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이 말한 '죽음의 땅', 정몽준의 파괴력은?

[총선 격전지-동작을] 현대중공업 동기 이계안과 '혈투'...김종철도 가세

등록 2012.03.22 10:14수정 2012.03.2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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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2일 낮 12시 20분 ]

"뵙고 싶었어요. 사진 같이 찍어요."

30대 초반의 젊은 학부모들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곁에 섰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웃으며 서로 헤어졌다.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강남초등학교 앞에서 30여 분간 두 번째 보는 모습이었다. 정 의원은 이날 학부모총회를 위해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동작구의 김현상 구의원도 옆에서 "정몽준 의원입니다"며 허리를 숙였다.

대다수가 호의적이었다. "어제도 봤는데 자주 뵙네요"라며 반기는 이부터 "팬이에요"라고 말하는 이까지 있었다.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는 질문에 정 의원은 "상도동은 그나마 괜찮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 의원의 지역구 동작을(상도1동, 흑석동, 사당 1~5동)은 새누리당에 그리 쉬운 지역은 아니다. 정몽준계인 전여옥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당이 정 의원을 사지로 보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작을은 호남 출신 인구가 많아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편인데다 최근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야권에 표를 던진 곳이다. 특히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맞붙었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1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이는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갑보다도 더 높은 차이였다.

정몽준 캠프의 박호진 정책기획실장도 "분명 쉬운 지역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당 지지도보다 정몽준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10% 포인트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당에 여러 악재가 터지는 상황 속에도 정 의원이 '개인기'로 이곳을 지키고 있단 설명이었다.

정 의원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6, 17일 실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40.5%의 지지율을 얻었고 19일 실시된 <매일경제> 여론조사에선 36.3%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는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28.6%, <매일경제> 여론조사에서 33.3%를 얻었다.


[인기남 정몽준] '개인기'로 심판론 막아서... "동작 개발해 대기업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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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개인기'의 위력은 이날 오후 사당2동 남성시장 퇴근인사 때도 드러났다. 파란 점퍼를 걸치고 나타난 정 의원의 손을 마주잡고 "꼭 되셔야 한다"고 격려하는 이도 있었고, "정을 몽땅 준 남자, 정·몽·준'으로 기억해달라"는 정 의원의 농담에 웃음꽃을 피우는 아주머니 부대들도 있었다.


야채를 팔던 김아무개(57)씨는 "정 의원은 시장에도 자주 와서 말도 자주 건네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자꾸 보면 정이 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의 박근혜와 견줄만한 사람이 정 의원 밖에 더 있나"라며 "큰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현대가(家) 출신 오너란 점도 이 같은 개인기의 밑바탕이다. 남성시장에서 건어물을 30년째 팔고 있는 이아무개(64)씨는 "정몽준 의원 같은 사람이 사당동에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이여"라며 "돈은 많으니깐 비리, 부패는 없을 거다, 그리고 원래부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찍었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왕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이두표(64)씨는 "지난번 정동영이 와서 붙었을 때랑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정몽준이 여기 의원이 돼서 한 게 뭐 있나, 박근혜나 끌어내리려고 싸운 것 아니냐"며 "입당할 때나 돈 많이 썼지 여기 동작을에 한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지역 일꾼이 아니다"는 주장엔 정몽준 캠프 측도 할 말이 많다. 박호진 실장은 "저쪽에선 그렇게 주장하는데 사실 정 의원이 4년 동안 나름대로 많은 일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사당로를 왕복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한 것이나, 공약했던 관내 도서관 확충도 일궜다고 했다.

또 남성초등학교에 종합체육문화시설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주변 건물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남성초교의 특성을 활용, 학교운동장 아래를 지하 3층 높이로 준설해, 아이스링크, 건강검진센터 등의 교육·복지시설을 넣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사업개발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해당 사업을 BTL(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제안했고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 측은 동작을에 대한 '종합개발계획'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2% 미만 수준의 동작을의 상업용지 비율을 서울시 상업용지 비율 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상업용지 비율이 확장되면 이미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동작을에서도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올 수 있단 설명이다.

정 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도 여기에 쏠려 있었다. 강남초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 의원에게 동작을에 속하지 않는 개포동 재건축 문제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이 웃으며 "우리 동작을 지역이 아닌데"라고 말하자, 이 주민은 "그래도 국회에서 잘 하시면 되지 않겠냐"고 거듭 부탁했다.

