기대어 '나도 가수다'라는 상호의 가요주점으로 신장개업했다. '나가수'가 전파한 '전국민의 가수화'라는 문화현상의 파생상품인 셈이다.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영상가요 반주기업체 금영이 집계한 '2011 노래방 애창곡 100위'(1~11월)에 따르면, '나가수'에 출연해 재조명을 받은 YB(윤도현 밴드)와 임재범의 노래 가운데 각각 4곡과 3곡이 순위에 들었다. 2010년엔 100위에 든 두 가수의 노래는 각각 1곡씩뿐이었다.

'나가수'와 돌아온 386

'나가수' 열풍은 지난해 송년 모임에서 빠지지 않은 '뒤풀이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동감'에 삽입되었다가 잊혀진 임재범의 '너를 위해'(2위)는 국민가요라고 부를 만큼 송년회 노래방에서 남성들의 '18번 애창곡'이었다.

'나가수' 현상은 학자들에게도 연구대상이었다. 마동훈 교수(고려대 미디어학부)는 지난 세밑에 <중앙일보>에 쓴 "'나가수'와 돌아온 386"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나가수'에 등장한 대중가요를 분석한 논문을 인용하면서 "'나가수'에 등장한 대중가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1990년대 중반 이래 소위 '386세대'라고 불린 지금의 40대 중심 대중문화 취향의 부활을 조심스레 감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학자 오원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나가수'에 등장한 대중가요 182곡 중 발라드가 50%였고 이어서 포크·록이 33%였다. 요즘 10대가 열광하는 댄스곡과 50대 이후 세대가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트로트는 각각 11.0%와 5.5%에 불과했다. 이들 원곡의 발표 시기는 90년대 34.6%, 80년대 28.0%, 2000년대 21.4% 순이다. 원곡 발표 시점의 중간 값은 대략 1991년이다. 지금은 40대를 훌쩍 넘은 중년의 386세대가 80년대 이래 청년 시절 향유하던 대중음악 취향의 복고라고 볼 수 있다."


a

지난 11월 30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나는꼼수다' 특별공연에서 나는꼼수다 4인방이 일동으로 김광석의 '일어나'를 부르고 있다. ⓒ 박철순(solaris)


'나가수'는 가요시장뿐만 아니라 정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가수'는 이미 문화현상을 넘어선 정치사회적 현상이었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끈 '나는 꼼수다'(나꼼수)라는 팟캐스트 라디오방송의 작명도 '나가수'의 대중성과 흥행에 기댄 측면이 크다. '나가수'의 첫 방송일은 지난해 3월 6일이고 '나꼼수'의 첫 방송일은 지난해 4월 27일이다. 그러니 '나가수'가 없었으면 '나꼼수'는 없는 셈이다.

'나꼼수'의 영향력을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현실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 참여가 저조한 20대의 정치적 각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거론된다. 최근 <내일신문>의 신년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의 76.5%가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비율은 30대의 응답률(69.5%)은 물론, 40대의 응답률(74.1%)보다 더 높은 것이다.

40대 '캐스팅 보트' 입증...,선거인-투표자수 비율 가장 높아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결과도 '나꼼수'가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세대를 정치에 눈뜨게 한 '관심법'을 제공한 근거로 제시된다. 이에 비해 '나가수'는 정치를 떠났던 40대를 다시 정치로 돌아오게 한 원동력으로 간주된다. 마동훈 교수는 같은 칼럼에서 40대 유권자의 투표율이 평균 투표율을 웃돌고 40대 투표자 3명 중 2명이 박원순 야권통합 시민후보를 지지했다는 결과를 근거로 이렇게 분석했다.

"20~30대와 50~60대 사이에 '낀' 세대인 지금의 40대 386세대가 동생들의 편에 섰고 그것이 곧바로 선거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사회에서 비교적 안정적 입지를 굳히고 있는 40대의 정치적 회군이 없었다면 선거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40대의 '정치적 회군'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결정했다는 '가설'이다. '가설'인 것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선거구·성·연령대·주거별) 분석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하는 선관위의 분석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선관위가 지난 12월에 공개한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투표율 분석' 보고서가 그것이다.

