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형 혁신학교1년, 가고 싶은 학교 만들고 있다

교사 달라지고, 아이들 좋아해...교육청 올해 추가 30곳 지정

등록 2012.03.02 19:54수정 2012.03.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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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1년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교육철학입니다. 교육이란 뭐고,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김승환 교육감과 전북교육청은 공교육 정상화를 내걸고 혁신학교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20여개 혁신학교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혁신학교 1년, 일단 긍정적이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추가로 3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1년을 맞은 전북형 혁신학교를 사례별로 분석한다. 

교사들이 달라졌다: 교육철학 고민하고 피드백 활성화

이병수 교사(전주 덕일초교)는 "혁신학교 성패는 교사들의 교육철학에 달려있다고 여겨 매달 독서토론회를 통해 교육철학 형성에 우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읽은 책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수업기술의 법칙'등이다. 이병수 교사는 "학교교육의 문제점, 교사들이 꿈꾸는 수업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교사들의 변화는 고스란히 수업으로 연결됐다.

전주 서신초등학교 교사들은 매월 한 차례씩 교육과정 평가회를 실시한다. 수업은 물론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교사들 간에 생각의 격차를 줄이고, 피드백을 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한발 더 나아가 학기별로 학생과 학부모들과 하는 평가회를 가졌다. 당초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았던 이 학교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민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 학교 혁신학교 담당 교사는 "학부모님들이 교사들의 진정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행복한 학교로 인식: 다양한 체험교육 도입

혁신학교에서 가장 눈 띄는 것 중에 하나는 다양한 체험교육. 정읍 수곡초등학교는 자연을 닮은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모토로 4본12색이란 특성화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기초 기본교육 강화로 토대로 자연친화 체험교육, 문화예술 감성교육을 담고 있다. 특히 4계절 같이 행복학교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오경숙 교사는 "모든 교육과정을 문서화하는 교육시스템 구축으로 교사가 바꿔도 흔들리지 않게 했다"고 밝혔다.

달라진 시험: 단답형에서 서술형으로

전주 서신초등학교는 기존의 단답형 시험을 과감히 서술형으로 전환해 눈길을 끌었다. 혁신학교로 선정된 뒤 수업이 달라지기 위해선 시험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고민한 이 학교 교사들은 지난해 국영수와 예체능과목 시험을 서술형으로 전환해 학부모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혁신담당 교사는 "처음엔 학부모들이 항의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죠. 그러나 서술형 시험지 결과를 가정으로 보내니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말했다. 전 과목을 100점 맞던 아이가 서술형 시험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자 학부모들이 현행 암기식 교육방식을 되돌아보게 되더라는 것.

수업을 공개하는 학교도 크게 늘었다. 군산 서초등학교는 한 학기에 한 번씩 전체 학년의 수업을 공개하고 있고, 혁신학교 예산으로 보조교사들을 채용해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도와주는 학교도 생겼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올해 추가로 30여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했으며 이같은 학교 혁신운동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변화 바라는 교사의 헌신성 돋보여

혁신학교 1년을 되돌아보는 워크샵에선 교사들의 자부심이 눈에 띄었다. 이서초등학교 교감은 "지난 1년은 교직생활 32년 동안 가장 뜻 깊은 한해였다"고 회상했다. 순창 풍산초등학교 교사는 "1년 동안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다. 방학 중에도 하루만 쉬었다"며 "어제 하루만 전학상담전화가 3통 걸려왔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생 학부모 조사결과, 20% 이상 만족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1년을 맞은 혁신학교의 성공 뒤에는 교사들의 헌신성이 숨어있다. 사례 발표에 나선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1년을 회고했다. 수곡초등학교 오경숙 교사는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살이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위기에 놓인 공교육을 현장에서 접한 교사들이 변화의 계기가 주어지자 동료교사들을 설득하고, 학부모들을 끌어들이면서 혁신학교의 방향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민주적 의결구조도 성공의 밑거름

전북도교육청은 당초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중시해왔다. 일방적인 교무회의 분위기로는 교사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혁신학교는 교장과 교감이 혁신학교를 진두지휘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앞의 이서초등학교 사례처럼 교감들은 행정업무를 경감시켜 교사들이 수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특히 이들은 기존 전달 위주의 교무회의를 민주적인 토론분위기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혁신학교는 초기 장시간 토론을 가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자기 학교만의 비전을 만들고, 교사의 자발성이란 혁신학교의 추진동력을 얻게 됐다.

행복한 학교, 학부모 지지도 큰 힘

혁신학교가 꿈꾸는 목표는 행복한 아이들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의 핵심은 관계형성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학생·학부모와의 관계회복을 통해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혁신학교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교육을 통해 만족감이 크게 높아졌다.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는 혁신학교 아이들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린다. 학교가 변화하자 학부모들도 공개수업, 동아리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눈에 띈다.
#전북교육청 #혁신학교 #학교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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