[추격자 이계안] 바닥 훑으며 심판 구도 부각... "또 속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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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정 의원과 맞붙는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는 "또 속으시렵니까"라고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의 뉴타운 공약에 속고도 또 장미빛 개발공약에 속을 것이냐는 주장이다. 그는 "상업용지를 늘리는 계획은 본인이 당대표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었을 때가 오히려 실현하기 쉽지 않았겠냐"라며 "정 의원은 2008년 뉴타운 공약이 허위사실유포로 알려져 80만 원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현재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을 선거 테마로 삼고 있다. 정 의원과 자신이 현대중공업 입사 동기지만 한 사람은 '오너'로 태어났고 자신은 일반 사원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점을 비교한 것이다. 그러나 "10년째 대권 잠룡인 정몽준"과 비교할 때 인지도도 약한 데다 이 같은 '스토리'를 전달할 통로도 부족하단 자평이다. 그는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격전지 관련 인터뷰를 요청받았는데 정 의원측의 거절로 모두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지역구 바닥을 훑고 있다. 그는 이날도 새벽예배, 출근인사, 상가 방문 등 일정을 숨가쁘게 이어갔다. 정 의원이 지난 5일 단수공천을 받으며 보다 일찍 지역구 다지기에 나선 반면, 자신은 당내 경선까지 치르느라 물리적 시간을 많이 잃었다는 조급함도 엿보였다.

그는 "경선을 통해 후보가 후보답게 될 수 있겠지만 이 때문에 지역구를 많이 못 돌아다녔다"며 "저쪽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많아 보병전에서 유리한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측이 유명인사나 지역구의 유력인사들의 도움을 받는 반면, 이 후보측은 오로지 자력으로 바닥을 훑어야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존경하는 동작을 주민여러분, 어제 거리에서 농구스타 허재를 만나보셨나요? 이제 곧 농구스타 뿐 아니라, 축구스타, 테니스스타, 배드민턴 스타에 TV에서나 뵐 수 있던 많은 유명인을 보실 텐데 이게 다 이계안 덕(?)인가보다 하고 친절하게 인사해주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정 의원 측이 전날 허재 전주KCC 감독과 함께 선거운동을 다닌 것을 꼬집는 발언이었다.

지역구민들도 이 후보의 우려를 인정했다. 사당시장 근처에서 약국을 하는 김아무개(54)씨는 "정몽준씨가 여기 와서 한 일이 뭐가 있나"라면서도 "이계안씨가 정몽준의 물량공세를 당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번엔 축구협회장도 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청과물 가게를 하는 박아무개(61)씨도 "아직 후보들을 많이 못 봐서 잘 모르겠다"면서도 "정몽준 의원 쪽은 2~3번 보이는데 이 후보 쪽은 아직 많이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론'이 곳곳에서 꿈틀댄다는 점은 이 후보 측에 다소 고무적이다. 사당4동의 신아무개(27)씨는 "평소 4대강 사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며 "이번 총선에서 당연히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숭실대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송아무개(28)씨도 "예전과 다르게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거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며 "정몽준 후보보단 야권 후보에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당2동 주민인 곽봉훈(47)씨는 상가 방문 중인 이 후보를 찾아가 드링크제를 건넸다. 그는 "정몽준 의원이 이번엔 좀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동네 모임에 가보면 정 의원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18대 총선 때 정 의원에게 표를 던진 뉴타운 관련 재개발 조합 쪽에 호남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이제 정 의원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다시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3후보 김종철] 참신하고 젊은 정치 호소... 야권단일화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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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김종철 진보신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동작을에는 한 명의 후보가 더 있다. 진보신당의 김종철 후보다. 18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로 동작을에 도전하는 그는 일반적인 사각명함이 아닌 이색명함을 들고 바닥을 부지런히 훑고 있다. 자신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표현한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이용, '1%를 위한 정치 종쳐라'란 구호를 내걸고 있다.

약체후보지만 지역주민들은 김 후보를 상당히 익숙하게 느끼고 있었다. 사당동 태평백화점 뒷골목에서 명함을 건네는 그에게 50,60대 아주머니들이 "인물이 잘 생겼다"며 농을 건네기도 하고, 민주당 지지자인 한 50대 아주머니는 "최근 몇 년 동안 고생한 후보(허동준 전 동작을 당협위원장)를 두고 새로운 인물을 꽂아놨다, 난 진보신당 뽑을란다"며 그에게 격려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최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4.5~6%대의 지지율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6,17일 실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6.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 후보는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며 "어떤 지지자들은 '이번에 정몽준을 꺾어야 하는데 고민이다, 미안하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아예 참신한 인물을 뽑아보자는 분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막판까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야권단일화가 관건이다. 앞서 진보신당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협상에서 배제된 바 있다. 이 같은 사정을 모르는 유권자 중 일부는 이날 김 후보에게 오히려 "모두 단일화한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 후보는 "최근 동작을이 관심지역으로 계속 보도되는데, 이 같은 경향이 계속되면 유권자의 선택 역시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단일화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후보 차원에서 사실상 포기하듯 양보하는 식으로 단일화 되기보단 중앙당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4.11 총선 #정몽준 #이계안 #김종철 #동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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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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