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으로 폐암 말기 된 환자, 병원 상대 승소

창원지법 “환자 치료 선택 자기결정권 침해…위자료 2000만원 줘라”

등록 2012.02.02 18:02수정 2012.02.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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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인 암센터 소장이 초기 폐암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고 급성염증으로 오진하는 바람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다며 암 투병 중인 환자가 암센터 소장과 병원 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창원지방법원에 따르면 30대 여성인 A씨는 지난 2009년 10월 우측 옆구리 통증이 심해 창원의 모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초음파검사 결과 담낭에 다수의 결석이 발견돼 담낭결석 제거수술을 받았다.

또 이날 흉부 방사선촬영도 받았는데 촬영 결과 우측 폐에 2cm 정도 크기의 결절이 관찰돼 외과의사로 주치의인 B(병원 암센터 소장)씨로부터 흉부 방사선 컴퓨터 단층촬영을 권유받았다.

검사결과 우측 폐 중간에 2.5cm 종도 크기의 결절을 발견한 내과의사는 폐암 1기로 의심, A씨에게 상급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암센터 소장인 B씨는 내과의사의 판단과 달리 A씨에게 입원기간 동안 폐암 조직검사를 받기를 권유했고, 그에 따라 A씨는 CT 유도 미세침흡인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악성 종양에 대한 음성판정이 나오자, B씨는 폐암이 아닌 급성염증으로 진단하고 앞으로 항생제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고 퇴원 조치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이 병원을 찾아 흉부 방사선 촬영을 받았는데 폐 결절에는 변화가 없어, 내과의사는 또 A씨에게 상급병원에 가서 정밀검사 및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잦은 기침 증상이 있자 A씨는 2010년 2월 대학병원을 찾았고, 조직검사 결과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현재 항암치료 중에 있다.

이에 A씨는 "주치의 B씨의 진료상의 과실 및 설명의무를 위반한 잘못으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며 B씨와 이 병원 의료재단을 상대로 1억 5000만원의 소송을 냈다.

창원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노갑식 부장판사)는 A(여)씨가 경남 창원의 모 의료재단과 소속 병원 암센터 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단과 암센터 소장은 A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2009년 12월 최초 피고 병원에서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 폐 결절이 발견돼 폐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고, 그에 따라 당시 내과의사도 상급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피고 병원 암센터 소장 B씨는 원고에게 피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도록 권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원고는 그 이후 지속적으로 피고 병원에서 흉부 방사선 촬영을 받았는데, 그 결과 그동안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기존 폐 결절 크기에는 변화가 없음이 확인됐던 점, 사정이 그러하다면 B씨는 원고의 폐암 여부를 검사하고 진단하는 과정에서 검사방법의 한계 및 오진 가능성 등에 관해 원고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원고에게 전혀 설명 없이 오히려 피고 병원에서도 폐암 진단을 위한 검사는 가능하다는 식으로만 설명했다"며 "원고가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검사방법의 한계 및 오전 가능성 등에 관해 정확히 설명을 들었다면, 폐암 발병 여부를 더 확실히 진단받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 또는 추가적인 조직검사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B씨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해 원고는 그와 같은 기회마저 상실했고, 결국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진단방법 및 전원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 B씨와 의료재단은 연대해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와 관련, "피고 B씨가 제대로 설명의무를 지켜 원고가 다른 상급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줬다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그 진행 상태에 따라 즉시 외과적 수술을 포함한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해 원고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리라는 점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폐암의 진행 내지 전이속도는 연령, 성별, 체질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일정하지 않아 의료진의 과실로 원고의 폐암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일정기간 늦어진 것이 폐암의 진행 내지 전이속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은 점, 의료기술의 한계로 인해 의사가 질병을 진단함에 있어 정확도가 100%가 되도록 요구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폐암 #오진 #과실 #손해배상 #설명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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