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면전에서 천박하다고 했더니..."

[저자와의 대화] 자서전 <꿈꾸는 광대> 펴낸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

등록 2012.01.18 20:28수정 2012.01.1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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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노 대통령 면전에서 천박하다고 했더니, 훗날..." ⓒ 최인성


강연회장에 신명 난 판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잡지사 기자, 독일어 교사부터 소리꾼, 민중 연극과 영화배우에서 국립극장장, 문화부 장관까지. 긴 여정을 거치고 다시 예술인으로 돌아온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의 색다른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습니다.

지난 17일 연극·영화배우 겸 연출가인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이 자서전 <꿈꾸는 광대>와 함께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날 저자와의 대화에서 김 전 장관은 다시 돌아온 예술인의 삶을 자축하듯 진도 아리랑, 사랑가, 이산저산 등 판소리를 흥겹게 불렀습니다.


"'장관 껍데기 벗어던지고 광대로 훨훨' 제 생각이 그것이었습니다. 공직에 나갔을 때는 넥타이 매고 봉사하고 충실하게 일을 하고 벗어나면 다시 제자리로 온다는 거죠. 근데 변호사, 교수했던 사람이 장관 하다 변호사 교수하면 이상하게 생각 안 하고 연극, 배우 했던 사람이 장관 하다 연극, 배우 하니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거예요. 저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고.." -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대학 연극부로 연극을 시작한 김 전 장관은 1993년 영화 <서편제>를 각색하고 주연을 맡으면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전 장관은 <서편제>의 각색을 자유롭게 맡겼던 원작자 이청준 선생과 예술혼으로 판소리를 가르쳤던 박초월 명창을 <서편제>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손꼽았습니다.

"(이청준 선생의) '첫 말씀이 소설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 김 선생이 각색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그 대신 우리 막걸리나 자주 마십시다' 그래서 정말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각색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시지 않았어요. 그야말로 밑바닥에서 한스럽게 기생광대라는 천대를 받으면서 오로지 예술혼 하나로 살아왔던 스승광대 박초월 선생의 삶과 예술을 가까이에서 보고 그런 경험이 <서편제>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많이 반영이 됐던 것 같습니다."

예술인의 삶에 이어 개방직 초대 국립극장장, 첫 배우 출신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 전 장관. 그의 공직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국립극장장 시절, 공무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50년 된 극장 이름을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관료적이었던 국립극장을 개혁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문화부장관이 된 후엔 스크린쿼터제 축소에 반발하는 영화인들과 농성장에 마주 앉아 공직자로선 설득을, 같은 영화인으로선 치열한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분 나쁠 수 있는 말 거침없이 해대는 사람 포용한 '대인배 노무현"


지난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오마이TV, 인터파크 인문소셜클럽 주최로 김명곤 전 문화의 장관의 자서선 <꿈꾸는 광대>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최인성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국립극장장과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들과 후보시절 만났던 일화도 풀어냈습니다. 예술인 김명곤이 만난 최고의 관객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소극장을 찾아 줄을 서 연극을 관람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국회의원 5∼6분이 대동해서 오셨어요. 근데 다리도 불편하시고 극장 좌석이 너무 좁아서 제가 죄송해서 '극장이 너무 초라해서 다음에 큰 극장에서 할 때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웃으며 '괜찮아요' 그러면서 관객이 줄을 서 있는데 거기 줄을 서서 표를 사셔서 공연을 구경을 하시고..."

허름한 일식집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날 김 전 장관은 대화 도중 노 전 대통령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천박하다"고 면전에서 비판했지만 훗날 노 전 대통령은 그를 문화부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이런 그를 김 전 장관은 '대인배 노무현'이라고 평가합니다.

"당시 노 후보께서는 '아무리 연극이고 국악이고 예술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지, 잘 만들어야지' 하면서 저한테 빈정거리시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저도 술 취해서 점점 열이 받으니까 제 나쁜 술버릇이 나왔습니다. '아니 일국의 대통령 후보를 하시겠다는 분이 이렇게 문화 예술에 대해서 천박하시다니 정말 실망입니다.' 정말 화가 나서 얘기하고 어색하게 헤어졌어요. 근데 그분이 대통령이 돼버리셨어요. (2005년에 극장장을 그만두고, 2006년) 2월에 청와대에서 장관 제안이 와서 하게 됐습니다. 근데 저는 깜짝 놀랐죠. 그때 나를 분명히 기억하실 텐데. 얼마나 나를 안 좋게 생각하실 텐데. 저 싸가지 없는 놈 그럴 텐데. 저를 발탁을 하시고. 그래서 그분은 자기에게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그래서 제가 '대인배 노무현'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반대하고 비판하면서도 뚜렷한 입장이 분명한 사람에 대해서 오히려 더 호감을 가졌던 것 아닌가."

이후 김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노제 총감독을 맡았습니다.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은 자서전 <꿈꾸는 광대>에서 오로지 예술을 향했던 자신의 꿈과 삶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대중의 고단한 삶을 대변한 진취적 광대를 본받아야 한다며 후배 예술인들에게 각성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저는 광대라는 뜻을 넓을 광자 큰 대자, 뜻 그대로 넓고 큰 예술적 영혼으로 이 사회의 많은 분들의 고통을 껴안고 그분들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해석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길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김 전 장관을 영화계에 데뷔시킨 영화 '별들의 고향'의 이장호 감독, 배화여고 교사 시절 스승과 제자로 만난 아내 등 김명곤 전 장관의 인연들도 함께 했던 <꿈꾸는 광대> 저자와의 대화는 오마이TV, 인터파크 인문소셜클럽 주최로 열렸습니다.
#김명곤 #저자와의대화 #꿈꾸는광대 #노무현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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