40대는 흔히 역대 선거에서 이른바 '캐스팅 보트'를 쥔 세대로 규정되어 왔다. 이른바 386세대(현재는 486세대)인 이들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이끈 주역들이었지만, 5년 뒤에는 이명박 후보에게 많은 표를 주었다. 그런데 이들이 다시 2030세대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성남시 분당구을, 순천시, 김해시을) 전체 선거인(58만1940명)을 모집단으로 해서 선거인명부에 의한 전수조사 방법으로 표본추출해 조사한 선관위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40대의 투표율은 45.6%로 평균 투표율 43.5%보다 2.1%p 더 높았다.

표는 주택보다 아파트에 있다

a

4.27 국회의원보궐선거의 선거인수(위)와 투표자수(아래) 비율. 40대의 비중의 가장 크다. ⓒ 중앙선관위


40대의 투표율이 높다는 사실은 '40대 캐스팅 보트' 논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다. 이를테면 4·27 국회의원보궐선거에서 연령대별 선거인수 비율을 살펴보면, 40대가 25.1%로 가장 높고, 30대가 23.0%, 60세 이상이 17.2%, 50대가 16.5% 순으로 나타났다. 또 투표자수 비율 역시 40대(26.3%)가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60세 이상(23.6%), 50대(21.0%), 30대(18.2%) 순으로 나타났다. 40대의 '표심'을 잡은 후보가 승리의 대세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령대별 투표율과는 무관하지만, 4·27 국회의원보궐선거 투표율 분석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표는 아파트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분석에서 처음 추가한 주거별 투표율을 보면, 단독주택보다 아파트 거주자의 투표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일반주택의 투표율 격차를 살펴보면, 아파트 지역의 전체 투표율(44.5%)이 일반주택 지역 투표율(41.5%)보다 3%p 더 높으며, 가장 높은 지역인 성남시 분당구을(51.1%)은 일반주택과 11.3%p의 격차를 보였다.

또 주거별 선거인수 분포를 보면, 아파트가 66.9%(38만9066명)를 차지한 데 비해 일반주택은 33.1%(19만2874명)로 아파트 주거비율이 33.8%p(19만2192명) 더 많았다. 결국 도시지역 선거운동의 승패는 아파트 밀집지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선관위의 제16대 대선 투표율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견인한 것은 40대의 높은 투표율이었다. 2002년 당시 40대는 20, 30대에 비해 유권자수는 다소 적지만, 실제 투표를 한 유권자 중에선 598만5천809명으로, 각 연령대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표율도 76.3%로 평균 투표율보다 5.5%p 높고, 투표자중 비율도 24.1%로 가장 높아 선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세대였다

'40대 캐스팅 보트'와 18대 대선 가상대결

'10년만의 귀환'으로 요약되는 40대의 표심은 '오마이뉴스-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지난해12월 정례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ARS[RDD] 조사결과(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8%p)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 것이 더 좋겠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재집권 30.4% vs 야당으로 정권교체 49.2%'으로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여론이 18.8%p 더 높았다. 그런데 중간 세대인 40대의 경우, '한나라당 재집권 26.5% vs 야당으로 정권교체 55.7%'로 정권교체 여론이 30%p 가량 더 높았다. 또 정파적으로도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40대에서 강하게 표출되었다.

a

1대1 가상대결 박근혜 vs 문재인 가상대결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박근헤 vs 안철수 가상대결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리서치뷰


'40대 캐스팅 보트' 논리는 18대 대선 가상대결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대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1대1 가상대결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37.3% vs 안철수 55.0%'로 안 교수가 17.7%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경우 '박근혜 35.2% vs 안철수 57.6%'로 안철수 지지율이 평균보다 2.6%p 더 높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대1 가상대결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45.0% vs 문재인 42.2%'로 박 대표가 오차범위 내인 2.8%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경우 '박근혜 43.6% vs 문재인 42.8%'로 평균에 가깝다. '박근혜 vs 안철수 대결구도'에서는 안철수에게 힘을 실어준 40대가 '박근혜 vs 문재인 대결구도'에서는 아직 관망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듯, 올해 총선과 대선이 모두 '세대별 대결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보면 40대가 일을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40대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서 올해 양대 선거에서 정권의 향배가 결정되는 것이다.
#나가수 #나꼼수 #386 #40대 #캐스팅 보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