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m 바닷 속서 숨이 턱! 미친듯 발버둥

[난 네게 빠졌어①] 내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 '스쿠버 다이빙'

등록 2012.01.29 10:32수정 2012.01.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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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을 일컬어 '취미'라 합니다. 그러나 가볍게 하는 취미생활을 넘어 시간과 돈, 정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심각한 취미생활'을 만끽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특별한 취미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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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7일 독도에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기원 수중비 및 타임캡슐 설치에 나선 동아인제대 학생들의 모습 ⓒ 심명남


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좋아한다. 흔한 것을 싫어하는 내 성격 탓이다. 그렇다 보니 내 주특기는 결정적일 때(?) 잠수 타는 일이다. 때론 오리발도 잘 내민다. 주변 사람들은 잠수 좀 그만 타고 오리발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하지만 난 이런 삶에 만족한다. 또 누가 뭐래도 아직은 오리발을 더 내밀 작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수 없듯 나의 사랑 '스쿠버 다이빙'은 내가 살아가는 존재 이유기 때문이다.

흔히 '수중레포츠의 꽃'은 다이빙이라고 말한다. 다이빙이 선망의 대상이지만,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 위험하다는 이유 하나뿐이겠는가? 다이빙은 시간, 돈, 모험심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초기투자비가 꽤 높은 레포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겐 방법이 있는 것이 세상살이다.

다이빙 장비를 구입하려면 수백만 원의 목돈이 들어간다. 부력조절기(BC), 호흡기, 컴퓨터게이지, 슈트(웨트/드라이), 오리발, 마스크(수경), 작살, 채집망, 웨이트(납 벨트), 후드, 스노클, 나이프(칼) 등등 12가지는 기본 장비다. 거기다 한 번 '투어'에 10여만 원은 기본으로 깨진다. 그렇다고 돈만 있다고 다되냐? 그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선 배우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이혼감이다. 나 역시 청상과부가 되기 싫다고 말리는 집사람을 설득하느라 무지 애를 먹었다. 한마디로 '심각한 취미'임에 틀림없다.

그놈의 '전'(錢)이 원망스러운 분들께 드리는 한 가지 팁이 있다. 다이빙 사이트에 가서 중고장비를 뒤져라. 반값으로 저렴하게 장비를 갖출 수 있으니 알뜰한 실속파에겐 그만이다. 다이빙 특성상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의욕적으로 고가의 장비를 샀다가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 중고장비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수중레포츠의 알려지지 않는 팁이 바로 이런 것. 나 역시 처음부터 중고 장비로 시작해 두 번 업그레이드시켜 이제는 마니아가 다 되었다.

다이빙, 정말 위험하냐고요?

100만 시간당 사망자수
 스카이 다이빙      128.71
 모든 종류의 비행        15.58
 모토사이클링         8.80
 스쿠버 다이빙         1.98
 일상생활(일반적인사망)         1.53
 수영         1.07
 스노모빌
0.88
 자동차
0.47
 수상스키
0.28
 자전거
0.26
 비행기
0.15
 사냥
0.08
아직도 다이빙은 위험한 레포츠로 인식되어 있다. 그동안 국내 다이빙 인구가 급격히 늘었지만 다이빙에 대한 이 같은 선입견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수년째 다이빙을 하면서 체득한 나의 결론은 스쿠버 다이빙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자연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과학적인 사고가 과학적 상식의 선을 넘을 때는 누가, 언제, 무엇을 하든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체득한 지혜다. 좀 쉽게 말하자면 '바다를 잘 알고 덤비면 사고 역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다양한 취미활동 중 다이빙은 과연 얼마나 위험할까? 좀 오래된 자료긴 하지만,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실패분석연구소(Failure Analysis Associates, Inc)에서 1993년 4월 10일 <디자인뉴스>에 발표한 '100만 시간당 사망자수'는 흥미롭다.

선진국인 미국의 기준이다 보니 한국보다는 훨씬 더 안전한 수치임에 틀림없다. 이 자료의 요지는 어떤 취미활동이든 위험을 안고 있지만 다른 취미에 비해 스쿠버 다이빙이 우려할 만큼 위험한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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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 동남아로 다이빙을 떠나면 먹이를 먹기 위해 다이버를 감쌀 정도로 많은 고기떼가 몰려들어 장관을 이룬다. ⓒ 심명남


내가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하기까지 주변 환경이 많이 작용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외딴섬이었다.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온통 바다뿐. 집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철썩철썩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들은 자장가였다. 아버지께서는 여름이면 작살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 대물 감성돔을 잡아 올려 동네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도 동네 어르신들은 가끔 아버지의 무용담을 얘기하곤 하신다.

스킨 다이빙과 스쿠버 다이빙의 차이점은 장비 사용 여부에 달려있다. 스킨 다이빙은 장비를 사용하지 않지만 스쿠버 다이빙은 장비를 착용한 뒤 입수한다. 하지만 공통점은 모험심과 담력 없인 어렵다는 점이다. 나 같은 경우 참 어렵게 다이빙에 입문했다. 베테랑 다이버인 직장선배가 다이빙을 배워보라고 꼬드긴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섬에서 태어났지만 다이빙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긋지긋한 군 복무를 마치고 위병소를 나서는 전역자가 "부대 방향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고 외치듯 정말 바다가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우면서 했던 뱃일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먼 훗날 바다는 내게 숙명처럼 다가왔다. 많은 고심 끝에 내가 사는 여수가 아닌 타도시로 다이빙을 배우러 다녔다. 당시 여수에도 다이빙샵이 많이 있었지만, 내가 다니던 곳엔 5m 깊이의 다이빙 전문풀장이 있었다.

