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이 진화하고 있어요"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영애 팀장을 만나다

등록 2012.02.27 15:11수정 2012.02.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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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며느리들의 잔치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오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지역 어르신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그녀들이 어르신들 앞에서 지금 재롱잔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결혼이민자 중 여성의 수는 이미 17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결혼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앞으로 10년이 채 못돼 우리나라 초등학교 입학생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가 10%가량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6~7년 뒤면 초등학교 1학년생 3명 중 1명 이상이 다문화가정 자녀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권 한국다문화가족정책연구원장 1월 6일 치 <한국일보> 인터뷰 중)


바야흐로 다문화 가정 시대다. 정부가 그토록 추진하던 세계화가 가정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다. 지난 24일, 안성시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아래 센터) 김영애 팀장을 만나봤다.

외국여성 결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의 일환으로 결혼이 성행했죠.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요. 한국 남성이 유학 가서 현지 여성과 만나 결혼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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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엄마의 영어회화교실 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게 결혼이민자 여성이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녀들의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한다고. 자신의 엄마가 선생님이라면서. ⓒ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 팀장은 웃으며 말한다. 그 전엔 중매 결혼이 다반사였다면, 요즘은 연애 결혼도 종종 있단다. 그렇다보니 일방적인 시댁살이가 많이 줄어들고 있단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다문화가정 이혼율이 높은 것은 결혼 이외의 목적으로 결혼한 외국여성들에게 때문이기도 합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실질적으로는 다문화가정의 이혼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건강한 가정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센터에 오는 남편 분들은 참 자상한 분이 많아요. 야간 근무하고도 아내를 차에 태워 센터에 같이 옵니다. 같이 공부하고, 같이 점심 먹고, 같이 집에 가죠. 피곤할 텐데도 아내를 위해 노력하더라고요."

센터는 그녀들의 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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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교육 중 이전엔 결혼이민자지원센터였다면, 이젠 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 사진에서도 다문화가족의 육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아이를 하나 엎고, 유모차에도 하나 태우고, 버스를 세 번 씩이나 타고도 센터에 오는 여성 분들이 있어요."

이런 풍경은 센터에서도 낯설지 않다. 일주일에 2~3회 있는 다문화가정 프로그램은 그녀들에게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선다. 고단한 시집생활에서 벗어나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날이다. 고국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떠는 날이기도 하다.

그녀들에게 있어 센터의 점심시간은 최고의 시간. 남이 해주는 밥을 먹기 때문이랄까. 음식을 놓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수다 판을 벌인다. 이때 만큼은 한국말이 아닌 고국의 말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선 베트남 말, 한쪽에선 중국말, 한쪽에선 필리핀 말이 들린다. 센터의 점심시간은 다국적 언어 수다 마당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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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결혼이민자 여성만 교육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다문화가정 식구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여행을 떠나는 게 다반사다. ⓒ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게 다가 아니다. 그녀들은 평소에도 그녀들끼리 만난다. 자체적으로도 모임을 갖는 것. 만나서 쇼핑도 하고, 정보도 교환한다. 같은 국적이 아니더라도 친구가 되곤 한다. 학급 친구가 고국의 여성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센터는 그녀들의 삶의 충전소다. 센터에 가면 그녀들은 친정을 만날 수 있다.

다문화가정은 진화중

"전에 받기만 하던 다문화가정이 이제 사회에 돌려주고 있어요."

우선 다문화가정 자원봉사자가 있다. 그들은 다문화가족 봉사단으로서 요양원, 지역아동센터 등에 자원봉사를 나간다. 안성종합복지관의 점심시간에 배식, 설거지 등의 자원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초등학교에 파견되기도 한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 교사로 순회한다. 다문화에 대해 가르치기도 한단다. 어린이집에 찾아가 동화 읽어주기도 한다. 다문화 인형극도 상영한다. 그녀들의 자녀들은 "울 엄마가 이래 뵈도 선생님이야"라며 자랑스러워한다고.

이런 역할이 가능한 것은 센터의 수준별 맞춤 교육 때문이다. 초보이민자는 한국 적응과 한국어 교육에 집중한다. 고참 이민자는 취미, 취업, 컴퓨터, 영어 등에 눈을 돌린다. 고참 이민자들은 '한국 주부 따라잡기'에 열을 올린다. 특히,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을 따라가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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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팀장 지난 24일 센터에서 만난 김영애 팀장은 자신의 일에 대해 상당한 긍지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 송상호


"다양성이 21세기 국력이다"란 조원권 한국다문화가족정책연구원장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국어를 할 줄 아는 아이와 부모, 다국적 문화로 생활하는 아이와 부모. 그들은 21세기 우리사회의 소중한 인력자원이지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031-677-7191)에서 김영애 팀장과 이뤄졌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031-677-7191)에서 김영애 팀장과 이뤄졌다.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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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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