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중앙상가, '화장실 인심' 너무 야박해

급한 생리현상 해결할 곳 없어 쩔쩔...개방화장실 지정해야

등록 2012.03.05 15:05수정 2012.03.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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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찾아간 중앙상가로 롯데시네마 건물의 1층 남자화장실. 변기 뚜껑이 부서져 있다. 건물 관리자인 정찬선 대리는 “변기 파손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건물주인 기업의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김상현


최근 중앙상가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박종덕(28)씨는 갑작스런 생리현상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급한 소식(?)에 그는 주위 화장실부터 찾았다. 토요일이라 우체국도 닫혀 있었다. 이리저리 화장실을 찾아 헤매던 박씨는 길가 식당 주인에게 사정을 말하고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박씨는 "화장실 인심이 너무 박한 것 같다. 시내 볼일이 많은 편인데 급할 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마땅찮다.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커피숍에 들어간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중앙상가에서 화장실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육거리-북포항우체국-포항역으로 이어진 중앙상가로는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포항을 대표하는 도심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화장실을 찾는 이도 많다. 상가가 밀집해 있어 화장실을 찾기가 쉬울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밥을 먹거나 물건을 사면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 열쇠를 받아가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마저도 불결한 곳이 많아 이용을 꺼리는 이들도 있다.

주민 권순희(29)씨는 "식당, 술집의 화장실은 구토 흔적, 변기에 오물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시내에선 주로 영화관이나 대형쇼핑몰 화장실을 이용한다. 화장실 이용 노하우도 생겼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예 공용 화장실이 없는 건물도 수두룩하다. 중앙상가로에 있는 한 상가 건물 1층에는 아동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을 파는 3, 4평 크기의 가게 5개가 분할 입점해 있지만 공용화장실이 없다.


중앙상가를 찾는 고객은 물론이거니와 점원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점원들도 다른 건물의 화장실을 눈치껏 이용하고 있다.

화장실 찾기가 어렵다 보니 영화관, 대형쇼핑몰,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으로 화장실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충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시네마 건물 운영 담당자 정찬선 대리는 "고객 편의상 1, 2층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지만 1, 2층 화장실의 휴지, 거품비누, 쓰레기봉투 등 관리비용이 전체 화장실 비용의 65%를 차지한다. 1월에만 160만 원을 지출했다"며 "변기 파손도 잦아 회사에서 부분폐쇄도 고려할 정도"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에서 개방화장실을 지정·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해시, 광명시, 고양시처럼 지자체가 도심빌딩의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지정, 운영해야 한다는 것. 이들 지자체는 개방에 동의한 건물주에게 변기세정제, 방향제, 비누, 휴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화장실 청결상태를 직접 관리하는 곳도 있다.

중앙상가상인회 서득수 사무국장은 "최근 중앙상가는 국제연합인간거주위원회(UN-HABITAT)의 상까지 받지 않았나? 재래시장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화장실을 짓는데 중앙상가에 공식적으로 개방된 화장실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시가 큰 건물의 민간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지정해 운영·관리한다면 예산절감과 시민편의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도 실렸습니다.
#포항 #중앙상가 #화장실 #개방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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