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목회자가 나눈 번민과 울림의 편지

[서평] 손석춘과 김기석의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등록 2012.03.06 16:07수정 2012.03.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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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표지 ⓒ 꽃자리

언론과 교회, 언론인과 목회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둘은 사실 전혀 다른 기관이고 그 텃밭도 다르다. 언론이 세상 돌아가는 사건을 밝혀주는 '빛'이라면 교회는 세상에 '소금'이기를 자처하는 까닭이다. 물론 둘 다 '사람'이 그 구실을 하는 데는 차이가 없다. 다만 언론인이 정론직필(正論直筆)하고, 목회자가 긍휼과 함께 예언자의 목소리를 갖출 때 자기 본연의 사명을 다한다 할 것이다.

언론인과 목회자. 그들 두 사람이 만나면 무슨 대화를 나눌까? 제 스스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자기반성을 할 것이다. 언론인은 역사 속에서 그 발자취를 더듬어볼 것이고, 목회자는 성경 속에서 보여준 예수의 삶을 비춰보며 그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물론 둘 다 지향하는 바는 정말로 올바른 사회를 꿈꾸는 일일 것이다.


손석춘과 김기석의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는 그런 자기반성과 함께 우리 사회가 올곧게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편지 모음집이다. 지난 2년간 <기독교사상>이란 잡지에 연재했던 편지를 한데 묶은 것이다.

손석춘 교수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을 주도하며 고운 우리말을 살려 쓰는 정론직필의 언론인이라면, 김기석 목사는 교리로 박제된 초월적인 예수보다 이 땅 낮은 자들을 품는 목회자다. 둘이 주고받은 편지 행간 행간에 각자의 '번민과 울림'이 전해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설교자의 가장 큰 번민은 입을 다물고 싶을 때조차도 무엇인가를 말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삶을 통해 뒷받침되지 못하는 말의 부박함이 떠오를 때면 어딘가로 달아나고 싶어집니다. 듣는 이들을 고려하여 자기 검열을 하고 있는 저 자신과 마주칠 때면 그런 심정은 더욱 깊어집니다.(236쪽)

이는 김기석 목사가 쓴 편지로서 설교자로서 겪는 고충을 담은 글이다. 목회자가 여러 가지가 일을 하지만 설교에 가장 비중을 두고 있고, 설교를 작성할 때 교인들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 지점에서 자기 삶의 이중성이 드러나고, 교인들을 바르게 이끌고자하는 예언자적 통찰력과 외침을 상실하면, 그때부터 그는 체제안정과 번영복음에 갇혀버린다는 뜻이다.

자기중심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영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재발견, 아니 자기 자신의 성찰이 저는 지금 보수든 진보든 절실한 과제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에 곧이어 따라오는 자기 경계도 있지요. 엄연히 고칠 수 있는 정치경제적 문제를 두고 모든 것을 영성을 환원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주의 기도'가 해석의 여지없이 명확하게 밝혔듯이 예수는 단순한 영성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실천하라고, 자기중심주의와 탐욕을 벗어나 빚을 탕감해 주라고 가르쳤지요. 거듭남과 더불어 그 거듭남을 구체적 이웃 사랑으로 구현해나가라는 가르침으로 저는 읽었습니다.(293쪽)


이는 손석춘 교수가 쓴 편지로서 그가 이해한 '주기도문'이다. 현실을 떠난 영성은 결국은 자기 도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예수의 피가 인간을 구원하는 것도 인간이 그 피로 고쳐져 예수적 존재로 거듭날 때에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예수가 바라본 하나님 나라도 죽어 가는 저세상이 아니라 이 땅에 실현해야 할 공의로운 나라라는 의미다. 언론인들도 그를 실현코자 정론직필해야 하지만 곳곳의 '당근과 채찍'에 놀아나고 있고, 심할 경우 종교의 빛마저 어둠으로 가리기를 서슴지 않는다는 꼬집는다.

문제는 그런 하나님의 나라, 공의로운 나라를 실현하는 과제다. 과연 둘은 어떤 방향성을 찾고 있을까?

손석춘 교수는 효율적인 싸움을 위해 진보세력들이 하나로 합쳐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김기석 목사는 폭력은 강자들이 약자를 굴복시키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약자들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이기에 예수의 비폭력을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전태일이나 이소선 어머니를 통해 예수와 그 어머니를 바라보는 관점은 둘 다 다르지 않았다.

언론인 손석춘, 종교인 김기석. 그들 둘이 나눈 번민과 울림의 편지는 현실과 성경의 만남이자 예수님이 걸어간 길을 되짚은 일이기도 하다. 그가 꿈꾼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그 나라를 이루기 위한 현실 대안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 말이다.

아무쪼록 둘의 번민과 울림을 통해 한국교회가 높은 돔 한복판에 새긴 판토크라토르(Pantocrator, 전능의 주)처럼 '박제된 예수'를 내세우기보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둘러메는 '살아 있는 예수'를 보여줘야 한다.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 손석춘.김기석의 대화

김기석.손석춘 지음,
꽃자리, 2012


#박제된 예수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김기석 #손석춘 #정론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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