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수사 중에 100만 달러 환치기 밀반출?

노정연씨 '100만 달러 미국 밀반출' 의혹에 남는 의문점

등록 2012.02.29 15:51수정 2012.02.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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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검찰청. ⓒ 이경태


"검찰수사가 노정연씨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확대' 가능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대검 중앙수사부(부장검사 최재경)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안팎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노무현 후원자'로 알려진 박 전 회장이 3년 만에 다시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헤아리면 향후 검찰의 칼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로 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검찰의 최종 목적은 '노무현 비자금 캐기'일 수밖에 없다.

'100만 달러 밀반출 의혹', 노무현 비자금 사건으로 번질까?

현재 노정연씨는 2009년 1월 13억 원을 100만 달러로 환전한 뒤 환치기 수법을 통해 미국으로 밀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100만 달러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클럽 빌라 매입자금의 잔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는 미국으로 밀반출됐다는 '100만 달러'가 '노무현 비자금'의 일부라고 추정한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후원자인 박연차 전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씨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권씨도 인정한 '사실'이다. 다만 100만 달러의 사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에도 여러 가지 의문을 남겼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관련혐의는 내사종결됐다.


최근 검찰은 100만 달러 밀반출에 개입했다는 인사들을 차례차례 소환하고 있다. 100만 달러를 전달받아 환치기로 밀반출한 은아무개(외제차 딜러)씨와 은씨에게 돈을 전달한 이아무개(전 카지노 매니저) 형제를 이미 조사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28일 노정연씨와 부동산(허드슨클럽 빌라)을 거래한 경아무개씨(변호사, 전 삼성그룹 임원 딸)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경씨는 허드슨클럽 빌라를 노씨에게 매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경씨의 한 측근은 "경씨가 법정 대리인을 물색하는 등 한국 검찰수사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씨가 자진해서 귀국해 검찰조사에 응하는 방안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씨를 소환조사하지 못할 경우 노씨의 '100만 달러 미국 밀반출' 의혹은 물론이고 '노무현 비자금 의혹'도 캐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카지노 도박 혐의 등으로 경씨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를 직접 조사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와중에 100만 달러 밀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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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노정연씨의 '100만 달러 미국 밀반출' 의혹은 미국의 한 카지노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일했던 이아무개씨에 의해 제기됐다. 노씨와 경씨의 관계, 100만 달러 전달 등에 관한 이씨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심지어 13억 원의 일부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상자를 찍은 사진까지 있어서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의혹제기에도 몇 가지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100만 달러가 경씨에게 건네진 시점은 2009년 1월이다. 대검 중수부가 한창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다. 심지어 2008년 12월에는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빌려준 15억 원의 차용증을 확보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던 터였다.

당시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명분으로 공개브리핑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하나씩 흘리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도 검찰의 칼끝이 노 전 대통령으로 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13억 원이라는 거액을 운반하고, 위험한 기법인 환치기를 통해 100만 달러를 미국으로 밀반출했다는 주장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렇게 밀반출한 100만 달러가 허드슨클럽 빌라 매입자금의 잔금이었다는 주장에도 허점이 있어 보인다.

노씨와 경씨가 맺은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따르면, 허드슨클럽 빌라 435호의 명의를 2007년 5월부터 경씨에게 넘기지만, 2008년 10월 5일부터는 노씨가 명의를 넘겨받도록 돼 있다. 즉 2008년 10월 5일부터는 노씨가 435호의 단독주인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경씨는 빌라 435호의 명의가 노씨에게 완전히 넘어간 이후인 2009년 1월에 빌라매입자금의 잔금을 환치기 수법으로 넘겨받았는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초 폭로자 이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에는 잔금 전달 시기도 석연치 않다.
#노정연 #100만 달러 미국 밀반출 의혹 #허드슨클럽 빌라 #박연차 게이트 #대검 중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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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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