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 부산저축은행 수사도 '친노' 정조준"

[스팟인터뷰] 부산저축은행 3000만 원 수수 1심 무죄 서갑원 전 의원

등록 2012.02.24 11:44수정 2012.02.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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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갑원 전 민주통합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기뻐할 일인가?"

23일 오후 9시 넘어 전화선을 타고 전해오는 서갑원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목소리에는 착잡함이 진하게 깔려 있었다. 이날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건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서 전 의원은 기뻐할 수 없었다. MB정부 검찰에서, 특히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두 번이나 조사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 중 한 명이었던 서갑원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기소됐다. 기소의 주체는 '거악 척결의 본산'으로 불리는 대검 중수부였고, 두 건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박연차 게이트의 경우 대법원에서 벌금 1200만 원을 확정판결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다만 검찰의 공소사실 중 2만 달러 수수 부분에는 무죄가 선고했다. 이어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그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다시 한번 기소됐다. 하지만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1심 판결 결과를 보면 검찰이 김양 부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 전 의원이 지난 2008년 10월 4일 오후 9시께 전남 곡성군 죽곡면에 위치한 태안사 인근 도로에서 김양 당시 부산저축은행 대표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3000만 원을 받았다는 날 서 전 의원이 '다른 곳'에 있었음이 증명되면서 김양 부회장의 진술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서 전 의원의 '알리바이'(현장 부재증명)는 당시 골프를 같이 쳤던 인사들이나 뒤늦게 식사자리에 합류한 현직 검사에 의해 증명됐다.

"권력이 일부 정치검사들을 이용해 정권 유지하고 있어"


서 전 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밤 9시에 내가 혼자 운전해서 곡성의 태안사 산골짜기에서 돈을 받았다는데 돈 줬다는 진술만 있지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나는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단 한 번도 내가 운전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 딸과 임상규 전 장관 아들의 결혼식에서 김양 부회장을 처음 소개받았다"며 "2007년 부산저축은행 2대주주인 박형선과 함께 골프를 친 이후로는 한 번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광재·안희정·서갑원 등 노무현 정권 실세들은 박형선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라는 <중앙일보> 기사나 '부산저축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무현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다'고 한 차명진 의원의 발언으로 보면 내 수사와 재판도 그런 것의 연장선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연차 게이트든 부산저축은행사건이든 검찰의 수사가 '친노인사'에게 맞추어진 '표적수사'라는 것이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봤지만 친노 인사들, 야권 인사들에 대한 표적수사,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가 (내 재판 결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일부 정치검사들이 권력과 결탁해서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검찰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실천했다"고 강조한 뒤, "검찰도 다시 한번 뼈를 깎는 각오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며 "내 재판 결과가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갑원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부산저축은행 수사도 노무현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어"

-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심경이 어떤가?
"기뻐할 일인가? 원혜영 의원이 '축하해야 하는데 축하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그래도 축하한다'고 하더라. 착잡하다. 어떻게 기뻐할 수 있나? 돈을 받지도 않았는데 재판을 받고. 이런 게 한 번도 아니고, 박연차 사건 때도 그랬다. 착잡할 뿐이다."

- 판결 결과로 보면 검찰이 충분한 증거 없이 김양 부회장의 진술만 가지고 기소한 것으로 보이는데.
"재판 전 과정을 봐도 내가 돈을 안 받은 게 분명하다. 김양 부회장과 내가 순천에 동시에 있었던 날은 그날(2008년 10월 4일) 하루였던 것 같다. 당시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한 달에 평균 세 번 정도 지역구에 내려갔다. 그런데 그 사람도 순천에 와서 골프를 친 것 같다. 검찰이 내 전화통화기록, 비행기 탑승기록 등 다 가지고 있다. 밤 9시에 내가 혼자 운전해서 곡성의 태안사 산골짜기에서 돈을 받았다는데 아무 것(증거)도 없다. 돈 줬다는 것(진술)만 있다.

