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마지막 인사, 그렇게 그는 떠났다

반려동물 방울이를 떠나보내며

등록 2012.03.06 15:06수정 2012.03.06 15:0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방울이 ⓒ 박미경


"어떡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 줄 건데…. 매일매일 산책도 같이 하고, 더 많이 사랑해 줄 건데 미안해서 어떡해. 눈 좀 떠봐. 나 좀 봐봐."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다. 워낙 나이가 많은 탓에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떠나기 전에 매우 아프면 내가 감당할 수 없을까봐 걱정도 했다. 평상시에는 '가족'이라며 늘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행여 너무 많이 아프면 어쩌나, '돈' 앞에서 작고 초라해지면서 지켜주지 못하는 내가 될까 걱정했다.

그런데 너무 쉽게 떠나가 버렸다. 우스갯소리로 어르신들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딱 삼일 아프다가 잠이 든 상태에서 죽는 것이 멋진 죽음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꼭 그렇게 떠나가 버렸다. 정말 딱 삼일 아프다가 잠이 든 채로 생명의 끈을 놔 버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다.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기에 감기에 걸렸으려니 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되자 기침이 잦아지기에 나은 줄 알았다. 그런데 삼일째 되던 날 너무 많이 아파하고 버거워해서 내일은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저녁 무렵이 되자 쫄랑쫄랑 꼬리 짓을 하며 식탐도 부리기에 이제는 나았나 보다 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몸짓이었다. 저녁 무렵 학원이며 회사에 갔던 가족들이 하나둘 집으로 모였다. 방울이가 며칠간 콜록거리며 숨 가빠했기에 모두 가장 먼저 방울이를 찾았다. 식구들이 집으로 돌아와 이름을 불러 줄 때마다 방울이는 반갑다며 꼬리짓을 했고, 식구들 곁을 돌아다니며 무릎에 올라앉았다.

가족의 무릎에 올라앉기는 방울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자, 좋아한다는 표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방울이가 너무 오래 조용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힘들어서 잠이 들었고, 부름에 답하기가 귀찮아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대로 영원히 잠이 들어 버렸다. 너무 오래 조용하다 싶어 방울이가 평소 좋아하는 자리인 앉은뱅이 컴퓨터 책상 아래를 들여다보며 이름을 부르니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이름을 부르면 알은 체라도 하련만 미동도 없기에 혹시 하며 들여다봤더니 숨이 없었다. 평소 좋아하는 자리에 잠자듯 엎드려 그렇게 영원히 잠이 들어 버렸다. 밖으로 나갔던 가족 중 아이들의 아빠가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오고 눈까지 마주친 후에 방울이는 잠자듯 떠나가 버렸다.

6년 전 유기견으로 우리 집에 들어온 방울이

방울이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때는 6년 전이다. 길을 잃고 털이 엉킨 채 아파트단지 안을 헤매고 다니던 방울이를 경비 아저씨가 데리고 있다가 며칠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마침 곁을 지나던 우리 아이들에게 한 번 키워 볼 것을 권하면서 방울이는 우리 가족이 됐다.

먼저 주인에게 버려진 탓인지 방울이는 집에 와서도 한동안 식구들을 경계했고, 또 버려질까 걱정되고 내 집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는지 여느 강아지들처럼 낯선 사람이 와도 텃세를 부리며 짖지도 않았다. 그리고 키운 지 2년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소리 내어 짖었다.

체구는 작았지만 우리 집에 왔을 때 방울이는 이미 할아버지였다. 앞니, 윗니의 절반이 빠져 있어 항상 걱정됐다.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릴까 봐. 그리고 아이들이 방울이의 죽음으로 상처받을까봐. 지난해부터 부쩍 밖으로 산책하러 나가도 전처럼 활기차게 뛰지도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하기에 이별의 순간이 금방이라도 닥칠까봐 내심 불안하고 걱정됐다. 그런데 그 순간이 너무도 갑자기 닥쳐 버렸다.

방울이는 떠났지만, 밖에 나갔다가 현관문 앞에 서면 집안에서 방울이가 멍멍 짖으며 반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밖에 나가려고 신발을 신을 때면 산책 가자며 "나가자"하고 말할까봐 고개를 한쪽으로 갸우뚱한 채 애원하는 듯한 눈망울의 방울이의 모습이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물이 맺힌다.

지난해 가을 갑작스럽게 노을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주한 방울이의 죽음이었기에 아이들이 걱정됐지만 죽은 방울이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던 아이들은 방울이의 죽음을 나름 잘 견뎌내고 있다. 가끔 방울이를 묻은 산 쪽을 바라보며 대답없는 방울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또 가끔 방울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지만….

7년 된 청거북, 1년 남짓 된 햄스터... 그리고 고양이 콩돌이, 쥐알이

생일선물로 받아 식구가 된 지 7년째가 되는 청거북이와 1년 남짓 된 햄스터가 행여 잘못될까봐 서로서로 밥을 챙겨주고 집도 청소해 준다. 재작년 가을, 이틀간 비가 오는데 밤마다 울어대는 고양이가 걱정돼 울고 있는 자리를 찾았다가 쫄랑쫄랑 엘리베이터까지 쫓아오는 통에 가족이 된 세 살배기 고양이 콩돌이와 어느 할머니가 가져가 키우라며 안겨줘 얼떨결에 가족이 된 두 살배기 고양이 쥐알이 밥도 열심히 챙겨준다.

강아지 노을이랑 방울이는 곁을 떠났지만 좋아한다며 살갑게 달려와 몸을 부비대며 그르렁거리는 고양이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어쩌면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수많은 이별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맞닥뜨려야 할 이별 연습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살아 있을 때 서로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위해주고 더 많이 아껴주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그런….

"방울아, 노을이는 만났니? 누나랑 형아들은 아마 네가 노을이랑 만나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고 있을 거라고 하던데, 네가 그립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울이 #반려동물 #노을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