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회담 합의를 환영한다

철저한 약속 이행으로 평화협정 체결로 나가야...남측, 외톨이 신세 전락

등록 2012.03.02 13:51수정 2012.03.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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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미국이 3차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다. 이번 합의는 양측 대표단이 본국에 돌아가 최고위급 승인을 얻어 평양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발표하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첫 발을 내디딘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9·19공동성명 이행 의지 확인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신뢰조성조치를 동시에 취하기로 한 것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 북에 대한 영양지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의 핵시험 임지 중지 등을 합의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와 평화협정 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공수표'로 머물지 않고 진정한 성과를 내오기 위해서는 철저한 약속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북미는 그동안 60여년 적대관계 속에서 몇 차례 중대한 합의를 이룬 바 있지만, 번번이 약속 이행이 되지 않아 긴장관계가 지속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4년 10월 한반도 비핵화와 경수로 제공 등을 약속한 제네바합의와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뮤니케, 6자회담 참가국이 모두 확인한 2005년 9·19공동성명 등이다.

이들 합의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미관계 정상화는 이미 이루어졌음은 말할 나위 없다. 이들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근본책임은 미국에 있다. 미국은 지난 9·19공동성명 이후 방콕델타아시아은행 북 자금 동결 등 매번 합의 이후 이런저런 억지와 핑계를 내세워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북측은 자위적 수단으로 핵개발을 지속해 왔다. 미국은 그 동안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 합의가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야 한다.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또 다시 딴죽 걸기에 나선다면 국제사회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남측 당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한반도외교에서 외톨이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미 당국자가 합의 발표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해 '공동설계자'라고 추켜세웠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대북 강경적대정책을 고수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봤을 때 설득력이 없다. '선 천안함·연평도 사태 사과'만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한국 정부로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선 남북대화 후 북미회담 원칙도 깨졌다. 한국 정부로선 할 말이 없게 된 아주 난처한 꼴이다.

특히, 적대국인 미국 정부가 24만 톤의 영양지원을 약속하고 추가적 식량지원을 모색하기로 한 부분에 있어서 한국 정부는 낯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핏줄 동포로서 쌀 한 톨 지원하지 않으면서 민간단체의 지원까지 극구 막아 나선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 웃음거리가 될 처지다. 남측은 지난해 북측이 수해를 당했을 때, 약 50억 원어치의 과자와 초코파이 등 '간식'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가 북측이 거부해 창피를 당한 아픔도 있다. 인도주의 문제,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는 것이었다.

35년 만에 대동강 물이 얼어붙은 혹독한 추위가 끝나고 산과 들에 봄바람 살랑대는 시절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 양측의 성실한 약속 이행을 통해 풍성한 수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다가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은 필수불가결이다. 긴급 식량지원 재개와 6·1·10·4선언 이행은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북미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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