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오면 보약 한 첩"... 방통위는 '후배 걱정'

[현장] 이계철 방통위원장 첫 출장, 최시중과 달랐다

등록 2012.03.21 20:53수정 2012.03.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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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21일 오후 전남 나주에서 열린 광주전남 혁신도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국립전파연구원 착공식에서 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 ⓒ 김시연


"고목에 꽃이 피면 더 예쁘다. 누런 잎 졌는데 하얀 꽃 핀 거 봐라."

이계철(71) 방송통신위원장의 첫 지방 나들이는 소박했다. 요란한 환영 현수막도, 구름 같은 취재진도 없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언론의 관심엔 아랑곳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 위원장은 21일 광주전남 혁신도시 지방 이전 기관 착공식 참석차 전남 나주를 방문했다. 방통위 산하 기관 가운데 오는 2013년 11월 완공 예정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국립전파연구원의 첫 테이프를 끊는 자리였다.

'구름 취재진' 몰고 다니던 '정권실세' 위원장은 옛말

지난 9일 취임 후 첫 지방 출장이었지만 동행 취재에 나선 방통위 출입기자는 단 4명뿐이었다. 최시중 전 위원장 출장길에 많게는 수십 명의 취재진들이 붙어 다니던 데 비하면 초라한 행보다. 종편 선정 같이 언론사 이해관계가 걸린 큰 현안도 없는 데다 일거수일투족에 무게가 실리던 '정권 실세'와 달리 이 위원장 스스로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잠시 '티타임'을 했지만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진 않았다. 한 기자가 이날 혁신도시 부지에서 가장 먼저 건물을 올린 우정사업정보센터를 본 감회를 묻자, "(원래) 우리 거다"라고 하려다 황급히 "우리 국민 거다"라고 말을 고쳤다. 다만 "정보통신부 금융국장도 했는데 (우정사업본부에서) 예금, 보험 등 할 일이 많았다"는 말로 지식경제부로 넘어간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아쉬움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과거 정통부 차관 시절 후배가 먼저 장관을 지낸 일을 거론하자 "덕분에 이렇게 늙어서 (장관을) 하지 않나"라면서 "고목에 꽃이 피면 더 예쁘다"는 말로 뒤늦은 '영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21일 오후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시청자 방송제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김시연


공무원 출신 위원장, 바깥보다 내부 조직 다독이기

취임 열흘을 겨우 넘겼지만 이 위원장은 최시중 전 위원장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공무원' 출신답게 정치적 발언이나 정책 관련 발언을 아끼고 있다. 직원들의 권유로 최 전 위원장이 매주 금요일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던 '프라이데이 미팅'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장소를 고급 일식집 대신 15층 직원 식당으로 바꿨다.

또 신용섭 방통위원이 도맡던 간부회의도 직접 주재하고 나섰다. 최 전 위원장이 삼가던 언론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4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업무 파악이 끝나는 시점까지 유보한 상태다.

한 방통위 직원은 "스스로 정치인임을 강조했던 최 전 위원장과 달리 이 위원장은 공무원 출신인 탓인지 성격이 정반대"라면서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바깥보다 내부 조직부터 먼저 챙기겠다는 의지다"라고 밝혔다.

박준영 "나주 오면 보약 한 첩"... 이계철은 지방 이전 공무원 '걱정'

서울에서 나주까지는 버스로 4시간 30분 넘게 걸린다. 이날 착공식에도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한 이전 기관 직원 수십 명이 참석했다. 나주 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에너지, 농생명, 정보통신, 문화예술 분야 15개 기관 6600여 명이 옮겨올 예정이다. 당장 서울에 근거지를 둔 해당 기관 직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들을 의식한 임성훈 나주시장은 "자녀 교육 걱정 때문에 어떻게 내려올까 걱정할 텐데 전국에서 떨어지지 않는 학교를 준비하고 문화시설과 쇼핑센터 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독였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한술 더 떠 "이곳 미세먼지는 서울의 1%에 불과하고 산소 음이온은 서울의 40배가 많다"라면서 "이곳에서 숨쉬는 것만으로 매월 보약 한 첩 먹는 거나 다름없다"며 깨끗한 자연환경을 강조했다.

다만 이계철 위원장은 "직원 개인은 몰라도 가족 전체가 내려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자체에서 잘 준비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사택 지원 등을 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후배' 공무원들 걱정도 감추지 않았다.              
#이계철 #방통위 #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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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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