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수형자 편지 봉함 못하게 한 규정 위헌"

"헌법상 수형자의 통신비밀의 자유 침해한다"

등록 2012.02.26 17:41수정 2012.02.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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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형자가 청원서와 같은 편지를 외부에 발송하려고 교도소에 제출할 때 봉함(封緘)하지 못하게 한 현재의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A씨는 2007년 4월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용 중 다시 사기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마산교도소에서 형집행 중에 있다가, 2009년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자비 부담으로 외부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교도소장에게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국가기관에 외부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마산교도소장의 처분이 위법, 부당함을 다투고자 청원서를 작성, 봉함해 발송하려 했으나, 교도소장은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원서를 제외한 다른 서신은 봉함해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A씨는 2009년 6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5조(서신내용물의 확인) 1항 "수용자는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편지의 봉함을 금지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65조 1항은 헌법상 수형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재판관 7(단순위헌)대 1(한정위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위헌 결정에 따라 앞으로 교정시설에서는 수형자들의 편지를 봉함한 상태에서 받아 외부로 발송해야 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먼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수용자의 교화 및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용자가 밖으로 내보내는 서신에 대해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목적은 교도관이 수용자의 면전에서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자에게 서신을 봉함하게 하는 방법, 봉함된 상태로 제출된 서신을 X-ray 검색기 등으로 확인한 후 의심이 있는 경우에만 개봉해 확인하는 방법, 그리고 서신에 대한 검열이 허용되는 경우에만 무봉함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도 얼마든지 달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수용자가 보내려는 모든 서신에 대해 무봉함 상태의 제출을 강제함으로써 수용자의 발송 서신 모두를 사실상 검열 가능한 상태에 놓이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 규범이 지켜야 할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시행령조항으로 인해 수용자가 밖으로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경우 그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소요되는 인력과 재정을 감안하더라도 수용자가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함으로 인해 수용자가 입게 되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매우 중대하므로 이 시행령 조항은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동흡 재판관은 "수용자의 발송서신을 봉함 제출하게 할 경우 교도행정의 업무가 크게 가중되고, 수용자의 반발 등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가 예상되며, 피해자ㆍ증인 등에 대한 보복협박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점에 비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은 '절대적 검열금지'의 대상으로서 이를 무봉함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되므로 이 시행령 조항에 따라 무봉함으로 제출해야 하는 수용자의 서신에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헌법재판소 #수형자 #통신비밀의 자유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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