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2년, 성공과 실패의 역사

오연호 대표, '창간 12주년 기념 미디어콘서트'에서 밝혀

등록 2012.02.21 14:29수정 2012.02.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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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판을 짜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대안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꼭 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을 구하세요. 가슴이 뛴 사람만이 새 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야 에너지가 나오는 거죠.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뉴스타파> 박대용 기자에게 '독립군에 군자금 대주는 것 같다'며 먹을 것을 전달하던 아주머니를 보세요. 독자가 감동하면 이렇게 에너지가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것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소중히 여겼던 무언가로부터 나옵니다. 마지막까지 경청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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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 중인 오연호 대표 '창간 12주년 기념 미디어 콘서트 : 미디어의 미래와 팟캐스트' 첫째날, 참석자들에게 환영인사 중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 고종우

지난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오마이뉴스> 상암동 본사에서 '창간 12주년 기념 미디어콘서트 : 미디어의 미래와 팟캐스트' 강연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석학이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의 학장인 존 라빈(John Lavine)과 그의 수제자 앤드류 그룬(Andrew Gruen) 그리고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이하 '오 대표') 등의 강사진이 참여하였다.

오 대표는 행사 둘째날 '오마이뉴스 12년, 성공과 실패의 사례'라는 주제로 진행한 자신의 강연에서 <오마이뉴스>의 창간 취지부터,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공개했다.

새로운 영역이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라

그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차별화된 컨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민기자 제도의 취지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커뮤니티의 형성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가 기획한 새로운 영역에 시민이 호응한 것이다. 그는 "제대로 된 취재를 하라는 독자들의 요구에는 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언론인의 본질인 '기사 작성'에서만큼은 조중동과 맞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에는 매체의 주동자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해도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창간, 그리고 성공


그는 <오마이뉴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창간 취지와 그 결과인 '시민기자 제도'를 꼽는다. 이 제도는 상상보다 더 빠르게 한국 사회에 자리잡았고, <오마이뉴스>는 언론 매체로써의 영향력을 장착한다.창간 식구 네명의 소규모였던 이 매체는 당당히 대통령 인터뷰의 문을 두드렸고, "1년만 버티면 인터뷰를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로부터 1년 후, 이 작은 매체와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제 15대 대통령 김대중과의 인연이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과 <오마이뉴스>의 인연은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터뷰로 이어지며, 독립미디어도 힘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독립미디어의 영향력은 언론 문화의 개혁을 이뤄낸다. 기자실에는 주류 기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던 문화를 <오마이뉴스>가 바꾼 것이다. 또한 이들의 '시민기자 제도'는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 자발적 유료화'등을 통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영역으로부터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오 대표는 그들의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조중동은 몰라도, <오마이뉴스>는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더 많습니다. 허허"

실패는 그들을 방관하지 않았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오마이뉴스>의 데뷔와 성공에도 성장통은 있었다. 쓰디쓴 고배를 마셨던 것은 <오마이뉴스 재팬>의 설립과 폐간이다. 그는 가장 큰 실패의 원인으로 '자만'을 꼽는다. 일본의 저명한 기업 '소프트뱅크'와의 공동 출자로 출발한 <오마이뉴스 재팬>은 그들의 영향력에 걸맞는 우리돈 '30억'이라는 거대한 자본과 권위, 그리고 네트워크가 있었다. 게다가 <오마이뉴스>의 창간부터 성공까지의 역사를 지켜보고, 이를 도입하고자 했던 일본 사회 진보세력의 지지가 있었다. 그러나 '자본', '권위', '네트워크', '특정 세력의 지지'는 가장 중요한 '일본의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자국의 기존 언론을 크게 불신하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일본인들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견을 게재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오 대표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언어의 장벽'. 일본어를 할 수 없었던 대표자 탓에 <오마이재팬>은 언어의 세심한 부분까지 어루만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섬세한 무언가'를 놓쳤고, 기사의 가치 판단을 제 때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 간부들과의 소통에 필요한 비용 역시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이후 '시민기자 제도'를 세계에 뿌리내리고자 했던 <오마이뉴스 인터네셔널>은 지나치게 방대한 영역과 다양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기사의 진위여부 파악이 제한됨은 물론, 핵심 이슈 포착의 제한으로 한계를 노출하는 것에 그쳤다. 이 대목에서 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고,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것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탑 앞의 소나무가 돼라

오 대표는 <오마이뉴스>의 창간 취지에 법륜 스님의 일화를 빗댄다.

"출가한 법륜 스님은 누구나 그렇듯 갈등과 직면했습니다. 불교 종파의 교리를 공부하다보니 한계가 있더랍니다. 당신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었는데, 그게 충돌을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스승이신 도문 스님을 찾아 여쭈었더니, 스승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랍니다. '탑 앞의 소나무가 돼라.' 묘목이던 소나무는 탑의 그림자에 가려 늘 탑을 탓하지만, 나무가 다 자란 후에는 결국 탑을 넘어서게 된다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그런 소나무로 만들라는 거죠. 이것은 <오마이뉴스>의 창간 취지와 매우 비슷합니다. 거대 언론에 가려있었지만, <오마이뉴스>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거죠. <오마이뉴스>는 그래서 '탑 앞의 소나무'입니다."

그는 지금 법륜 스님과 '통일'에 대한 주제를 담는 '새로운 100년'을 기획하고 있음을 알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마이뉴스>, 그리고 '탑'

오 대표는 더 큰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발전을 방해하는 거대한 장애물로 '오연호'를 꼽는다.

"이윤을 창출해 내야 하는 언론사의 사주가 '돈 욕심'이 없어요. 경영자로서 치명적입니다. 문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셈에 약해요. 새로운 컨텐츠를 도입하는 데에 소비되는 재원을 잘 모릅니다.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아요. 엔지니어적 마인드가 없는 거죠."

이어 그는 "우리를 성공시켰던 그 무언가가 더 이상 우리를 성공하지 못하도록 한다"며, 충성도 높은 <오마이뉴스>의 독자들이 가진 강한 '색'을 우려한다.

 "한번은 <중앙일보>랑 인터뷰를 한 적 있었어요. 그랬더니 우리 <오마이뉴스>의 '충성스런 독자'분들이 난리가 난거죠. '미친거 아니냐', '왜 <중앙일보>랑 인터뷰를 했냐' 등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여러 가지 실험도 하고 싶은데, 그들(충성스런 독자)이 우리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극구 말립니다. 그래서 못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이게 저의 현재적 고민입니다."

덧붙여 그는 소규모 언론사가 가지 재원의 한계 역시 그들 앞의 '탑'임을 자인한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기존 언론 및 포털 등과의 '규모의 차이', 즉 '돈이 없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걸림돌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강연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지적한다.

"<딴지일보> 아시죠? 김어준의 스타일은 이렇잖아요. '보기 싫으면 보지마'. 그게 그들의 '매력'인 겁니다. <나는 꼼수다>를 통해 확실하게 어필되고 있는 거구요. 반면에 <오마이뉴스>에게는 '매너'가 있습니다. 이처럼 선발주자들은 그들의 '매력', '매너'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를 노출하죠. 이것을 넘지 못하면, '대안 언론'이 등장하는 겁니다."
#미디어콘서트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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