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속삭이고 싶다면? 사랑나무를 찾으세요

충남 부여 임천면 성흥산성을 찾아서

등록 2012.01.09 16:28수정 2012.01.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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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흥산 정상에 커다란 '사랑나무'가 서 있다 ⓒ 임재만



만일 지구상에 나무가 없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더운 여름날의 뜨거운 햇빛은 누가 막아줄 것이며,
우리가 자유롭게 숨 쉬는 한줌의 맑은 공기는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또 아이들의 동화 속 그림은 무엇으로 채우고, 낭만의 모닥불은 어찌할 것인가!

나무는 사람들이 살아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생명' 같은 존재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마다 절대자처럼 나무에 의지했다. 나무는 오랜 친구처럼 마음 놓고 찾아가는 마음의 쉼터이기도 했다.

1월 6일, 충남 부여군 임천면에 있는 성흥산을 찾았다. 이곳에는 백제 시대 당시 쌓아 놓은 성흥산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찾는 '사랑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고향에 있던 것 같은 느티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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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저녘 사람들이 '사랑나무'와 함께 일몰을 바라보고 있다 ⓒ 임재만


어떤 나무일까? 도대체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에 '사랑'이라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름이 붙여진 걸까? 알 수 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며 걸음을 재촉한다.


부여에서 산고개를 넘어 임천면으로 들어섰다.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임천면은 어느 두메산골에 온 듯 포근하고 시골스럽다. 시내골목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임천 초등학교가 보이는 산 위를 무심코 쳐다봤다. 그곳에 '사랑'나무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산꼭대기에 시원스럽게 서 있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언뜻 차창 밖으로 스친다.

차를 조심스럽게 산 아래에 세워놓고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이라기보다 차가 다니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지만 운동 삼아 천천히 올라가기로 했다. 길가에 있는 녹지 않은 눈들이 길벗이 돼 준다. 가파른 산길을 돌아 올라가자 멀리 산 아래로 마을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임천면 북쪽에는 북으로 성흥산이 돌부처처럼 버티고 서 있고, 남쪽에는 금강하구로 이어지는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산 아래 탁 트인 풍경이 마음의 답답함을 덜어준다. 산에 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옷깃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추위는 어디로 갔는지, 나는 산 아래 풍경에 취했다. 무겁던 발걸음은 어느새 가벼워졌다.

나는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푸른 산빛을 따라 성흥산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봤던 커다란 나무가 절벽 위에 서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랑나무'라는 것을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여느 마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느티나무 같아서 정답기도 하다. 고향마을에 찾아가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설렌다.

절벽 아래에서 가만히 그곳을 살펴봤다. 사람들은 나무 아래 모여 간절히 기도를 하기도 하고, 지인들과 정담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사랑나무'를 찾은 사람들...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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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무아래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임재만


마침내 절벽 옆에 나 있는 돌계단을 밟고 성흥산성에 올라섰다. 돌계단 길에 서 있던 잘 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몸을 슬쩍 비켜주며 성흥산성으로 안내한다. 파란 하늘을 화폭 삼아 우뚝 솟아 있는 '사랑나무'는 어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 주듯 두 팔을 크게 벌려 오는 이들을 환영해 주고 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단숨에 올라섰다. 오랜 세월을 말없이 서 있던 '사랑나무'는 금세 표정이 바뀌며 다양한 포즈를 취해준다. 사방이 막힘없이 툭 터진 이곳은 풍경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일출·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해발 260m의 성흥산에는 백제 동성왕(501년) 당시 쌓은 석성이 있고, 그 위에는 누군가 심어 놓은 커다란 나무가 있다. 이 나무가 400여 년의 세월을 지키고 서 있는 '사랑나무'.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산 아래 마을을 굽어보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늘 즐거움과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누구라도 이곳에 서면 힘들고 괴로운 마음을 다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뛰놀고 싶은 충동이 들 것 같다.

'사랑나무'라는 이름이 언제 붙여졌는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드라마 <서동요> 방영 이후 이곳에서 마동왕자와 선화공주가 사랑을 나눴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내가 찾은 날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아이들은 커다란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노래를 부르고, 연인들은 '사랑나무'에 몸을 기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또 어디 있을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랑나무'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아름답다는 말이 입속에 맴돈다.

성흥산 위에서 오랫동안 여러 고을을 굽어살피던 '사랑나무'. 이 나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보듬어 주는지, 나무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마구 묻어난다.

덧붙이는 글 | 이곳 성흥산성의 '사랑나무'는 드라마 <대왕 세종>과 <서동요> 촬영장소로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곳 성흥산성의 '사랑나무'는 드라마 <대왕 세종>과 <서동요> 촬영장소로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사랑나무 #성흥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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