나는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단 한 번도 내가 운전한 적이 없다. 그날 비서들도 있었고, 같이 골프를 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골프를 친 뒤에 혼자 운전해 거기에 가서 돈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맞다. 사실도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짜맞추었고, 정치자금법(정자법)으로 걸었다. 정자법은 본인이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다. 내가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 김양 부회장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임상규 전 농림부장관과 부산저축은행 사주인 박연호 회장이 친구이자 사돈지간이다. 임 전 장관의 아들이 박 회장의 딸과 결혼했다. 그 결혼식에 가서 김양 부회장을 소개받아 처음 만났다. 광주 윤한봉형의 처남이 박형선인데 부산저축은행의 2대주주다. 2002년 광주 경선 때 우리 쪽을 많이 도와줬다. 2007년도에 박형선이 갑자기 골프치자고 해서 갔더니 거기에 김양 부회장이 있더라. 골프 한 번 쳤다. 그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 왜 김양 부회장이 주지도 않은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생각하나?
"그것이 우리 쪽 사람들을 죽이는 질문이다. 사람들도 '주지도 않은 사람이 줬다고 하겠냐?'고 한다. (게다가) 사실은 아니지만 박연차 사건 때도 유죄가 났으니까. 하지만 뉴욕식당에서 2만 불 받은 것은 무죄를 받았다. 그때 미 국무부 초청으로 뉴욕에 3일간 있었다. 당시 4명이 찍은 사진이 있어서 내 알리바이가 입증됐다. 그것과 이번 재판이 똑같다. 판사도 재판에서 '안 줬는데 왜 줬다고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모르겠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지 않았겠느냐?'고만 말했다.

<중앙일보> 일요판에 박형선에 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박형선이 '노무현 후원자'라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그 기사 안에 '이광재·안희정·서갑원 등 노무현 정권 실세들은 박형선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차명진 의원도 부산저축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무현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다고 했다. 내 수사와 재판도 그런 것의 연장연상일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아니다? 재판부의 립서비스다"

- 하지만 재판부는 김양 부회장이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허위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보여지지만 이것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이 그렇게 주장하지만 재판부를 증거로서 확신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 김양 부회장은 돈을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지 않았나?
"일관되게 진술하니까 재판이 이렇게 진행된 거다. 그래서 재판이 참 어렵다는 걸 느꼈다. 박연차 사건 때도 박연차 회장이 골프장 현관에서 5000만 원을 내 자동차에 실어줬다고 했다. 그 현관에는 박연차 회장이 배웅 나와 있었고, 열댓 명의 사람들이 박 회장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돈을 자동차에 실어주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못 봤지?' 하면 입증할 방법이 없다.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현관에 있었다는 사람들 중에) 한 명도 (증인으로) 안 데려왔다. 그래서 유죄였다.

이번 사건에서는 내가 거기에 안 갔고, 그날 다른 곳에서 밥 먹은 뒤 술 한잔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입증한다. 현직 검사까지 뒤늦게 합류해서 밥을 먹었다. 1심 판결 때 그 검사 얘기를 하더라."

- 재판부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게 얘기하지, 재판부가 검찰과 원수졌다고 '무리한 수사했다'고 하겠나. 어차피 무죄를 판결해야 하는데 그 정도 립서비스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연차 사건 때 박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도 유죄 받았지만 벌금 100만 원 이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무죄다. 그러면 검찰 체면이라도 세워줘야 하지 않겠나?"

- 이명박 정부에서 두 번이나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았는데, 검찰의 최종 목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나?
"박연차 사건은 100%다. 노무현 대통령 부르기 전에 이광재와 나를 불러서 친노들을 진흙탕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도 나서 노 대통령을 부른 것이다. <중앙일보>에 난 기사들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하는 얘기를 보면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친노들에 상당히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확신해서 얘기할 수 없지만 헛소문만은 아닌 것 같다."

-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행해진 검찰의 수사행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봤지만 친노 인사들, 야권 인사들에 대한 표적수사,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가 (내 재판 결과로) 다시 한번 입증된 거라 믿는다. 내 재판이 그것을 재확인시켜줬다."

- 왜 그런 검찰의 행태가 MB정부에서 유독 심하다고 생각하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 건도 내 건도 MB정부 정치검찰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똑같은 사건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나와 이광재는 유죄를 받지 않았나? 대단히 억울하다. 박연차 사건은 재판결과까지 그렇게(일부 유죄) 나와 어디에 하소연할 방법도 없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 왜 MB정부 검찰들이 강한 정치검찰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하나?
"(권력층이) 일부 언론과 일부 정치검사들을 앞세워 정권을 끌고 가고 있다. 정권유지 차원이다. 지금도 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형평에 아주 안 맞다. 이상득 사건이나 최시중 사건, 박희태 사건 등을 보라. 우리는 아주 준엄하게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현장에서 체포하는데 여권 인사들은 수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더라."

- 검찰개혁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데.
"모든 검사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정치검사들이 문제다. (권력층은) 일부 정치검사들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치검사들은) 권력과 결탁해서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잘못된 정치검찰의 행태와 관행은 개혁되어야 한다. 참여정부는 '검찰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실천했다. 검찰도 다시 한번 뼈를 깎는 각오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내 재판 결과가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갑원 #부산저축은행 #김양 #박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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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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