다이빙을 하다보면, 5m 이상 수심에서 압력차이로 귀 압착이 생기는데 이때 머리에 심한 통증이 온다.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손으로 코를 막고 '흥'하고 불면 귀 압착이 해소된다. 이를 전문용어로 '이퀄라이징'(Equalizing)이라고 부르는데 전문풀장에서 훈련을 하면서, 이런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3개월 간의 트레이닝 과정에 돌입해 3개의 자격증(오픈워터, 나이트록스, CPROX-인명구조)을 취득한 후 마지막 관문인 체험다입빙을 위해 남해 앞바다로 떠났다.

평생 잊지 못할 첫 다이빙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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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안전수칙 첫번째는 2인1조 짝 다이빙이다. 짝으로 묶인 이들을 '버디'라 부르는데 버디는 위급 시 동료의 목숨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의 역할을 한다. ⓒ 심명남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이었던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인해 전날 밤새 잠을 설쳤다. 이른 아침 동료들과 함께 남해 상주에 도착해 배를 타고 1시간 이상 바다로 나갔다. 무인도에 내린 일행은 장비 세팅 후 2인1조 짝 다이빙을 실시했다. 바닷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짝 다이빙이다. 짝 다이빙은 위급할 때 서로의 생명을 지켜준다. 다이버들은 이를 두고 '버디'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위급 시 동료의 목숨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와도 같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입수가 시작되었다. 바닷속에서 동료와 함께 고기떼를 쫓아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수심계를 보니 어느덧 28m다. 지금 생각해도 참 겁 없는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다이빙 초짜가 첫 다이빙에서 28m 물속을 휘젓고 다녔으니 용왕님이 얼마나 노했을까? 잔압계에서 공기가 쭉쭉 떨어지는 것을 보고 버디에게 이제 올라가자고 신호를 보내니 조금만 더 있다 가잔다. 한참을 놀다 보니 공기가 바닥을 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버디에서 출수신호를 보내고 유유히 상승하면서 감압에 돌입했다.

그런데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쑤욱 빨려야 할 공기가 나오지 않고 호흡기에서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 숨을 다시 한 번 크게 들이쉬다 바닷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공기를 다 소진해 버리고 만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초보 다이버의 첫 경험이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바다에서 공기가 떨어지거나 장비가 그물에 걸려 패닉상태에 빠지면 십중팔구는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져도 결코 당황치 마라. 오직 침착만이 살길이다.

순간 내 호흡기를 버리고 주변에 있던 버디의 보조호흡기를 물었다. 짠물과 함께 한 모금의 공기가 빨렸다. 그 맛을 세상의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도 잠시, 황당한 경우는 바로 그다음에 일어났다. 짝 다이빙을 하던 버디가 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지 몸을 확 틀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순간 내가 물고 있던 보조호흡기가 빠졌고 또다시 바닷물을 들이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주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아 내가 이러다 죽는구나.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은 누가 책임지지. 나 없이 아내는 어떻게 살아갈까."

아이들과 함께 슬픈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며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부모 형제가 아닌 바로 자식과 아내였다. 죽음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면 누구나 어머니를 찾는다는데 난 왜 그랬을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감당해야 할 의무감이 자식과 아내에게 더 많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온 힘을 다해 발버둥쳤다.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우선 허리에 차고 있던 12kg의 납 벨트를 찾았다. 그런데 앞에 있어야 할 버클이 안 보였다. 여기저기를 뒤져 뒤로 돌아간 버클을 겨우 찾았다. 손에서 떠난 웨이트는 쏜살같이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 발버둥을 치는 과정에서 몇몇 장비는 이미 다 버렸다.

바닷물을 들이키며 죽을힘을 다해 한참을 박차고 오르니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고 어느덧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또한, 살았다는 안도감에 흥분했다. 이것이 나의 첫 다이빙의 아픈 기억이다. 그날 나로 인해 일행들은 난리가 났다. 이후 고의는 아니었지만 날 버린 버디에 대한 서운함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기원 수중비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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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 다이빙을 배워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과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기원 수중비 건립을 추진해 오고 있는 점이다. ⓒ 심명남


다이빙에 입문한 지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겪었다. 특히 혼자 다이빙을 떠난 후배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다이빙을 영영 접으려 했으나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이후 더욱 안전에 신경쓰게 되었고 보조 장비인 스페어에어도 준비하는 등 장비를 더 보강했다. 그동안 내공이 쌓여 이제 나의 다이빙 실력은 프로급이다. 하지만 다이빙은 항상 자신과의 싸움이다. 

지난해부터 생활체육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회장 이민식)에서 활동하면서 수중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개최의 염원을 담아 남해 백도(D-365일)에서 시작해 동해 독도(D-300일) 그리고 서해 연평도(D-200일)에 수중비를 세웠다. 1월 28일에는 국내 최남단 마라도(D-100)에도 수중비를 세우러 출정한다. 아마 다이빙을 배운 이래 가장 큰 보람이 아닌가 싶다. 또 향후 다이빙을 통해 '바다살리기운동'을 계속 확산해 나가고 싶다.

다이빙은 과학이다. 알고 덤비면 다이빙처럼 안전하고 즐거운 레포츠도 없다. 달나라를 가지 않고도 무중력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취미가 다이빙 말고 또 있을까? 지금도 바닷속 깊은 곳 어딘가에는 인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수중세계의 신비를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아내에게도 다이빙을 가르쳐 부부가 바닷속을 거닐고 싶다. 도전하는 젊음은 늘 아름답듯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로 다이빙 예찬을 대신하고 싶다.

"뿐이고♪ 뿐이고♩ 뿐이고~~~ 내 사랑은♬ 다~이빙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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