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랑은 다르다? 홍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티 룸, 홍차 한잔에 담긴 영국문화 2] 영국인들이 받아들이는 티 룸, 홍차의 문화

등록 2012.01.27 17:28수정 2012.01.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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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룸과 간판 티 룸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 조혜리


사람들은 묻는다. 티 룸과 카페의 차이는 뭐냐고. 사진으로 봐서는 카페인지 티 룸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티 룸에 관해서 알기 시작하면서, 아는 사람들에게도 티 룸을 소개시켜주려고 했지만, 의외로 쉽지 않았다. 영국에 있을 당시 만나는 한국인 친구들이나 다른 외국친구들에게 좋은 티 룸을 발견하고 추천해 주면, 대부분은 알겠다고는 해도 선뜻 가보는 사람은 적었다. 홍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았고, 어떤 사람들은 되려 티 룸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하였다. 내가 자주 가던 여행카페에 들어가면, 분명히 티 룸에 다녀온 게 사진으로도 보이는데, 티 룸인지도 모르고 카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이 정도로 티 룸을 모르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전세계 어느 곳을 여행가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은 커피를 파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와 같이 언제나, 어디서든 들어가서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또 있으랴. 아무리 홍차와 티 룸을 사랑하는 나라고 하여도, 카페를 전혀 찾아가지 않는다거나 커피를 마시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쪽이든 다 좋아하지만, 우선순위를 두자면 티 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홍차의 나라로 불리는 영국에서 카페만을 찾아간다는 것은 영국을 자세히 봤다고 할 수 없다.

어떤 홍차가 맛있고, 어떤 홍차브랜드가 최고인지는 그 다음이 되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영국인들의 일상은 홍차와 함께 어떻게 흘러가는지 발견할 수 있을 때가 하나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티 룸을 찾아가는 여행은, 그 동안은 볼 수 없었던 영국의 구석구석에 발걸음을 옮겨가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티 룸? 카페? 향기로부터 구별해 낼 수 있다.

어쩐지 딱딱한 리포트 같은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굳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을 하자면, 외관상으로는 티 룸은 카페와는 선뜻 구별되지 않는다. 대문에 크게 티 룸(Tea Room)이라고 쓰여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그 차이는 우리의 후각을 통해서 잘 느껴진다. 대부분의 경험상, 나는 카페에 들어서면 커피향기부터 맡게 된다. 진하고 고소하면서도 탄내가 느껴지는 커피향.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커피의 향기는 나의 몸에 흘러 들어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티 룸은 어떠할까?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 티 룸의 향기는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처음 이 기분을 느껴본 것은 막 티 룸의 존재를 깨닫기 시작한 때였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꽤나 신선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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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차 Yumchaa 소호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오아시스 ⓒ 조혜리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갔던, 런던 소호(Soho) 한가운데 있던 티 룸, 염 차(Yumchaa). 소호에는 자주 쇼핑을 하러 나왔었기 때문에, 이 날에도 어김없이 소호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름이 한국보다 덜 덥고, 습기가 적은 영국의 여름날씨라지만 더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때마침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허기짐까지 더해져 더는 갈수가 없게 느껴졌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가 간절히 생각나던 때에 들어갔던 곳. 그러나 왠걸, 내가 익히 잘 알고 있던 커피의 향기는 어디 가고, 낯선 향기가 가득했다.


은은하면서도 진하고 상큼한 향기가 이 곳의 구석구석에서 느껴졌다. 내 머리와 코에 익숙한 커피의 향은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홍차만이 가득한 공간이라니. 카운터 한 가득 진열된 홍차봉지들과 그 사이에서 바쁘게 차를 우려내는 직원들, 수많은 티팟들 사이에서 피어 오르는 홍차의 향기. 좁은 공간이지만 빼곡히 들어찬 테이블들과 그 사이에서 홍차와 간식을 즐기는 사람들. 카페와는 다른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은 이 곳이 티 룸임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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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한잔 한 잔의 홍차와 스콘은 최고의 티 타임 파트너. ⓒ 조혜리


좀 더 쉽게 설명해주자면, 메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메뉴만 보아도, 커피대신 홍차의 리스트가 길게 늘어서있는 것은 티 룸이 아니면 볼 수 없다. 수 없이 많은 홍차와 녹차, 허브 티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메뉴. 이 수많은 차들을 언제다 맛볼 수 있을까 탄식하게 만드는 메뉴들은 한국에 있는 나를 지금도 티 룸으로 가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거기다 차와 함께 즐기는 디저트들은 더욱 특별하다.

그래서 티 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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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오후 홍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영국인들 ⓒ 조혜리


한 낮의 여유로운 때, 홍차를 한잔 시키고 책을 읽은 사람, 공부를 하는 학생들, 즐겁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 개를 산책시키다가도 야외테이블이 있는 티 룸으로 와서 차를 시켜서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 잠깐의 티타임이 있으면 근처의 티 룸으로 달려와 홍차를 마시는 직장인들 까지, 가까이에서 영국인들의 삶은 엿볼 수 있는 티 룸이라는 공간은 그래서 영국에서 놓쳐서는 안될 장소인 것이다.

겉보기에는 매우 딱딱해 보이고 차갑다는 인상을 지닌 영국인들이라고 할지라도, 티 룸 안에서 홍차를 마시는 그 시간 동안은 그들과의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홍차를 마시는 그 어떤 영국인들이라도 홍차의 앞에서만큼은 딱딱한 껍질을 벗고, 온화하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되돌아 가기 때문이다. 그 속에 있는 영국인들은 온화하고, 위트있고, 너그러운 심성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다.
#홍차 #티 룸 #영국문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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