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으로 빚은 만두... 입속에 침이 '꿀꺽'

잔소리 듣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습니다

등록 2012.01.19 09:55수정 2012.01.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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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할인마트나 시장에서 사 먹거나, 중국집에서 탕수육같은 요리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만두를 많이 먹습니다. 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 먹는 만두를 잘 먹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 어쩔 수 없이 먹을 때도 있지만, 제가 먹고 싶어 직접 사 먹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만두 빚어 먹고 싶어요

저는 사 먹는 만두는 좋아하지 않지만 집에 만들어 먹는 만두는 좋아합니다. 전에는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었지만, 워낙 손이 많이 가는지 아내가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습니다. 그런데, 18일 할인마트에 들렸다가 우연히 만두피를 보고 만두를 빚어 먹고 싶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만두 빚어 먹고 싶어요."
"그냥 사 먹으면 안 되나요?"
"만날 사 먹기보다는 직접 빚어 먹으면 더 좋잖아요. 손은 많이 가지만…."

"엄마, 아빠 말씀처럼 만두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하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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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를 차별하는 것을 절대아닙니다. 하지만 왼손으로 칼질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벌써 15년입니다. 설날이 닷새 가량 남았는데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제수씨가 왼손으로 음식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함박웃음입니다. ⓒ 김동수


함께 간 막둥이까지 나서니 아내는 피할 수 없는지 간 쇠고기, 양파, 당근, 대파, 두부를 샀습니다. 당면을 넣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내는 넣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칼질을 할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벌써 15년이 됐지만, 왼손으로 칼질하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입니다. 24일이 설날인데 어머니와 제수씨 등 3명 모두가 왼손잡이입니다. 정말 환상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이 이내 둘러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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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좋아하는 아이들. 아빠는 별로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만들면 잘 먹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나서서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 김동수


아이들이 이내 둘러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데 아빠 생일상, 엄마 생일상 그리고 자신들 생일상 차리는 데 손을 함께 합니다. 아내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가족 화목을 위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꽃만두 만들고 싶어요" "나는 축구공!"

"엄마, 만두피 크기가 너무 작아요?"
"그렇네. 만두피가 작네?"
"아빠는 큼직한 왕만두가 좋은데…."
"엄마, 꽃모양을 내려면 어떻게해요? 제가 하긴 어렵나요?"

"엄마 보고 따라하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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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아빠 말 한 마디에 울고 웃는 딸 아이다. 아빠를 위해 만두을 빚었다. ⓒ 김동수


아빠 말 한 마디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웃는 딸 아이는 꽃무늬 만두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꽃무늬가 잘 안 만들어져요."
"이게 꽃무늬라고?"
"이 정도면 예쁘잖아요. 나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안 예쁘다고 그래요."

"아니, 어떻게 그게 잘 안 되니."

아내는 이내 잔소리입니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잔소리가 많이 늘었습니다. 아빠가 보기에 예쁘게 만들었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빠를 닮아 손재주가 없기는 없나봅니다. 사실 맛만 좋으면 되는건데, 꼭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빠가 맛있다고 하면 다 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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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한 만두 ⓒ 김동수


막둥이가 얼마나 속을 썩이는지 모릅니다. 수준이 우리 막내 조카 수준입니다. 축구공을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축구공은 금방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그만 둘 것입니다.

"엄마, 나는 축구공 모양으로 만들고 싶어요?"
"축구공? 축구공으로 어떻게 만드니."
"축구를 좋아하니까 만들고 싶어요."
"축구공 만들어 봐라. 잘 안 될 걸?"
"알았어요. 나는 그냥 반달 모양 만두 만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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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만든 만두를 먹고 싶다며 입 안에 넣으려는 막둥이 ⓒ 김동수


축구공 모양의 만두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이내 만두 모양의 표준인 반달 모양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막둥이가 입 안으로 넣어 봅니다. 큰 아이는 노래를 부르면서 만듭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요리사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공학도가 꿈이랍니다. 공학도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날은 만두를 잘 빚어 아빠가 맛있게 먹는 것이 큰 아이의 사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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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만해도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큰 아이. 요즘은 공학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빠는 고고학을 공부했으면 하지만. ⓒ 김동수


"만두가 꼭 김치만두 같아요?"
"김치만두? 김치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보세요 꼭 김치가 들어간 것 같잖아요."
"그래 네가 김치만두면 김치만두고, 왕만두면 왕만두다. 만든 사람이 지은 이름대로 가는 게지."

손으로 빚은 만두 입 안에 침이 주르륵

아내는 만두국을 만들어 먹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며 찐만두를 먹겠다고 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만두.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야, 맛있다. 마트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아빠, 우리가 만들어 먹으면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들지요?"
"당연하지. 간 쇠고기도 사야하고, 양파, 당근, 대파 등 온갖 채소도 사야 하니까 훨씬 돈이 많이 들지."
"그래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
"온 가족이 함께 만두를 빚으면서 잔소리도 들으니 좋잖아. 그런데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네…. 당면도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도 맛있다. 너희들이 손으로 직접 빚은 거니까."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빚은 만두.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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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직접 만든 먹음직스러운 만두 ⓒ 김동수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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