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안 뽑아야 했는데... 임명권자의 뜻"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혹평'..."MB 언론정책, 건설업자 집합에 불과"

등록 2012.03.09 09:26수정 2012.03.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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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유성호

언론계 대표적인 보수성향 인사인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놓았다.

김 전 이사장은 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참여정부만 해도 옳든 그르든 언론부문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정책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한마디로 평가하면 '총체적 실패'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그러한 언론정책의 실패가 현재 MBC와 KBS, YTN 등 방송3사의 연쇄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김 전 이사장은 "현 정권은 최시중이라는 함량미달의 인사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앉혀놓은 게 (언론정책의) 전부였다"며 "오로지 종합편성채널에만 매몰돼 올바른 방송통신정책의 입안과 집행에는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언론정책에 관한 목표도 없고 방향도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헤쳐모여를 되풀이하는 건설업자 집합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김재철 사장은 MB캠프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

또한 김 전 이사장은 김재철 현 MBC 사장과 관련해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라고 촌평한 뒤, "지배구조상 사장 선임 과정에 권력의 의지가 작용하더라도 제대로된 사장이라면 방송의 독립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며 "'은혜'에 보은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뒤늦게 김재철 사장 선임에도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당시 김재철-김종오-구영회 등 세명의 사장 후보자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믿음직했던 사람은 대구문화방송 사장까지 지낸 김종오였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소신대로 했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임명권자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제대로 된 리더십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았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재철 사장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베팅'으로 문화방송을 경영해온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 선임은)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며 "낙하산 인사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정치적 등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모두 하수인 같은 짓을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그때 대통령의 요구와는 별개로 어쨌든 김재철 사장을 선임했기 때문에 그를 뽑은 책임의 절반이 나에게 있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해 나로서는 유감이다"라고 불만섞인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은 "문화방송 파업의 사회적 파장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 지금 노사는 '그들만의 리그전'을 하고 있다"며 "(방송사가) 문 닫을 게 아니라면 김 사장과 노조 가운데 회사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큰집 조인트' 발언에서 '큰집'은 청와대가 아니다"

또한 김 전 이사장은 지난 2010년 3월 '큰집 조인트 발언' 논란과 관련 "'큰집'이란 표현은 방문진의 관리감독 기능과 사회전반적인 여론 흐름을 고려해서 쓴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이 인사 과정에서 방문진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아 감정이 격해져서 과장해서 얘기했지 특정 권력기관(청와대)을 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이사장은 당시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2010년 3월 김재철 인사가 단행한 임원인사는) 처음에는 김 사장이 좌파들에게 휘둘렸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며 "MBC의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좌파 대청소' 발언과 관련해서도 "지나치게 좌편향적이거나 노조의 입김에 힘입어 문화방송의 요직을 차지했던 사람의 70% 정도는 정리했다는 뜻"이라며 "그때 제대로 '물'을 빼지 못한 결과가 지금 (파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이사장은 참여정부시절이던 지난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추천으로 제3기 방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뉴라이트 언론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와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지난 2009년 8월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큰집 조인트'와 '좌파 대청소' 발언 논란으로 지난 2010년 3월 방문진 이사장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우룡 #김재철 #큰집 조인트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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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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